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하고 사라진 오빠가 40여년 만에 여동생과 극적으로 다시 만났다.
10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기도 이천 출신인 구성회(73.서귀포 성산읍)씨는 지난 8일 여동생 구옥자(66.여.경기 남양주)씨와 40여년 만에 제주에서 상봉했다.
구 할아버지는 1980년대 경기도 안성에서 벽돌공장을 운영하다 자금난에 처하자 당시 신혼부부였던 여동생에게 집 보증금인 2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돈을 갚을 수 없게 됐다. 구 할아버지는 이후 여동생과 연락을 끊고 다른 지역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여동생은 이 일로 남편과 싸우고 1년 간 별거하는 등 불행한 시기를 보냈다.
이후 구 할아버지는 1987년 제주로 입도해 선박 폐선 사업과 농사 일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벌어 자수성가했다.
여동생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품었던 구 할아버지는 몇 년간 여동생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이에 구 할아버지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다"며 지난 6일 성산파출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민원을 접수한 성산파출소는 구 할아버지가 알려준 여동생의 이름을 조회해 경기도 남양주시 모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7일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통해 드디어 연락이 닿았다.
경찰은 여동생에게 "오빠가 찾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여동생은 처음엔 보이스피싱을 의심했다. 경찰이 오빠 이름을 말했을 때는 오빠가 노숙자로 숨져 연고자를 찾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했다.
여동생은 연락을 받은 다음 날인 지난 8일 오후 4시30분경 제주행 비행기를 탔다.
드디어 여동생과 만난 구 할아버지는 "미안하고 고맙다. 지금이라도 돈을 갚겠다"며 현금을 건넸다. 그러나 여동생은 구 할아버지의 사과를 받아들이면서도 돈은 한사코 거절했다.
경찰의 도움으로 40여년만에 제주에서 상봉한 남매는 성산파출소를 찾아 감사인사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