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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예부인(花蕊夫人)은 누구인가?(2)이권홍의 '중국, 중국인'(227) ... 중국사에 담긴 미스테리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  lee@je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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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7.23  09: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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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창은 향락이란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송 태조가 후촉을 멸한 후 시위들은 송 태조의 뜻에 따라 물건들을 수습했는데 그들은 맹창의 소변기까지도 거두어 갔다. 소변기라면 더러운 것일 터인데 시위들은 어째서 그것을 가지고 가서 태조에게 바쳤을까?

맹창의 소변기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칠보로 단장해 정미하기 그지없었다. 시위들이 보고는 무척 기이하게 여겼지만 감히 속일 수 없어 가지고 가서 태조에게 보였던 것이다.

태조가 맹창의 소변기를 보고는 그런 장식을 했다는 데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여 “소변기를 칠보단장했다면 무엇으로 음식을 저장하였던 것인가? 사치가 이 정도인데 어찌 망하지 않겠는가!” 탄식하며 시위들에게 가지고 나가 부숴버리라고 하였다.

   

맹창은 또 어떤 것이 탐닉인지를 잘 알았던 인물이다. 그는 촉 지역의 미녀들을 광범위하게 징집해 후궁으로 충당하였다. 비빈 이외에 다시 12등급을 두었다. 그중 가장 총애를 받은 인물이 ‘화예부인’ 비(費) 귀비다.

맹창은 매일 궁녀들 틈에 싸여 살았다. 연회가 끝날 때 쯤 여가가 생길 때마다 화예부인과 함께 후궁의 미녀들을 어전으로 불러들여 친히 선발하였다. 자태가 우아하고 매혹적이거나 용모가 아름다우면 높은 지위에 봉했다. 그 등급 순위는 공경대부와 같았으니.

매월 향분은 내감들이 전문적으로 관리하였다. 그것을 ‘월두(月頭)’라 하였다. 금자를 내릴 때에는 맹창이 친히 감시하였다. 궁녀들이 수천이나 됐으니 급여를 내릴 때에는 모든 궁녀들이 황제의 침소 앞에서 한들한들 걸으며 친히 받도록 하였다. 이를 ‘매화전(買花錢)’이라 하였다.

맹창은 날마다 먹는 것들이 예부터 있었던 것들이라 진부하다 여겨 싫다며 젓가락질도 하지 않았다. 화예부인은 기발한 착상을 하였다. 하얀 양의 머리를 붉은 생강으로 삶고 단단하게 말고는 돌로 눌러 술에 담가 두고서 술맛이 배게 만든 후 종이처럼 얇게 썰어 어전에 올렸다. 무한한 맛을 지닌 이 음식을 ‘비양수(緋羊首)’라 하기도 하고 ‘주골조(酒骨糟)’라고도 한다.

맹창은 음력 초하루에는 반드시 소식하면서 특히 ‘마’를 즐겼다. 화예부인은 마를 얇게 썰고서 연 가루와 고르게 뒤섞어 오미를 첨가해 만드니 맑은 향기가 코를 찔렀다. 은색처럼 새하얘 달을 보는 듯했기에 궁중에서는 ‘월일반(月一盤)’이라 불렀다.

맹창은 더위를 가장 두려워했다. 무더운 여름날이 되면 천식을 느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마하지(摩河池)에 수정궁전을 지어 피서하였다. 그중 대전 세 칸은 남목(楠木, 향기 나는 나무로 특히 흐리고 비 오는 날 진한 향기를 풍김)으로 기둥을 만들었다.

진향 향기로 기둥을 삼고 산호로 창을 냈으며 벽옥으로 문을 만들었다. 사면의 벽은 벽돌을 사용하지 않고 경관이 확 트이게 유리로 상감하고 내외가 환하게 보이도록 하였다. 궁궐에서 명월주를 옮겨다 놔 야간에 빛을 발하게 만들었다. 사면이 푸른 비취들이 흔들거렸고 붉은 다리는 은은하게 빛을 발했다.

이때부터 성하의 밤이면 수정궁에는 교초(鮫綃) 휘장이 드리워졌고 청옥의 배게, 찬 죽점, 비단 이불이 마련되었다. 맹창과 화예부인은 밤마다 그곳에서 소요하였다. 그런 밤이면 눈처럼 하얀 연뿌리와 시원한 자두가 준비돼 있었고.

맹창이 한번은 술에 취했다. 그런데 사지가 무기력해졌다. 몸이 흔들렸다. 화예부인의 향긋한 어깨에 기대 천천히 수정궁 앞으로 나아가 자단(紫檀) 의자에 앉았다. 그때 누각을 따라 별들이 선회하였고 옥으로 만든 줄이 낮게 흔들렸다.

맹창과 화예부인은 어깨를 맞대고 앉아있었다. 맹창은 부인의 섬섬옥수를 잡았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기슭의 버드나무는 꽃 모양으로 마하지에 비췄다. 옆으로 비꼈다가 흔들흔들 거리기도 하였다.

맹창은 고개를 돌려 부인을 봤다. 엷은 청색의 매미 날개 같은 비단 단삼을 입고 있었다. 안쪽으로는 금으로 두른 꽃으로 수놓아진 가슴 가리개가 은은하게 보였다. 젖무덤이 살포시 비췄다. 단삼 아래에서 그림처럼. 빙기옥골이요 분바른 얼굴에 앵두 같은 입술이 아니던가. 유별나게 아름답고 부드러웠다. 혼을 뺏었다. 맹창은 감정을 억제하지 못했다. 부인을 끌어 당겼다.

부인은 운환(雲鬟)을 드리우곤 미소를 지으며 “이처럼 좋은 밤, 풍경은 우릴 오갈 데 없이 만드는데. 시사에 능하신 폐하께서 어찌 시를 지어 유아한 경치를 읊지 않으시는지요?”라고 말했다. 맹창은 “그대가 음을 맞춰 읊겠다면 짐이 당장 써주지!”라고 하였다. 부인은 “폐하께서 그런 정취가 있는데 천첩이 어찌 감히 따르지 않겠나이까?”라 답했다. 맹창이 크게 기뻐하며 지필을 가져오게 한 후 일필휘지한 후 부인에게 건넸다. 부인은 글을 받들고 교성어린 목소리고 읊었다.

   

“얼음 같은 살결 옥 같은 자태 깨끗하기 그지없고 물가의 전각에 바람불어오니 그윽한 매화향기 가득하여라. 수놓은 발 사이로 달은 사람을 엿보고 베개에 기대니 비녀 비뚤고 머리는 흐트러졌어라. 일어나니 아름다운 문은 소리도 내지 않고 때때로 성긴 별 은하수 건넌다. 서풍이 언제 불어오나 헤아려보니 흐르는 세월 암암리에 바뀔까 두려울 뿐이구나.”(冰肌玉骨清無汗.水殿風來暗香滿.繡廉一點月窺人,欹枕釵横雲鬢亂.起來瓊户啓無聲,時見疏星渡河漢.屈指西風幾時來,只恐流年暗中換.)(「목란화木蘭花」)

 

 

 

 
▲ 이권홍 제주국제대 교수.

그러나 촉의 군주 맹창과 화예부인은 흐르는 세월 속에서 음악을 듣고 사냥하며 연회를 베풀고 시를 읊고 있을 때, 중원에서는 후주(後周)의 조광윤(趙匡胤)이 곽위(郭威)를 흉내 내며 ‘황포가신(黄袍加身)’의 극을 연출해 후주를 대신해 군림천하하고 있었다.

국호를 송(宋)이라 정하고 군대를 정비해 남정북벌하면서 그 칼끝은 점점 후촉을 향해 오고 있었다. 화예부인은 맹창에게 누차 정신을 가다듬어 치국에 주력하여야 한다고 권하였지만 맹창은 촉나라 지역은 험난한 지세를 갖추고 있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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