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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아프리카 서신(4)

대학에 갓 들어와 지성인이라는 단어의 무게에 눌려 제대로 이해도 가지 않는 철학책 한 두권을 들고다닌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법합니다. 저만 그렇습니까?

 

쉬운 말도 어렵게 하는 능력이 학자들의 능력인가 싶은 글들을 읽다가….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면 이마에는 이미 굵은 줄이 아로 새겨져 있고 책은 흘린 침으로 흥건히 젖어 있곤 했었습니다.

 

그 책 속에는 저를 당혹스럽게 했던 단어들이 가득했습니다만 아직도 기억나는 것 중에 하나가 ‘대자적 존재’ 라는 말입니다.

 

그저 돌이나 물처럼 존재할 뿐이기만 하는 ‘즉자적 존재’에 비해 주변의 사물, 즉 타자를 바라보면서 그들과 구분된 자아를 인식할 수 있는 인식능력을 갖춘 존재를 ‘대자적 존재’ 라고 합니다. 이것이 정확한 표현인지 지금도 알 수 없으나 당시에 제가 깨달은대로 기억하는대로 쓰자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좀 더 쉽게 표현해 본다면 자기 자신을 바르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비추어 볼 거울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 세상에는 존재하는 타자들이 바로 이 거울과 같은 존재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 좋은 예가 백설공주의 못된 계모가 그토록 애타게 부르던 말이 ‘거울아 거울아’ 가 아니었던가요?

 

제가 나름대로 설명은 해 봤습니다만 여전히 저에게는 거울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세상 많은 사람들이 나의 멋진 모습을 제대로 비쳐주지 못하는 거울에 대해 원천적인 불만을 품고 있지만 좀 더 가만 들여다 보면 현재 거울을 쳐다보고 있는 내 눈 또한 ‘근시와 난시’로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이 인간들의 ‘근시와 난시’를 ‘오만과 편견’ 이라는 소설의 제목과 바꾸어 보아도 말이 될 듯합니다. 있는 그대로를 그대로 보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은 그 외에도 상당히 많지만 이 ‘오만과 편견’을 거론하는 이유는 그것이 아프리카에 오는 한국사람들의 대표적인 ‘근시와 난시’ 증세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충분히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할 정도의 언어폭력을 서슴없이 쏟아내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일입니다. 못 알아 듣는다고 생각했는지 피부색깔과 가축의 어린새끼에 빗댄 욕설을 예사로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이 곳 사람들이 나를 중국인이나 일본인으로 착각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마저 듭니다.

 

그리고, 허술한 법망과 부패한 공무원들에게 일을 쉽게 처리하고자 ‘Chai Kidogo’ 즉 급행료를 알아서 먼저 갖다 바치면서도 돌아서서는 또 다시 색깔타령을 합니다. 마치 우리는 청백리만 사는 나라에서 온 것처럼 말입니다.

 

‘君子不鏡於水而鏡於人’

 

서양의 철학은 인간은 대자적 존재로 비추어 보아 스스로를 알아보는 존재라고 합니다. 그리고 동양의 옛 성현의 말씀은 "군자는 물이 아니라 사람에 비추어 자신을 돌아본다"라고 하십니다.

 

끊임없는 자기성찰만이 ‘오만과 편견’의 안경과 거울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요? 아프리카에서 느끼는 생각입니다.

 

이상훈은?=연세대 정외과를 나와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국제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국해외원조단체협의회 연구위원으로, 우간다·아프가니스탄·르완다에서 국제구호기금 지역(보급)책임자를 맡으며 20년 가까이 생활했다. 현재도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가족과 함께 살면서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주민을 돕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의 아내는 르완다 현지에서 유치원을 개원, 교육계몽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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