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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부수려고 작정을 했네"강정태의 [퓨전제주무림(武林)(6)] 업자 사기 행각에 놀아났던 제주도.남제주군
강정태  |  kjt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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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6.17  09: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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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초 송악산 개발 논란을 불러온 N리조트의 사업 초기 풍경이다. 사업을 알리는 조감도가 사업지구 인근에 세워졌다. [제이누리DB]

“새천년이 시작된 이맘때였어. 금지된 무공이 인터넷수련장을 할퀴기 시작했어. 차마 눈 뜨고 볼 없는 광경이었지. 정체를 알 길이 없었어. 그 무공은 비겁하게 몸을 숨기고 비수(匕首)를 던지거든. 너무 야비하고 사악해서 금지된 무공이었어.”

반야검의 말이 끝나자 엄마검객들이 합장을 하고 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영화 백투더퓨처(Back To The Future)에서 익히 알려진 백투더패스트(Back to the Past)무공이었다. 빔프로젝트가 쏘아 올린 듯 한 영상이 송악산 잔디광장에 펼쳐졌다. 화면이 쏜살같이 거꾸로 흐르다 어느 순간 멈췄다. 반야검이 손가락 하나를 까닥거리자 영상이 시작됐다.

“근민노사가 제주무림을 장악했던 무림 2000년 6월이야.”

반야검의 내레이션이었다.

깊은 밤, 책상 파티션에 몸을 숨긴 한 자객이 보였다. 그는 무엇이 재미있는지 컴퓨터 화면을 쳐다보며 연신 키득 거리고 있었다. 그의 안경알에 컴퓨터 화면이 반사됐다. ‘사이비 기자무림인’, ‘환경단체 하수인’이란 글자가 보였다.

장면이 바뀌었다. 제주포도청에서 브리핑이 끝날 무렵 근민노사가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오버랩 됐다.

고개를 숙인 근민노사가 말했다.

“사이버무공범죄와 관련, 물의를 빚게 돼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다시 바뀐 장면에선 포청천처럼 생긴 한 무림인이 법복을 입고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주도청 등은 언론무림인과 환경운동방 등에게 1700만금을 배상하시오.”

‘삐익’ 소리가 울리더니 화면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고개를 갸웃거리던 안나낭자가 반야검에게 물었다.

“한 달 동안 수백 개의 비수가 두 명의 언론무림인과 환경운동연합방을 공격했지. 사이버여론조작무공사건이었지. 잡고 보니 자객은 H였어.”

“어떻게 잡혔죠?”

검은 느리지만 발과 두뇌회전이 치타처럼 빠르다는 치타낭자가 묻자 반야검이 싱긋 웃더니 말했다.

“금지된 무공의 금기를 몰랐던 탓이었지. 제주포졸의 IP추적초식 한방에 덜미가 잡혔어. 자기 컴퓨터에서 비수를 던졌거든. 주변엔 CCTV 없는 PC방도 즐비했는데 말이야.”

H는 당시 그는 송악산 개발사업 주무부서 투자진흥관이란 관직에 있었던 인물. 훗날 그는 근민노사의 총애를 받으며 서귀포시맹주자리에 오르게 된다.

   
▲ 절대보전지역인 송악산의 둘레길을 탐방객들이 걷고 있다. [제이누리DB]

반야검이 꼬깃꼬깃 접힌 신문 한 장을 꺼냈다. 19년이란 세월의 흔적 탓인지 색이 바래서 누렇게 된 신문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송악산관광지구 사업자인 남제주리조트개발은 이달부터 2005년 말까지 7600여억원을 들여 대규모 리조트단지 개발사업에 착수한다, 1, 2차에 걸쳐 두 번의 화산폭발로 형성된 이 산의 중심부에 놓여있는 2차분화구만을 제외, 송악산 정상 분화구지대 대부분 지역에 각종 시설을 세우는 것이다. 제2분화구 위로는 곤돌라가 설치된다. 제1분화구 지대에는 호텔.콘도와 식당.쇼핑센터.놀이시설 등이 들어서게 된다. 이 회사는 세진산업개발과 키르기스스탄의 센트럴아시아그룹이 합작형태로 설립, 향후 프랑스.이탈리아 회사로부터 4억달러 가량의 외자유치도 이뤄진다.』

안나낭자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송악산 부수려고 작정을 했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반야검이 당연하다는 투로 답했다.

“그 회사 회장 등 중역 3명이 사기.외환관리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허무하게 끝이 났어.”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 본 반야검이 조심스레 말했다.

“의혹도 있었지. 제주도가 무림 2000년에 사업승인을 하지 않고 무림 1999년 12월 30일에 사업 승인을 했지. 단 이틀 차이로 사업자에게 50억여금의 개발부담금을 깎아 준 셈이지.”

같은 시각, 허름한 주막이었다. 성진검자와 성철검자가 낮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들은 사이버여론조작무공사건 당시 온 몸에 비수를 맞은 언론무림인.

얼굴이 불콰해진 성철검자가 안주로 나온 우(牛)갈비를 우적우적 씹으며 말했다.

“H자객이 그렇게 열심히 도청 부서장 자리에 앉아 밤늦도록 인터넷 공간에서 언론무림인과 환경운동연합방을 향한 비방의 댓글.게시물비수를 던질 때를 기억하는 부하직원이 있어. 그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지. 그는 이렇게 말했어. ‘이제서야 말합니다. 그때 저보고 기자무림인님을, 환경단체방을 비방하는 비수를 익명으로 던지라고 지시했습니다. 전 그런 일은 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후로부터 전 그에게 찍힌 신세나 다름없었습니다. 밤늦게 일하는 줄 알고 그의 책상 너머를 바라보면 그가 혼자 키득거리는 모습을 자주 봤습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욕지거리를 해대는 게 재미있다는 얼굴 표정이었습니다.’”

   
▲ 강정태

성진검자가 동동주 한잔을 단숨에 들이키더니 말했다.

“나는 사이비무림인으로 매도당했어. 지금으로 치면 ‘킹크랩’도 울고 갈 일이었지. 상상이나 했겠어. 행위자가 도청 간부일 줄이야. 이태리 등 유럽자본을 들먹이며 대대적인 기공식까지 열었지만 결과적으로 쇼였어. 제주도와 당시 남제주군은 업자의 사기 행각에 놀아난 꼴이 됐지. 자칫하면 핵심부인 분화구 지대까지 허물어질 뻔 했으니 한편으로는 다행이지 뭐.”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강정태는? = 제주 출생. 제주대학교 사회학과를 나왔다. 저서로는 제주대 산업경제학과 대학원 재학시절, 김태보 지도교수와 함께 쓴 '제주경제의 도전과 과제(김태보 외 4인 공저)'가 있다. 제주투데이, 아주경제 등에서 기자생활을 하다 귀농, 조아농장(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서 닭을 키우며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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