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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중의 숲길 산책 (7)] 평화의 상징 구럼비 나무 ... 표준어는 까마귀쪽나무

 

노루 한마리가 숲 속에서 튀어 나오다가 눈을 마주치자 다시 후닥탁 숲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또 놓쳤다.

 

봄을 시샘하듯 폭풍 같은 바람의 차가운 기운으로 대지는 다시 움츠려 들었다. 북풍인지 동풍인지도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여러 방향에서 몰아치는 바람에 한적한 사찰 전각 처마에 매달린 풍경이 흔들리며 맑고 은은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고요한 숲길에서 들려오는 풍경 소리는 사람들의 온갖 잡념을 가라앉히는 항상 그리워해도 좋은 소리다. 전각의 처마에 그려진 문양과 색상은 많이 퇴색해 졌지만 정취가 물씬 풍긴다.

 

 

사찰 밖에는 물감을 뿌려 놓은 듯 짙은 초록색 보리밭을 배경으로 강렬하게 눈부시도록 유난히도 짙은 빨간색 꽃이 조화가 잘 어우러진다. 짙은 립스틱을 바른 여인처럼 멀리서도 한 눈에 확 들어왔다. 매화와 유사한 명자나무(산당화) 한그루다.

 

이육사 시인의 '광야'에서와 같이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홀로 꽃을 피워 향기를 피운다. 그 향기는 숲길에까지 가득하다.

 

서울에서 온 중년 부부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와아!” 연신 감탄하면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차를 타고 가다가 멀리서도 화려한 붉은 꽃잎이 눈에 띄어 일부러 와 봤단다.

 

 

이 사찰은 그 해 4월 불 태워져 이후에 새로 건립되었다. 그 때 붉은 꽃잎이 된 무고한 영혼을 위하여 부처님의 자비를 기원하려고 사찰에서 심어 놓은 듯하다.

 

다시 숲길을 돌아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아무런 불평도 없이 어디에서나 잘 자라는 상록수 구럼비 나무를 살펴보기로 했다.

 

'까마귀쪽나무'라는 표준말 대신에 농민들은 '구럼비낭'이라는 친구같이 만만한 이름을 붙여 주었다. 거센 바람과 소금기가 많은 바닷바람을 견디며 바닷가 바위 틈에서 잘 자란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기도 하다.

 

까마귀가 이 열매를 먹을 때 쪽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름을 지었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해녀들이 바닷가에 자라나는 구럼비 나무 열매를 따 먹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구럼비 나무는 바닷가에서 흔하게 자라지만 이 나무는 바닷가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숲길에 홀로 서있다. 매일 차가운 북풍을 마주치는데도 나뭇잎 하나 흔들림 없이 버티어 있으면서도 열매를 맺었다.

 

주변에 의지할 바람막이가 없어도 워낙 생명력이 강하여 어디서든지 뿌리를 내린다. 감귤 과수원과 집 울타리에서 말없이 차가운 바람을 막아 주어 농민들은 고마움을 이해한다. 그러나 특별한 관심을 받지는 못하는 듯하다.

 

그래도 한 때는 평화 운동가들이 “구럼비야 사랑해!”라며 해군기지 반대 운동의 상징으로 뜨거운 사랑을 한 몸에 받기도 했었다. 나중에 이들을 만날 기회가 있다면 “구럼비를 변함없이 사랑하는지?” 물어 볼까 한다.

 

구럼비 나무를 기억하며 평화를 기원한다면 먼 훗날에는 평화를 상징하는 전설로 전해 질 수도 있다.

 

구럼비 열매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알려져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었다. 마침 소담스럽게 열매를 맺어 손가락으로 느껴지는 촉감은 알차고 튼실하다. 좀 지나서 5월에 열매가 까맣게 익으면 “어디에 좋다더라!” 며 누군가가 채집해 가기도 한단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주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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