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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특별법 20년 ... 더 가야 하건만 가지 못하는 신세1999년12월16일 국회 통과 ... 개정안 발의됐지만 '자동폐기' 불안
고원상 기자  |  kws86@jnur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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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2.16  11: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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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16일 국회 본회의장. 의사봉 소리가 세번 울렸다. 50여년 쌓인 한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20년 전 4.3특별법이 통과되던 날이다.

누군가는 ‘기적같은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4.3특별법의 처리는 한 치 않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다수가 4.3의 이름 아래 모였고, 제주와 국회를 오가며 4.3특별법의 처리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런 상황에서 보수단체의 반발도 이어졌다. 하지만 엇나갈 것 같던 톱니바퀴가 가까스로 맞물리기 시작하면서 4.3특별법의 처리를 향한 시계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래적으로 발의된지 한달도 안돼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기적처럼’ 통과된 4.3특별법도 4.3으로 고통받은 제주도민들의 염원을 이뤄주기에는 부족하기만 했다.

특히 유족과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 문제와 4.3 당시 군사재판의 무효화를 통한 수형인들의 명예회복 문제 등이 지적됐다. 제정되고 2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그 후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를 위해 추가 진상조사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목소리를 담아 2017년 12월19일 4.3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오영훈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을)의 대표발의안이었다.

하지만 20년 전 4.3특별법 통과의 어려움을 재현이라도 하듯 개정안의 처리는 아직까지 요원하기만 하다.

   
▲ ▲ 1999년 12월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4‧3특볍법안 통과를 선언하는 박준규 국회의장.

◇20년 전 ‘기적’ 같았던 4.3특별법 처리=20년 전 만들어져 지금까지 4.3의 명예회복과 진상조사에 있어 큰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4.3특별법의 제정에 대한 목소리는 1990년대 들어 산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1996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제주4.3특별법 제정 촉구 시민대토론회’를 통해 4.3특별법이 법조문의 틀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뒤를 이어 1997년 들어 공개적인 토론회 자리에서 4.3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제정을 향한 본격적인 물살이 만들어졌다.

1998년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특별법 제정을 향한 움직임이 더 커지기 시작했다. 4.3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그럼에도 정작 정부의 움직임은 미온했고 1999년 초 ‘제주4.3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도민연대’가 구성되면서 정부를 향한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그해 4월3일에는 정부의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시위가 서울시내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4.3도민연대의 활동에는 한계가 있었다. 3월 구성 이후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4.3특별법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지만 도민 사회의 전폭적인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돌파구를 찾기 위한 방안으로 그해 10월 도내 24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4.3특별법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가 닻을 올렸다. 연대회의는 본격적으로 1999년 중으로 4.3특별법을 처리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당시 여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 내부에서는 4.3특별법 제정을 두고 의견이 갈렸다. 빠르게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입장과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선 것이다. 그보다 앞서 당시 한나라당은 11월 4.3특별법을 발의한 상황이기도 했다.

국민회의의 미온적 움직임에 대해 4.3연대회의는 상경 투쟁 및 시위를 이어갔다. 그러던 중 4.3연대회의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김성재 수석과의 만남이 이뤄졌고 이 만남 이후 “4.3특별법 제정을 우선 추진하라”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말이 국민회의 측에 전달됐다.

대통령의 말은 1999년 11월28일 나왔다. 그 이후 나흘만에 추미애 의원을 중심으로 국민회의 소속 의원 103명을 발의자로 한 4.3 특별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국민회의의 4.3특별법안은 한나라당 법안과 조율과정을 거쳤다. 그 와중에 몇가지 수정을 거치고 그해 12월13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서 4.3특별법 단일안이 나왔다. 그 안에는 4.3연대회의의 목소리가 녹아들어가기도 했다.

보수단체에서 반발이 있기는 했지만 이미 국회에서 여야가 목소리를 모아 만든 4.3특별법의 처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1999년 12월16일 오후 3시23분, 본회의에서 의사봉이 울렸고 4.3특별법은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여당의 미온적 움직임으로 처리가 불안했던 4.3특별법은 연대회의의 적극적 움직임에 대통령의 뜻과 야당의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톱니바퀴가 맞물린 순간 속도를 냈다.

한 달 뒤 김대중 대통령의 4.3특별법 제정 서명식이 열렸다. 2000년 1월12일 4.3특별법이 공표됐다.

   
▲ 2000년 4.3특별법 제정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법령 공포문에 서명하는 장면.

◇유족의 염원 담은 4.3특별법 … 개정안은 나왔지만=20년간 4.3특별법은 4.3의 명예회복과 진상조사에 큰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4.3유족의 염원을 반영하기에는 부족한 부분도 있다는 지적이 따라붙었다.

특히 추가적인 진상조사와 유족 및 희생자에 대한 배.보상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4.3 당시 군사재판을 통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야만 했던 4.3수형인들에 대한 명예회복 문제도 지적됐다.

유족들의 이런 목소리를 담아 오영훈 의원이 2017년 12월19일 개정안을 발의, 국회에 제출했지만 2년이 다 되도록 아직도 제자리다.

   
▲ 제주4.3희생자유족회가 지난 10월18일 오전 11시 서울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4.3특별법 개정 쟁취를 위한 총궐기 대회’를 갖고 4.3특별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요구하면서 상복을 입은 채 삭발 투쟁을 하고 있다.

4.3유족들이 연내처리를 촉구하며 지속적으로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고, 제주도정 역시 지속적으로 국회를 방문, 처리를 촉구하고 있지만 선거법 개정안 패스트트랙 문제로 ‘식물국회’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관 상임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유족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4.3특별법의 연내 처리는 사실상 불발될 가능성이 높다. 행정안전위원회가 열리게 되면 법안소위에서 다루는 것으로 어느 정도 논의는 됐지만 행안위 자체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오 의원 측은 내년 2월로 예정된 국회 임시회를 마지노선으로 삼고 있다. 20대 정기국회가 끝난 상황에서 기대를 걸 수 있는 곳은 임시회 뿐이다. 국회 임시회는 일반적으로 짝수 달에 열린다. 2월 임시회 이후 본래 4월 임시회가 열려야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임시회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6월에는 20대 국회가 끝난다. 그렇기에 사실상 2월이 마지막 기회다.

2월 임시회에서도 처리가 불발될 경우는 사실상 자동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제주도 역시 2월 임시회를 바라보고 있다. 제주도 관계자는 “각 당에서는 긍정적인 답변을 주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회에서 행안위가 열리지  않고 지연되고 있다”며 "2월 임시회를 마지막 기회로 보고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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