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 확.포장 공사의 토대가 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보고서가 거짓으로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제주녹색당과 '비자림로를지키기위해뭐라도하려는시민모임'은 17일 오후 1시 제주도청 앞 천막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비자림로 도로건설공사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 작성됐다"면서 비자림로 건설 사업의 전면재검토를 촉구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자림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 식재조사표를 공개했다. 

해당 식재조사표는 1.5~2km가량 떨어진 서로 다른 지점에서 조사했는데도 조사 시간과 좌표가 같고 똑같은 식생표에 지점번호만 바뀌어서 작성돼 있다. 

이들은 "약 2km 떨어진 두 지점을 같은 좌표로 표시하고 조사시간도 동일한 시간에 이뤄졌다.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와 관련해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한 업체가 조사표를 복사해 사용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고서에는 1번 지점인 대천 사거리와 3번 지점인 거슨새미오름의 조사표는 곰솔의 피도와 DBH 숫자가 교차 배열돼있다.

1번 지점 조사표는 피도 3.3, DBH 39인 반면 3번 지점 조사표는 피도 39, DBH 3.3으로 작성돼 있다.

'피도'는 일정 면적 중 각 식물이 점령하는 면적을 계산한 비율을 말한다.  ‘DBH'는 가슴높이에서 측정한 나무의 지름인 흉고직경을 의미하며 cm단위로 표시된다.

이 식생조사표에 따르면 3번 지점에서 관측된 곰솔의 가슴높이 지름이 3.3cm라는 말이 된다.

이들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한 업체가 서류를 조작하려고 했다면 좌표와 조사시간을 다르게 표시해야 했지만 조사표의 내용만 살짝 바꿔뒀을 뿐"이라면서 "이는 조사표 작성자가 전문가가 아니라는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해당 용역업체에서 한 모든 환경영향평가를 재검증해야 한다"면서 "엉터리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로 진행된 비자림로 공사는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제주시 대천교차로부터 금백조로 입구까지 2.9㎞ 구간을 3개 구간으로 나눠 왕복 4차선으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제주도는 2014년 5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비자림로 도로건설공사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했다. 조사 당시에는 공사계획 구간과 주변지역에 팔색조, 황조롱이 등의 법정보호종 및 붓순나무 등의 희귀식물이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이 지난 28일 공사구간에서 법정보호종인 멸종위기 팔색조와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희귀식물인 붓순나무 등이 확인됐다고 알려왔다.

이에 영산강유역환경청은 공사구간 및 주변지역에 법정보호종 등의 서식여부에 대해 관련 전문가를 통한 정밀조사와 적정한 대책을 수립할 것을 제주도에 요청했다. 

제주도는 이를 받아 들여 지난달 30일자로 공사를 일시중지했다. 오는 28일까지 정밀조사단을 통해 공사구간 및 주변지역에 법정보호종 등의 서식여부를 확인, 적정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