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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장지계(激將之計)’를 이용해 목적을 달성하라(1)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역사에서 보는 중국인의 처세술(58)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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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5.04  09: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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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장지계란, 상대 장수의 감정을 결정적으로 자극시켜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계책, 흔히 성격이 급한 적장을 상대로 사용한다.

격장지계를 사용해 사람의 감정이나 심리를 움직이는 것을 ‘반격(反激)’이라 한다. 신호 자극에 따라 일을 진행한다. 사람을 제어 관리하는 계략 수단이다. 격장계(激將計)란, 적의 장수를 분노하게 만드는 전술, 상대방의 약점이나 자존심을 건드려 분노하게 만든 다음 그의 허점을 공략한다는 뜻이다.

“청하는 것은 자극하는 것만 못하다,”1 라고 한 속담이 이런 의미다.

격장지계에서 격장하는 수단은 언어가 될 수도 있고 행동도 될 수 있다. 목적은 하나다. 자극해야할 상대를 성내게 만들어 동요시키는 것이다. 그런 동요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일 수도 있고 화를 내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노기충천하게 만들거나 다른 감정을 유발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호기심도 좋고 성냄도 좋고 부끄러운 마음을 들게 만드는 것도 좋다. 그저 상대의 감정을 공략해 허점을 만들어 일을 성사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다.

   

오대(五代)시기 남당(南唐, 937~975)의 조왕(趙王) 이덕성(李德誠)2은 강서(江西)에 주둔하고 있었다. 현지에 세상 모든 사람의 귀천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자청하는 점쟁이가 있었다.

조왕은 몇몇 가녀(歌女)와 자기 부인을 함께 불러 똑같이 치장케 하고 동일한 의복을 입힌 뒤 정원에 서있게 한 후 점쟁이에게 여인들의 귀천을 분별하도록 하였다.

점쟁이는 몸을 낮추고 천천히 걸어 들어와서는 말했다.

“부인의 머리 위에 황색의 구름이 모였구려.”

몇몇 가녀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부인의 머리 위를 쳐다보았다. 부인만 홀로 천천히 고개를 젖혀 자신이 서있는 위쪽을 바라보았다.

점쟁이는 부인을 곧바로 가리켰다. 몇몇 가녀가 바라본 사람이 부인이었다.

이것이 바로 언어로 요점을 이끌어내어 진상을 탐지한 사례다. 역발상의 고찰 방법으로 허실을 탐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듣기 좋은 말만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의 말을 듣지도 않고 중용하지도 않으며 심지어 어느 정도 고통을 주고 나서 적당한 때에 그의 반응을 보는 실험을 한다고 치자. 그러면 대부분은 이 실험을 통과하지 못하여 사실대로 말하게 되거나 진실 된 관점을 말하게 되는 게 일반적이다.

   
▲ [조왕(趙王) 이덕성(李德誠)]

반거인(攀擧人)은 수녕후(壽寧侯)3의 문객이었다. 수녕후는 존귀한 지위와 빛나는 권세로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반거인은 권세에 의지해 공훈이 있는 국척(國戚), 권신들과 친교를 맺어 부중의 모든 군주에게 보내는 상주서를 자신이 작성하였다. 그런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상주서가 생기자 사람들이 원망하면서 그를 고발하였다. 조정은 사건을 형부에 보내어 처리토록 하였다.

형부랑중 한소종(韓紹宗)4이 반거인의 상황을 잘 알고 있어 그를 붙잡아올 준비를 했다. 당

시 반거인은 수녕후의 저택에 숨어있었다. 은밀하게 숨었지만 한소종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를 끄집어냈다.

반거인이 옥에 갇히고 며칠 뒤 어느 아침에 한소종이 문을 나서는데 종이 뭉치가 땅 위에 떨어져 있었다. 주워 읽어보니 반거인의 죄목이 하나도 빠짐없이 적혀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반거인의 죄가 극악무도해 사형에 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한소종이 읽고서 웃으며 말했다.

“반거인이 영리하고 임기응변에 능하구나. 그의 은밀한 일까지 이처럼 자세하게 쓴 것을 보니 분명 반거인 본인이 쓴 게 분명하다.”

심문하자 반거인은 자신이 쓴 것이라고 이실직고 하였다.

반거인의 감방 동기가 그 일을 듣고는 이상하게 생각하여, 왜 그렇게 했냐고 묻자 반거인이 대답하였다.

“한소종 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쉬이 받는 인물이 아니올시다. 권세를 가지고 그의 생각을 바꿀 수는 더더욱 없지요. 살길을 구한다면 반드시 죽일 것이요. 지금 다른 사람들이 모두 죽여야만 된다고 하니 살길이 생길지도 모르지요. 그렇게 한 것은 내 계책일 따름이오. 운을 믿어보는 것이지요.”

   
▲ 제주국제대 이권홍 교수.

한소종이 반거인에게 말했다.

“그렇게 할 필요까지야 없지 않잖소. 당신의 죄행도 본래 사형까지 받을 건 아니잖소.”

반거인을 요녕성에 수자리하도록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반거인과 한소종 모두 똑똑한 사람이었다. 격장지계를 이용해 칭찬하지 않을 수 없는 지능적인 국면을 연출해 내었다. 그 속에 담긴 지모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청장불여격장(請將不如激將)’, 청하는 것은 자극하는 것만 못하다. 자극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다. 권유하고 타이르는 것은 말로 자극해 스스로 분발하게 하는 것보다 못하다 ; 권장하는(타이르는) 것보다 분발하게 자극하는 편이 낫다는 뜻이다. 좋은 말로 부탁하는 것보다 반어법으로 자극하는 것이 효과가 좋음을 비유한다.(『서유기(西遊記)·제31회』)

2) 이덕성(李德誠, 863~940), 원래 남오(南吳, 902~937)의 중서령(中書令)이었다. 제왕(齊王) 서지고(徐知誥)를 도와 오(吳)나라를 건국케 한 최대 공신이다. 남오(南吳) 천조(天祚) 3년(937), 서지고가 즉위해 국호를 제(齊)라하고 남당(南唐)을 세운 후 연호를 승원(升元)이라 했다. 승원 3년(939), 국호를 당(唐)이라 고치고 성은 이(李), 이름은 승(昪)으로 바꿨다. 이덕성을 조왕(趙王), 태사, 중서령에 봉했다. 이듬해 6월, 이덕성은 병으로 죽었다.

3) 장학령(張鶴齡, 생졸 미상), 명(明)대 인물, 1492년에 부친 장만(張峦)의 작위 ‘수녕백(壽寧伯)’을 계승하였다. 나중에 ‘수녕후(侯)’로 승급되었고 가정(嘉靖) 초에 ‘창국공(昌國公)’으로 승급되었다.

4) 한소종(韓紹宗, 생졸 미상), 자는 유준(裕俊), 섬서(陝西) 서안부(西安府) 사람으로 명(明)대 정치인으로 진사(進士)다. 성화(成化) 14년(1478), 무술과(戊戌科) 회시에 참가해 공사(貢士) 19등에 급제하였다. 증조부는 한공(韓恭), 조부는 한자숙(韓子肅), 부친은 한현(韓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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