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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로 꽉 찬 천수만의 하늘은 막힌 바다처럼 좁다
새들로 채워질 만큼의 하늘
제주도 최남단 바다의 하늘은
새가 적다
새들이 채울 수 없을 만치 넓다
너무 맑아
지나치게 투명한 제주도 바다
새가 없다
너무
지나쳐도 
바다가 외롭다
하늘도 외롭다
사람도 외롭다
상상으로 바다를 에두르니
새가 날아든다
달도 에우듯 둥글어야

쓸쓸하다
겨울 봄 여름
마음으로 채운 하늘에
새 하나 날아든다
하늘은 더 깊어진다
떼로 날아든 하늘은 더 넓어진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은 깊지만 쓸쓸하다
구름으로 가려진 하늘은 좁지만 변화가 무쌍하다
구름 없던 어제
구름 채운 오늘
구름에 내주고도 그곳은 하늘
이래서
제주도 최고의 여행지는 하늘이다
 하늘을 마주 볼 수 있어도
하늘을 우러르지 않아도 고개가 숙여진다
무궁하게 변화하여도 늘 그 곳 그 자리인
하늘은 언제라도 피하질 않는다
감싸주는 너른 품을 가진 어머니이며
돌아서서 안는 등을 가진 아버지이다
마다 않고 갈대의 배경이 되어주고
주저 않고 억새의 바람이 되어준다

 

지난 봄과 여름, 우리 곁을 날던 제비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제비가 채운 제주 땅에 그리 많지 않은 철새들이 떼 지어 그 자릴 메워줍니다. 지난 봄과 여름, 아침이면 나를 깨워주던 한 마리 휘파람새소리도 들리질 않습니다. 내년 봄이면 찾아올 휘파람새들이지만 지금은 추억으로 들어야 합니다. 제주도 바닷가는 유난히 새가 적은 곳입니다. 어선이나 많이 드나들면 모를까 우리 동네 같은 작은 포구엔 새들이 모여들질 않습니다. 먹이가 없어서겠지요. 바다가 너무 맑아서일 겁니다. 이런 바다를 보고 있으면, 너무 맑아도 물고기가 없다는 옛 고사가 떠오릅니다. 사람 얘기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으로 돌아와 바다와 하늘을 마주 하고 있을 때면 우리 동네 앞 바다 애삐리바당에도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바다 가까운 양식장에서 내려 보내는 인간의 밀물 물때에 맞춰 사람이 모입니다. 사람이 모이는 것은 고기들이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양식장에서 내보낸 물에 섞인 모이들을 먹으려고 고기들이 모여들어서랍니다. 여기에 사람들은 고기를 낚으러 모여듭니다. 미끼를 따라 움직이는 고기며 사람들. 먹이사슬과 미끼연쇄는 같은 말이 됩니다.

팔뚝 보다 더 굵은 숭어들이 낚싯대를 던지는 대로 올라옵니다. 대체로 다시 바다로 버리는 것을 보고 나는 놀랍니다. 맛이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 사람이 거의 스무 마리의 숭어의 옆구리를 날카로운 낚시바늘로 생채기 내고 거리낌 하나 없이 바다로 던져 버리는 것을 보고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따라온 아이 하나도 나와 같았는지 “불쌍해.” 합니다. 그 아버지는 아이의 말을 듣지도, 들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문득, ‘우리는 왜 그런 법규가 없을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미국이나 캐나다도 그렇다지만 보지 않았으니 내 입으로 말하기에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서는 직접 내 눈으로 봤습니다. 작은 어촌마을에서였습니다. 고등학생들이 낚시도구를 가지고 가기에 따라 갔습니다. 그들은 두어 시간 세 마리의 물고기를 잡더니 낚싯대를 거둬들였습니다. 신이 나 있는 것으로 봐서는 더 잡을 듯 싶었는데...

이래서 의아해했습니다. 자전거로 많이 달리기도 했기에 쉴 겸 더 머물렀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좀 전의 학생들과 같았습니다. 그제야 잡을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다는 캐나다나 미국 등의 법규가 떠올랐습니다. 설마 이 작은 마을에까지... 그래서 물었습니다. 일본도 그런 법규가 있었고 이것을 지키는 경찰은 주변에 없었지만 잘 지키고 있었습니다. 교통법규 잘 지키는 일본인들은 낚시에서도 같았습니다. 일본인들은 이렇게 자기의 땅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빗겨가서 교통위반에 대해 얘기를 잠깐 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자전거로 구석구석 3천 여 킬로미터를 달려도 경찰이나 경찰차를 보기가 힘든 곳이 일본입니다. 한번 본 적이 있는데 소름끼치도록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동차 하나가 타이어펑크가 나 도로 옆에 기울어져 있었습니다. 타이어펑크 사고인 줄 알았습니다. 확인하니, 경찰의 제지를 어기고 도망 간 차를 앞서가 경찰은 달리는 그 차 앞에 송곳이 박힌 휴대용(크지만) 자동차운행제재기구(전문용어로 이름이 따로 있겠지만)를 던져 차를 멈추게 했습니다. 그러나 차는 그것을 밟고 도망치려다가 결국 타이어를 펑크 내고 나서야 멈춰야 했습니다. 만약 더 큰 사고가 나더라도 경찰의 정지신호를 무시한 운전자가 모든 책임을 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같으면? 또 인권이 어쩌구저쩌구 하겠지요. 철저하고도 엄격한 단속을 보았습니다.

이런 단속이 있기에 낚시 역시 지켜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 봤습니다. 숭어를 무작정 잡았다가 버리는 그러한 생명무시와 무지의 행위는 없앨 수 있지 않을까. 설사 한 사람이 하루에 얼마만큼 잡을 수 있다는 법규가 있더라도 단속이 불철저하다거나 솜방망이가 되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어떻든 지켜지는 일본과 마구잡이 낚시를 해대는 한국을 비교해보며 아직도 먼 선진한국에 고개가 숙여집니다.

아무리 좋은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어도 이를 지키거나 아끼는 마음을 살고 있는 우리가 갖지 않으면 이 좋은 제주도도 개발이다 하여 다 갈기갈기 찢겨지고 있는 여느 육지와 곧 다를 게 없이 같아질 것입니다. 남의 나라를 보면서, 법규를 확실히 만들어 단속을 철저히 하든가, 또는 제주도민들의 자발적인 ‘우리 자연 우리가 지키기’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생각을 넘어 도민제안으로 써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 그 좋은 자율을 기대하기란 참으로 힘듭니다. 자율 앞에 강제성이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되겠끔 인간은 사욕의 본능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법규는 제대로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선한 사람들을 지켜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제주도에 와서 점점 더 드는 유일한 생각, 제주도 도민들부터 이 땅을 아끼고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곳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는 제주도민보다도 제주도 밖 사람들이 이 땅을 더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요? 제주도민들, 부끄럽지 않은지요?

 

 

 

텅 빈 바다 위의 하늘에 새들을 끌어들인다
눈을 감고 보는 하늘
새들 뒤로 보름달이어도 좋고 타는 태양이라 해도 좋다
둥근 원 하나의 세계를 그려 넣는다
눈을 감고 보는 소망
하늘이 상상으로 모자이크 되어 태어난다
감은 눈으로 더듬고 지나는 세계가 가장 아름다운 나의 여행지가 된다
상상의 바다
상상의 하늘
희망의 바다
희망의 하늘
제주도는 하늘로써 상상하고
제주도는 바다로써 상상하게 하는
모든 것 잠시 잊는 천국의 입구가 된다
그러나
그 천국의 입구는
바다도 하늘도 아닌
내가 발 디디고 있는 지금 이 땅이다
희망하고 소망하는 곳도 이 땅이다
 

 

참고로, 지옥의 문 입구를 남의 입을 통해 소개합니다.
 

 

‘나는 슬픔의 도시의 입구이다.
나는 영원한 괴로움의 입구이다.
나는 멸망하는 백성에의 입구이다.
너희들 여기로 들어가려는 자는
일체의 희망을 버리라.’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의 문에 쓰여 있다는 문구랍니다.) 

 

☞오동명은?=서울 출생. 경희대 경제학과를 나와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거쳐 국민일보·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했다. 한국기자상과 민주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으로 세상읽기]·[부모로 산다는 것]·[신문소습격사건]·[일본자전거여행] 등 다수의 책을 냈다. 현재 제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카메라와 펜, 또는 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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