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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태의 [퓨전제주무림(武林)(8)] “석달이면 충분”VS“친희룡공 재결집 역효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밤이었다. 불도 켜지 않은 민노총 제주본부방에 재야무림 검객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나같이 눈엔 핏발이 서 있었다. 수많은 검객들이 운집했지만 숨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드르륵’ 소리와 함께 두터운 암막커튼이 쳐진 후 오십 촉 백열등이 켜졌다. 무림 2019년 6월 18일 오후 7시 30분이었다.

 

토론비무 좌장을 맡은 영표훈장이 개회 선언을 하며 말했다.

 

“단상에 올라온 검객들의 안전을 위해 닉네임을 부여합니다. 보안을 위해 지역어를 사용해주십시오. 국정원 검객 대부분이 한양 출신이어서 지역어를 쓰면 알아듣지 못한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검객들 책상 앞으로 타로카드가 한 장씩 놓여졌다. 모두들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집어 들었다.

 

닉 퓨리(영표훈장, 제주무림대학 훈장), 호크아이(승수거사, 비례민주주의연대 방주), 아이언맨(장원검, 민노총제주방 책사), 헐크(덕종검, 민노총제주방주), 토르(호진검, 제주주민자치연대방 방주), 캡틴 아시아(희삼검, 노동당제주도당 당수), 블랙 위도우(경미검, 제주녹색당 공동 당수) 순으로 정해졌다. 운명이었다.

 

그들 앞엔 A4지로 만든 두터운 비급서가 한 권씩 놓여 있었다. 맨 뒷장 하단을 보니 41페이지라고 적혀 있었다. 제목은 ‘제주민중무림연대 1차 주민소환 토론회’. 심혈을 기울여 짠 비책이 빼곡이 차 있는 비급서였다.

 

토르가 볼펜을 망치처럼 잡고 바닥을 내리치며 울분을 토해냈다. 때마침 창밖에선 천둥소리가 지축을 흔들었다.

 

“희룡공이 영리병원무공 꺼내실 때 확 불 솔라야 핸 마씸. 정세판단이 미진해수다게.”

 

잠시 숨을 고른 토르는 좌중을 둘러보며 자신했다.

 

“민중연대무림소속 천명이 백 명씩만 서명 받아도 십만 명이라 마씸. 이녁들이 할당량을 받으면 우리 조직력 수준에서 석 달이면 끝낼 수 이수다.”

 

이날 토르가 밝힌 주민소환 발의 가능 서명수는 5만 3000명(2018년 6월 기준). 주민소환투표 방(榜)이 내걸리면 그 즉시 희룡공 직무가 정지된 후 선거운동을 거쳐 주민소환투표가 실시된다. 유권자 삼분의 일 이상 투표에 과반수 이상을 얻으면 희룡공은 제주맹주 자리를 박탈당한다.

 

토르는 제주대학무림 총학생회장, 제주지역 대학무림협의회 의장을 지내며 강단을 단련시킨 인물. 그를 보면 영화 ‘신세계무림’ 격투신이 연상된다고 한다. 선혈이 낭자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피투성이가 된 황정민이 외친 절규. ‘드루와 드루와’.

 

언론무림인 시절엔 필만 꽂히면 퇴근거부 초식을 구사해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다방면의 인맥은 그의 강점 중 하나. 그중 제주무림대학 총학생회장 모임 인맥이 돋보인다. ‘용암회(鎔岩會)’라 불리는 방파다. 30년 가까이 살아남아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공식 회합은 일 년에 네 번. 그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가는지는 그들만 안다. 멤버를 보면 중원무림 의원인 제을맹주 영훈처사, 서귀맹주 성곤처사, 도의회무림 의장출신인 희수거사, 도의회무림 의원인 길호처사 등이 있다. 언론무림인은 철수검자, 용철검자가 포진했다. 최근 대림공자의 최측근으로 불리며 부름을 받은 진혁 JDC방 소통협력 책사도 용암회 핵심 멤버다.

 

다시 토론비무장. 화를 참지 못해 녹색이 된 헐크가 가슴을 두드리며 외쳤다.

 

“게난 마씸. 희룡공은 주민소환 대상이 되기에 적합한 조건을 이미 갖춰수다. 우리가 결단하지 못한다면 부당한 권력과 공생을 택하는 거라 마씸.”

 

캡틴아시아가 방패를 등 뒤로 집어넣더니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 봤다.

 

“주민소환은 성공률이 호끔 밖에 어수다. 친희룡공 전선의 재결집이라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이수다. 성공적인 주민소환을 허젠 허민 다양한 반희룡공 토대부터 만들어야 되주 마씸.”

 

머리부터 발끝까지 퍼펙트 패션으로 무장한 블랙 위도우가 숱 많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말했다.

 

“영리병원 무공 반대 할 때 였으예. 희룡공 퇴진운동이 한창일 때 진용을 마련하지 못했으예. 한 발 물러나 있던 게 윽쑤로 뼈 아픕니다. 상황을 지켜보느라 그랬다 아입니까. 희룡공 퇴진 사유는 쌔리 뺐습니다. 태환노사와 판박이 수준이라예.”(부산어 번역=진현검)

 

방청석에 앉아 있던 안나낭자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슈퍼 히어로가 모두 모였군. 희룡공 주민소환 어벤져스가 결성되는 건가? 혹시 모르지. 대림공자 캠프 출신 무림인들도 몰래 돕는다면 제주무림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 들거야.”

 

그때였다. 아이언맨이 일어서더니 무언가를 꺼냈다. 방청석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강정태는? =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산업경제학과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 조아농장(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닭을 키우며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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