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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람의 제주 느낌표(4)] 육지와 연결된다면 ... 더 쉽게 찾을수 있을까?

 

“소요시간은 이륙 후 50분입니다.” 비행기 기장의 이 친절한 안내 멘트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제주도는 한 시간이면 가는 섬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늘 이상한 게, 열한 시 비행기를 예약해도 아침 일곱 시부터 서둘러야 한다. 씻고 준비하면 여덟 시, 공항에 도착하면 아홉 시 반이다. 아무리 일찍 체크인 해봐야 15분 전 탑승이지만 그래도 공항이라는 장소는 한 시간 이상 여유를 두어야 안심이 되니 아침부터 부산을 떨게 된다.

 

11시 비행기는 정오 조금 넘어 제주에 도착하고 짐 찾고 렌터카회사에서 차 받아서 콘도에 체크인까지 마치고 들어가면 점심도 먹지 못한 채 오후 세 시 가까이 된다. 집 떠난 지 여덟 시간, 우리 인식 속의 ‘한 시간 거리’ 제주와는 차이가 있다. 여유 있게 휴식하러 가는 서울 사람들보다 일이 있어 올라오는 제주 사람들 입장에서는 더 멀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서울 사람 가운데 여유만 된다면 나중에 또는 노후에 제주로 이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복잡한 서울살이 속에서 꿈꾸는 제주도는 낙원이다. 회사 인사부에 제주지사로 발령 내달라고 하면 “차라리 임원 진급을 시켜달라고 해라.”하며 면박 준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평화롭고 조용한 땅, 따뜻한 날씨, 인심 좋은 이웃들… 물론 제주로 이주해서 행복하다는 사람도 있고 후회한다는 사람도 있다. 그런 각각의 현실은 서울사람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상상뿐이니까.

 

상상이 상상으로 그치는 이유는 투자 측면이나 직업, 교육 같은 여러 현실적인 여건 때문이겠지만 심리적인 문제도 중요한 것 같다. 나의 경우, 은퇴 후에 춥고 물가 비싸고 공기 안 좋은 서울에서 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서 진작부터 지방도시에 생활거점을 마련해두었다. 그런데 제주는 오래 전에 후보지에서 제외했다.

 

제주 분들이 들으면 서운하실지 모르지만 섬에서 느껴지는 단절감 때문이었다. 같은 섬이라도 거제도나 남해도처럼 연륙(連陸)되어 차를 몰고 다리 하나 건너가면 되는(말이 쉽지, 서울에서 아무리 빨리 가도 여섯 시간은 걸린다) 곳이 아니라 마지막 비행기가 끊어지거나 날이 험해 결항되면 갈 수 없는, 말 그대로 ‘차단되는’ 느낌이 드는 섬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갑자기 아빠 엄마가 보고 싶을 때 밤새 달려올 수 있을까, 아니 반대의 경우 내가 달려갈 수 있을까? 살기 바빠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말이다.

 

 

만일 제주도가 도로나 철로를 통해 육지와 연결된다면 어떨까. 제주도까지 해저터널 이야기도 가끔 나오는데 여러 측면에서 타당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기술적으로는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구체적인 이해관계가 걸린 제주도민들의 뜻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나로서는 제주가 연륙되어 접근성이 좋아지면 더 쉽게 찾을 수 있어 좋을지 아니면 제주라는 ‘섬’이 가진 특성과 매력을 잃어 서운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어찌 되었든 서울과 제주의 거리는 단축되고 있다. 저가항공이 늘어난 덕분에 항공운임이 30년 전보다 저렴해진 것만 해도 제주도가 아주 가까이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그래도 계속해서 더 가까워지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신규 항공사가 더 많아져도 좋을 것 같다. 이미 진입한 자들은 항공시장의 초과공급이 우려된다고 주장하지만, 안전성만 검증된다면 시장원리에 따라 계속 경쟁하는 게 맞지 않을까. 아, 요즘 의견이 많이 갈리는 것 같아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제2공항도 제주와의 거리를 더 단축해줄 것이다.

 

제주가 계속 가까워져 서울 사람들이 더 자주 찾아 휴식하고 제주도에서 돈도 많이 풀면 좋겠다. 나는 회사 일이 힘들고 속상할 때마다 올레길을 찾아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 덕분에 홧김에 사표 내던지는 일 없이 목표한 시점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뿐 아니라 빡빡한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 모두, 제주를 더 자주 찾아 쉼과 비움을 체험한다면 나라 전체의 행복지수와 생산성이 높아질 것 같다.

 

박헌정은?
= 서울생.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현대자동차, 코리안리재보험 등에서 25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50세에 명퇴금을 챙겨 조기 은퇴하고, 책 읽고, 글 쓰고, 여행하는 건달이자 선비의 삶을 현실화했다. 공식직함은 수필가다. 은퇴 후 도시에 뿌리 박혀버린 중년의 반복적이고 무기력한 삶에 저항하기로 했다. 20대는 돈이 없어 못하고, 30-40대는 시간이 없어 못하고, 60대는 힘과 정보가 없어 못하던 일들, 꿈만 같지만 결코 꿈이 아닌 현실이 되어야 할 일들, 50대의 전성기인 그가 그 실험에 도전하고 그 과정과 결과를 인생 환승을 앞둔 선후배들과 공유한다. 직장생활 중 대부분을 차지한 기획, 홍보 등 관리부서 근무경험을 토대로 <입사부터 적응까지(e-book)>를 썼다. 현재 중앙일보에 <박헌정의 원초적 놀기 본능>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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