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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흰 망아지가 문틈 사이로 휙 지나가는 순간과 같다. 백구과극(白駒過隙)이라는 옛 선인들의 말씀을 곱씹게 되는 요즘이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2년의 시간이 됐다. 취임하면서 두 가지에 역점을 두었다. 산적한 현안을 풀어내는 것, 그리고 변화된 환경에 맞는 JDC 미래비전을 세우는 것. 

 

당시 사람들은 “예래단지 문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라고 이구동성으로 만류했다. 이미 법적 소송 절차가 진행되는데, 어떻게 협상이 가능하겠냐는 말이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한 번 부딪쳐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거절당하면서도 지속적으로 해외투자자와 만남을 시도했다. 칠전팔기 자세로 계속 두들겼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버자야그룹 탄스리 회장과의 만남이 마침내 성사됐다. 지성(至性)이면 감천(感天)이라는 진리를 깨우치는 순간이었다. 탄스리 회장을 비롯해 버자야그룹과 29차례 만나면서 분쟁의 실마리들을 하나씩 풀어갔다. 급기야 작년 6월 버자야 그룹은 JDC만이 아니라 제주도와 대한민국을 상대로 한 4조5천억 규모의 모든 소송을 취하하기로 합의했다.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이다.

 

서귀포 헬스케어타운은 중국의 해외투자 제한정책으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다. 취임하자마자 녹지그룹 장옥량 회장을 만났다. 그런데 대뜸 “대한민국 정부가 하라는 대로 했다. 혹시 우리가 잘못한 게 있냐?”라고 물었다. 민주주의 체제의 특성에 대한 설명을 드렸다. JDC와 녹지그룹의 신뢰관계는 변함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제주 물허벅의 물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라며 팔(8)자 매듭으로 정성스럽게 묶은 물허벅을 선물했다. 그리고 상호 협력과 중단된 공사를 재개해 줄 것을 성심을 다해 요청했다. 혼신의 힘을 다했다. 지극한 정성(精誠)이 통했다. 공사재개 금액 1,072억 원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이뤄졌다. 이는 중국정부의 외화반출 정책의 미세한 변화까지 이끈 셈이다. 

 

힘들고 어렵고 좌절을 맛볼 때마다 항상 <중용 23장> 구절을 되뇌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중략)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발표한 JDC 미래비전 용역 결과에 대해 제주사회 내에 이러저러한 평(評)들이 많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이번 JDC 용역 결과는 18개월 동안 내부 구성원들이 치열하게 토론하며 뼈아프게 만들어낸 JDC 반성문이다. 이름도 바꾸고, 위상과 역할도 모두 싹 바꾸겠다는 JDC 혁명 선언문이다. 더 깊이 제주도민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JDC 구애(求愛) 편지다. 토마스 쿤이 말하는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가 일어난 것이다.  

 

이제 JDC는 주어진 프로젝트만 수행하는 ‘개발자(Developer)’가 아니다. 제주를 국제 경쟁력이 있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 제주의 산업을 연결하고 융합하고 상생과 협업을 이끄는 ‘통합자(Integreater)’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제주는 더 이상 ‘홍가포르 모델’을 미래 방향으로 삼을 수 없다. 이제 제주는 생태·환경과 평화·인권이 살아 펄떡거리는 ‘동양의 제네바 모델’ 로 나가야 한다. 

 

여전히 JDC는 해야 할 일이 많다. 예래동 토지주 소송을 잘 마무리하고, 도민이 공감할 사업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상실감을 줬던 제주도민들에게 희망의 새싹을 보여줘야 한다. 헬스케어타운도 올해 10월 준공될 의료서비스센터에 입주할 의료기관과 관련 연구소 유치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그래서 부족한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해 서귀포시민이 더 건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2첨단 단지도 올해 인허가를 마치고 착공해야 한다. 제주형 4차 산업 플랫폼, 제주의 실리콘밸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그래서 제주의 청년들이 더 큰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 

 

JDC에 주어진 그 어떠한 과제도 피하지 않을 것이다. 온몸으로 부딪칠 것이다.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고 싶다. 진심으로 ‘JDC가 있어 제주가 행복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 문대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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