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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내년부터 전차종 대상 확대 ... 무주택자는 주차장 임대 '부담'
관련 대책 전무 ... 전문가 "규제는 또다른 측면 보호해야 성공할 수 있어"

 

“월세에 주택청약저축에, 보험료에 ... 지출이 안그래도 빠듯한데 주차장 임대료까지 내야 합니까?"

 

제주시에 살고 있는 김모(28)씨는 “2년 전부터 직장생활을 하며 모아둔 돈으로 내년쯤 유지비가 덜 드는 경차를 살 예정이었다. 도내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려면 대중교통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지금 살고있는 원룸엔 주차장이 따로 없다. 공영주차장 임차료를 생각하면 옳은 선택인건지 의문이 들어 고민 중”이라고 토로했다.

 

제주시에 사는 이모(41)씨도 “단독주택 2층에 연세를 내면서 살고 있는데 차고지증명제로 차량구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아파트 단지는 주차면이 많으니 걱정 없겠지만 나같은 사람들에게 이 제도는 차량을 사지 말라는 뜻 같다”고 말했다. 

 

제주에서는 내년부터 차고지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 차종에 상관없이 차량을 구입할 수 없다. 이미 차량을 몰고 있는 소유주라도 이사가는 곳에 주차공간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과태료 폭탄'을 맞게된다. 

 

◆ 차고지증명제, 2022년부터 경·소형 포함 전 차종에 적용

 

26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에서는 내년 1월 1일부터 차종에 상관없이 거주지 반경 1km 이내 거리에 차고지(자동차 보관장소)를 확보해야 차량을 등록할 수 있다. 다만 매매업용 차량, 차상위 계층 소유 최대적재량 1톤 이하 화물자동차 등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2007년 2월 국내에서 처음 도입된 차고지 증명제는 시행 초기 제주시 도심 지역 내 대형 자동차에만 적용됐다. 이후 2017년 1월 중형자동차까지, 2019년 7월 중.대형 전기자동차까지 대상 차량이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도는 내년부터 그동안 포함하지 않은 경·소형 자동차(승용 1600㏄ 미만, 승합 16인승 미만, 적재량 1t 이하·총중량 3.5t 이하)도 차고지 증명 대상 차량에 포함하기로 했다.

 

제주에서는 이로써 내년부터 차고지가 없으면 중고차를 포함한 차량을 구입할 수 없다. 만약 차량구입 후 등록하려고 해도 주차장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행정당국은 자동차 등록을 거부할 수 있다.

 

도는 지난해 6월부터 주소 이전시 차고지를 확보하지 못한 차량 소유주를 대상으로 과태로도 부과하고 있다. 과태료는 1차 위반시 40만 원, 2차 50만 원, 3차 이상 60만 원을 부과한다. 과태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가산금이 부과된다. 또 자동차나 부동산, 예금 등에 대해 압류조치도 이뤄진다.

 

 

신규 등록차량은 감소세지만 실제운행차량 상승세는 여전

 

제주의 고질적인 문제,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차고지 증명제는 자동차를 새로 사거나 주소가 바뀌었을 때, 자동차 소유권을 이전등록할 때 차고지를 확보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개인 차량등록 대수를 줄여나가면서 교통난과 주차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강력한 행정조치 덕일까? 실제로 차고지 증명제는 신규차량 증가세를 진정시키는 효과를 봤다. 신규차량 등록대수는 대형 차종만 증명대상이었던 2014년과 2015년, 2016년 기준 각각 1만9798대(증가율 7%)와 2만4688대(8.2%), 2만5989대(8%)로 나타났다.

 

이후 증명대상에 중형차가 포함된 2017년 1만 8756대(5.3%)로 누그러졌다. 이어 2018년 1만3387대(3.6%), 2019년엔 3973대(1.03%)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해 7017대(1.81%)로 다시 소폭 늘었다.

 

하지만 10년간 제주에서 운행되고 있는 차량대수를 보면 꾸준히 늘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등록차량은 지난달 기준 모두 65만1613대, 제주도내 인구는 67만6569명에 30만6741세대다. 인구 1명당 차량 보유량이 0.963대로 전국평균 0.48대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이다. 세대당 보유차량은 2.114대로, 역시 전국평균 1.06대의 2배에 달한다.

 

다만 이 가운데 기업민원 장기임대(리스)차량 25만424대를 제외하면 실제 도내에서 운행되는 차량은 40만1189대로 나타났다. 하지만 리스차량을 제외해도 제주 세대 및 인구 당 차량 보유대수는 각각 1.308대, 0.593대로 전국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가 지난 7월부터 8월까지 도민 1005명을 대상으로 주차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주택가 주차 문제에 대해 '매우 심각' 46.9%, '다소 심각' 29.3% 등 '심각하다'는 의견이 86.2%로 집계되기도 했다.

 

손상훈 제주연구원 청정도시연구부 연구위원은 “차고지증명제는 현재보다는 미래를 고려한 제도다. 대상이 전차종으로 확대된다면 미래에는 차고지가 부족해질 것”이라면서 “현재 공영주차장 등 차고지가 부족한 지역 등을 파악하고, 대상자에게 차고지 등록을 효율적이고 빠르게 연결시킬 방법를 모색하는 방법 등 향후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 주택 밀집지 주민, 저소득층 등 서민 위한 대책 전무 ... "배려 필요해"

 

행정당국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공영주차빌딩을 신설하고, 주택가 부지 임대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무주택자 등 서민들에 대한 논의는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내년부터 증명대상에 경차가 포함되는 만큼 차고지 확보가 어려운 골목길 주택가 주민이나 원룸 등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차량 구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거주지에 주차장이 따로 없다면 공영주차장의 1년 단위 정기주차 요금을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 차고지 증명용 공영주차장의 연간 요금은 동지역 90만원, 읍·면지역 66만원이다. 민간주차장의 경우 100만원이 넘어가는 곳도 있다.

 

차고지 증명용 공영주차장의 임차요금은 중.소형 자동차 소유자가 연간 납부하는 자동차세보다 두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이 때문인지 차고지 증명용 공영주차장 임차건수는 이달 초 제주시 기준 193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행정당국과 도의회에서는 관련 대책이 전무한 상황이다. 제주시가 최근 도의회에 제출한 업무보고 자료에는 차고지 증명제 개선방향과 관련, ▲원도심 등 단독.노후주택 밀집 지역 내 차고지 확보의 한계 ▲임대 가능한 공영주차장 조성 필요 ▲전 차종 확대 시행에 따른 조직 신설 및 인력충원 필요 등의 내용만 담겼다.

 

제주도 교통정책과 관계자도 “현재 차고지용 공용주차장 임차료를 별도로 지원하거나 경감하는 내용으로 논의된 바는 없다. 조례개정 등이 이뤄져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하지만 현재 차고지TF를 꾸려서 자기차고지 갖기 사업이나 민간 주차장 조성사업 등에는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는 반면 차고지 마련에 부담을 가지는 저소득층 및 청년 등에 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은 “공영주차장 임대료는 일반 서민들에게는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 빈부격차 및 상대적 박탈감을 실감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차고지증명제로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취약계층, 청년, 주차공간이 부족한 원도심 주민 등에 대한 정치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황경수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도 “규제는 또 다른 측면을 보호해야 성공할 수 있다”면서 “세대·인구별 적정 주차면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면서도 저렴한 주차면을 제공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이 제도의 지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이어 “차고지 마련에 부담을 가지는 저소득층이나 주택 세입자와 임대업자 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차고지용 주차장 임대료가 개인의 부담이 아닐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면서 "또 차고지증명제 및 지역단위 주차면 공급과 함께 거주자우선주차제가 필요하다. 이를 주차특별회계를 통해 관리해서 공급의 시작점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  "대중교통 서비스 수준 높아져야 안정궤도 진입할 것" 한 목소리

 

제주에서 차고지증명제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대중교통 체계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모였다. 

 

좌 사무처장은 “차고지증명제 제도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수도권에 비해서 대중교통이 불편한 제주에서는 개인 차량이 없으면 경제적.사회적 활동을 영위하는 데 불편함이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 “대중교통이 경제적으로 저렴하고, 편리한 시스템이 갖춰지는 동시에 제도가 시행돼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주차정책이 대중교통의 활성화 요구와 연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차고지증명제를 통해 사용자부담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교통정책에서 중요하지만 대중교통의 서비스 수준도 함께 높여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도로는 개인소유일 수 없고, 주차를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제도는 자동차를 가졌으면 그 비용을 자기가 부담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는 인식에서 출발한다”면서 “이러한 인식을 공유하게 되면 차고지증명제를 포함한 민간주차장사업 활성화, 공영주차장의 유료화 등이 모두 중요한 맥락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그러면서도 “주차요금의 부담은 시민들에게 공공 대중교통에 요구를 가져오게 할 것”이라면서 “자유주의, 시장주의 관점에서는 '승용차 이용규제를 해서는 안된다'거나, '대중교통이 불편하니 승용차이용을 더 편하게 해야한다'는 논리가 맞다. 하지만 교통약자들이 이용하기 불편한 곳은 이동권을 보장하는 사회가 아닐 것”이라고 풀이했다.

 

황 교수는 “제주의 대중교통 체계는 지금도 전 세계에서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하지만 사용자부담의 원칙을 토대로 하는 차고지증명제를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대중교통 서비스 수준은 지금보다 훨씬 더 나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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