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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광양회’하라. 기회를 기다리라(1)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65)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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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6.22  10: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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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룡이 때를 만나지 못하면 물고기나 새우 사이에서 몸을 낮추고 후일을 기약해야 하며, 군자도 때를 만나지 못하면 소인배 밑에서 허리를 굽혀 조아려야 한다.”(여몽정(呂蒙正)「파요부(破窯賦)」)

실력과 지위가 자기 발전 상황과 정비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때는 자기 실력과 뜻을 효과적으로 숨겨야 한다. ‘도광양회’1하며 기회를 노려야 한다. ‘도(韜)’의 원래 뜻은 칼이나 활의 집이다. 도광양회는 일부러 재능을 숨기는 것이다. 칼끝을 거두어 들여 타인의 이목을 흩어뜨리는 방법이다.

초(楚)나라에 양유기(養由基)2라는 사람이 있었다. 활을 잘 쏘았다. 백보 안에서 버드나무 잎사귀를 맞추면 백발백중이었다. 사람들은 그를 후예(后羿)가 환생했다고 칭송하였다.

그때 그의 옆을 지나가던 사람이 양유기에게 말했다.

“기왕 그처럼 활을 잘 쏜다면 젊은이에게 재능을 전수해 줄 만하오.”

양유기가 듣고는 언짢아하며 말했다.

“모든 사람들이 내가 비할 데 없이 뛰어나다고 하는데 당신은 젊은이에게 전수해 줄만하다고 말하다니. 그렇다면 나를 대신해 한 번 쏴보시오.”

길을 가던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나야 당연히 당신보다야 활을 잘 쏘지 못하지요. 왼손을 펴면 오른손을 굽히는 등, 여러 가지 활 쏘는 방법을 당신에게 가르칠 수 없지요. 나는 그저 당신에게 건의하는 것뿐이오. 당신이 버드나무 잎을 맞추는 데에는 백발백중이지만 적기에 쉬지 않으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기력이 쇠약해질 것이 분명하지 않소. 활도 당지기 못할 것이고. 화살도 굽혀질 테니, 한 개도 맞추지 못할게요.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공로가 수포로 돌아가는 게요.”

진정한 실력자는 남에게 알리지 않는다. 시기가 무르익지 않았을 때에는 사냥꾼처럼 인내력을 가지고 사냥감이 나타날 때까지 잔뜩 웅크리고 있어야 한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할 때가 되면 철저하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샅샅이 드러내야 한다. 그런 후에 급소를 찔러 치명상을 입혀야 한다. 일보 물러나 있다가 뒤에 손을 써서 적을 제압하는 방법이 어느 정도 대단한지를 반드시 가르쳐 주어야 한다.

   

도광양회 때에는 상대방을 마비시키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상대를 교만하게 만들어야 한다. 자신이 약하고 무능하다고 여기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후에 상대의 준비가 소홀한 틈을 타 타격하여야 한다. 상대방의 주의력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성동격서 방식도 취해야 한다.

그렇다.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공격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을 효과적으로 숨길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을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 위장해 상대를 미혹시켜, 상대에게 자신이 바라는 방향으로 행동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내가 강할 때 급하게 공격해 빼앗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공경스런 언사와 풍성한 예를 다하여, 약함을 나타내면서 상대를 교만하게 만들고 약점을 노출할 때를 기다려, 기회를 틈타 다시 공격해 깨뜨려야 한다.

너무 선량한 사람은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천하사람 모두 자신처럼 선량하다고 믿는다. 선량한 마음으로 상대를 대한다. 결과는? 자명하다. 오히려 상대의 사악함에 자신이 해를 입는다. 사악한 상대의 희생물이 되어 버린다. 상대방을 타격할 목적이 없더라도, 상대방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천진하고 선량하게 자신을 다 드러내서는 안 된다. 되받아칠 여지는 반드시 남겨두어야 한다.

물론 선량함은 실로 아름답다. 험한 세상에 선량함을 유지하는 것은 실로 훌륭하기에 그렇다.

도광양회의 지모는 몇 가지가 있다. 완곡하고 온순하지만 구습을 그대로 따르거나 적당히 얼버무리지 않는다. 위이(委蛇)〔뱀처럼 구불구불하다는 뜻으로 변화에 따른다는 뜻〕라 한다 ; 숨겨서 드러내지 않는다. 유수(謬數)〔그럴듯하게 꾸밈〕라 한다 ; 적을 속여 자신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 권기(權奇, 기묘한 꾀)라 한다 ; 숨기지 않으면 위기가 온다 ; 속이지 않으면 적에게 소멸될 수도 있다.

북송(北宋)시기 정위(丁謂)3가 재상을 맡고 있을 때, 조정을 틀어쥐고 있으면서 퇴청한 후 동료들이 단독으로 황제에게 상주하지 못하게 했다. 오로지 왕증(王曾)4만이 얌전하게 말을 잘 들었다. 결코 정위의 뜻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왕증이 정위에게 말했다.

   

“저는 아들이 없어 늘그막에 외로움을 느낍니다. 동생 아들을 양자로 들여 내 대를 잇게 만들 생각입니다. 황상 앞에서 은택을 구하려 하는데 퇴청한 후에 감히 황상께 아뢸 수 없으니 걱정입니다. 퇴청 후 황상께 상주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정위가 말했다. “당신 의견대로 하세요!”

왕증은 기회를 틈타 단독으로 황제를 배알할 때 급하게 문서를 전달하고 정위의 행위를 폭로하였다. 몸을 일으켜 퇴청한 정위는 몇 걸음 옮기지도 않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인종(仁宗)이 조정에 나와 정위를 애주(崖州)로 폄적시켰다.

왕증은 정위의 가혹한 요구에 복종하면서도 끝내 정위의 행위를 폭로하는 목적을 달성하였다. 도광양회의 한 사례다.

『음부경(陰符經)』5은 말한다.

“사람의 성품은 교묘함과 치졸함이 있으니 숨기고 감추어야 한다(伏藏)”

숨기고 감출 수 있어야 사업에 성공할 수 있고 적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숨기고 감추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능력이 고강하고 지능지수가 높다하더라도 적을 이기기는 쉽지 않다.

   
▲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숨기고 감춤〔복장(伏藏)〕에는 두 가지 단계가 있다. 하나가 장졸(藏拙)〔자기의 변변하지 못한 점을 가려서 감춤〕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말하는 복장이다. 가장 상용된다. 자신의 약점을 가리고 숨겨, 상대방에게 빈틈을 노려 들어올 기회를 주지 않게 만든다. 자신의 장점을 노출해 상대방에게 위협을 느끼게 만드는 방법이다.

다른 하나가 장교(藏巧)6, 장교어졸(藏巧於拙)〔재능을 감추고 졸렬한 듯이 보임〕다. 한층 빼어난 지혜다. 일반인 보다 뛰어난 자신의 재능을 과도하게 노출하면 늘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심지어 목숨을 잃는 재앙을 맞는 경우도 있다. 역사에는 그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면 상대방이 그 허실을 명확하게 파악하게 되어 방어할 조치나 대책을 미리 준비하게 만든다. 아니면 질투와 같은 설명하기 힘든 심리를 불러일으키게 만들 수도 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도광양회(韜光養晦),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 뜻이다.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등소평(鄧小平) 시기에 중국의 외교방침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인다. 성어로 도광양회는 청조(清朝) 말기에 사용되었다. 이후 중국을 개혁개방의 길로 이끈 등소평이 중국의 외교방향을 제시한 소위 ‘28자 방침’에 사용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2) 양유기(養由基, 생졸 미상), 성은 영(嬴), 양(養) 씨, 자는 숙(叔), 이름은 유기(由基, 또는 요기繇基), 춘추시대 초(楚)나라 장수로 중국 고대의 유명한 명사수이다. 원래 양(養)나라 사람이었는데 양나라가 초나라에 멸망 후 초나라 대부가 되었다.

3) 정위(丁謂, 966~1037), 자는 위지(謂之), 나중에 자를 공언(公言)이라 고쳤다. 양절로(兩浙路) 소주부(蘇州府) 장주(長洲, 현 강소 소주) 사람으로 원적은 하북(河北)이다. 북송시대 재상이요 간신이다. 왕흠약(王欽若) 등과 함께 오귀(五鬼)라 불렸다.

4) 왕증(王曾, 978~1038), 자는 요선(孝先), 청주(青州) 익도(益都, 현 산동 청주)사람이다. 북송시기 명재상이요 시인이다.

5) 음부경(陰符經), 내단 수련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도교의 대표 경전 중 하나다. 저자, 성립 시기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강태공(姜太公)이 지었다고 하는 설, 전설적 임금인 황제(黃帝)가 지었다고 하는 설이 있으나 모두 정설이 아니다. 전국시대 역사서에 언급된 것으로 볼 때 전국시대부터 당대(唐代) 사이의 어느 시기에 익명의 도사(道士)가 강태공이나 황제의 이름을 빌려 저술한 것으로 추측한다. 원래 『음부(陰符)』, 『음부경(陰符經)』, 『태공음부(太公陰符)』, 『주서음부(周書陰符)』 등 다양한 명칭으로 전해지다 당(唐)부터 『황제음부경(黃帝陰符經)』이 사용되었다. 현재는 『음부경』 또는 『황제음부경』으로 불린다. 『음부경』이 도교의 주요 경전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육조(六朝)시기부터이며 당송(唐宋) 시기에 이르러 그 중요성이 더해져 많은 학자들이 주석본을 남기기도 했다.

6) “교묘함을 졸렬함으로 감추고 어둠으로 밝음을 나타내며 깨끗함을 혼탁함 속에 의탁하고 굽힘으로 펴는 것은, 진실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항아리요 몸을 보호하는 데에 필요한 세 개의 굴이다.”(『菜根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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