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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제주]사회복지법인 춘강 이동한 이사장이 전하는 인생사이야기
"힘들다면 나를 봐라…내가 실증적 사례"

 

제대로 걷지 못하던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절뚝발이'라는 놀림을 받았다. 하지만 비뚤어지지 않았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일했다. 그리고 그가 지금 걷는 길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장애인을 위한 길이다.

 

사회복지법인 춘강 이동한(62)이사장. 그는 사업가다. 하지만 그의 돈벌이 목표는 여느 사업가와 다르다. 부를 축척하기 위함이 아닌 어려운 주변의 이웃에게 기쁨과 행복을 전해주기 위한 것이다.

 

"장애인과 노인, 정상인도 마찬가지다. 두려움을 두려움으로 끝낸다면 누구도 그 사람을 구제해 줄 수 없다. 하나의 기술을 갖고 배운다면 그 기술이 삶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누구든 살아가는 방법이 있다. 힘들다면 나를 봐줬으면 한다. 내가 실증적인 사례다"

 

 

# 누구든 살아갈 방법은 있는 법…“바로 내가 실증적인 사례다”
그는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다. 그를 보는 시선은 달갑지 않았다. 장애인이란 편견과 차별 때문이었다. 소아마비로 인해 수십 차례에 걸친 수술을 받고 지금도 보조기와 지팡이에 의지해야만 걸을 수 있는 2급 중증장애인이다. 하지만 그는 "약한 자, 없는 자의 이웃이 돼야 한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받았다. 남에게 기쁨을 주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 회장은 "훌륭한 어머니를 만난 것이 올곧게 성장하는 토양이 됐다. 어머니는 언제나 나의 명제를 풀어가는 동반자였다. 어머니가 있어 이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머니는 소아마비가 바이러스로 인해 오는 병임을 알지 못하셨다. 제가 몸이 아픈 게 모두 본인의 탓이라 생각하셨다"며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 한없이 슬펐던 ‘절뚝발이’…누구 보다 큰 사람으로 우뚝 서다

재활로 인해 남들보다 늦게 학업을 마친 이 회장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수도계량기 기사자격을 취득해 산업현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제주에서 처음으로 조경사업기사 자격 등을 취득했다.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양묘산업, 웨딩사업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이뤄가며 사업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1985년 제주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제주국제공항 조경공사를 수주하며 제주의 문을 특색 있게 만들었다. 제주에 있는 워싱톤야자수 대부분이 그가 심은 것이다. 사업가로 성장하던 이 회장은 1987년 11월 사회복지법인 춘강을 설립한다.

"돌봐주는 이가 없으면 어떻게 살아갈까. 나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는 이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라는 평생의 화두를 갖고 이 회장은 장애인 복지사업에 뛰어들었다.

 

장애인 전문 사회복지법인 춘강을 시작으로 춘장장애인근로센터, 직업재활시설, 제주춘강의원, 서귀포시장애인종합복지관 등을 개원해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장애인들도 일을 하며 삶의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일이 없다면 앞날을 내다 볼 수 없고 행복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사회교육적인 재활과 의료적 재활, 직접적 재활 등 3가지 재활이 완성된다면 장애인도 두려울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회성을 숙지시켜줘야 일반 장애인들이 어디가든 당당하게 자기 몫을 하며 살아갈 수 있어요. 신체적 기능이 부족한 것은 재활 과정을 통해 기능을 보충해야 합니다. 잔존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것이 의료적 재활이죠. 그 중에서 직업적 재활은 가장 중요합니다. 혼자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삶의 수단을 만들어 줌으로써 장애인들이 자기 몫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죠"

 

# 삶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장애인 일반인 구분이 없다"

이 회장은 장애인들도 일을 하며 재활의 꿈을 꿀 수 있도록 재활치료에 매진했다. 한복과 조각, 귀금속 공예, 칼라믹스 공예, 피혁공예, 세탁, 목창호 공예 등 10가지 분야의 직업재활사업을 시도했다. 이를 통해 장애인들의 자립과 재활을 도운 것이다.

 

국내 최초로 장애인 직업재활사업 종사자에 대해 최저임금제를 도입했으며 연계고용제를 제안해 장애인들이 보다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했다.

 

"제주에 장애인이 3200여명이 있습니다. 노동을 할 수 없는 장애인이 1000명, 부모가 거느릴 수 있는 집안의 장애인이 1000명이죠. 그렇다면 나머지 1000명은 나와 같은 고민을 갖고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1000명은 나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무관심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길에 쓰러져 있는 사람이 있는데 관심이 없다면 이 사람은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충분히 살릴 수 있다. 내가 시작한 일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당시 씨앗을 심었기 때문에 연간 1000여명의 장애인이 직업을 갖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시작을 하다 보니 과정에서 열매는 열리는 구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나는 행복하다"

 

이 회장은 춘강 이사장뿐만 아니라 한국장애인복지관장협회장과 한국장애인재활병원협회장, 한국사회복지법인대표자협회장 등 다양한 사회복지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실 전국적 유명세가 있는 사회복지지도자다.

 

그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사회복지를 하고 있다면 의료진과 직원을 고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이 장애인일 뿐만 아니라 수익을 장애인의 자립과 재활을 돕기 위해 사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를 하는 사람이 사업을 한다는 주변의 시각은 좋지 않았다. 부지를 마련하는 관계에서 부터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직업재활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대입시키다 보니 장애인을 이용해 돈벌이 한다는 말도 들었다.

 

"국가 재정이 없는데 돈을 벌어 장애인 복지를 한 것이다. 도움을 줘보지도 않은 사람이 말하기 좋다고 사람을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내 철학과 내 길이 있었기 때문에 대범하게 넘길 수 있었다"

 

# 춘강(春江), 어머니의 영향…부처님의 가르침

'나무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이 회장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조석예불(朝夕禮佛)을 올릴 만큼 독실한 불자다. 춘강(春江) 역시 그의 법명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머니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글을 배운 뒤에는 삶의 교훈적 의미를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받았어요.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불자로 살고 있습니다. 사회복지법인 이름인 춘강 역시 묵담스님으로 받은 제 법명입니다. 외롭고 괴로울 때 관음기도를 통해 힘을 얻습니다"

 

이 회장은 최근 들어 새로운 사업 분야에 도전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로공원인 메이즈랜드(Maze land)다. 지난해 4월 개원한 메이즈랜드는 점차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총27만1074m²(8만2000평)의 부지 가운데 6만6115m²(2만평)를 개발한 메이즈랜드는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 규모의 미로공원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돌과 바람, 여자 등 제주의 삼다(三多)를 형상화한 메이즈랜드는 자연과 과학, 인간을 융합해 만들었다. 돌과 바람, 여자를 형상화한 미로에는 36개(모두 108가지)의 갈림길로 만들어 미로를 돌면 108번뇌가 소명된다는 의미를 설명했다.

 

또한 바람미로 중앙부의 108광장은 인간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함께 담은 '자화상'작품을 통해 죽어서는 아무것도 갖고 가지 못하는 만큼 나눔을 실천하라는 가르침도 전하고 있다.

 

이 밖에도 메이즈랜드는 특이한 점이 많다. 턱이 없고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혼자서 곳곳을 관람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뿐만 아니라 메이즈랜드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은 대부분이 장애인과 다문화가정, 노인 등 몸이 불편하고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로 구성됐다.

 

"메이즈랜드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은 대부분 장애인과 다문화가정, 노인입니다. 누군가 도와줄 거란 안일한 마음을 쌓는다면 그 누구도 구제해 줄 수 없습니다. 자기 자신을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누구든지 살아갈 방법은 찾기 마련입니다. 힘들다면 저를 보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 호암상…'씨앗을 세계로...'
최근 그는 제22회 호암상 사회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호암상은 호암재단이 1990년에 제정하여 학술·예술 및 사회발전과 인류의 복지 증진에 공헌한 인물들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이 회장은 호암상과 함께 상금 3억 원과 순금 메달을 받는다.

 

"우리나라 복지는 현재 시스템이 좋아져 원만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반면 동남아, 아프리카 지역에는 복지에 대한 국가적 시스템이 없습니다. 제가 장애인들을 위해 처음 씨앗을 심었을 때처럼 이번에는 국외에 있는 장애인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씨앗을 심을 생각입니다." 그의 꿈은 더 커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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