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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삼한사미(三寒四微)’… 한반도 겨울 날씨가 변했다

 

8분 대 1분. 2016년 9월 경주 지진과 2017년 11월 포항 지진 당시 긴급 재난문자 메시지가 해당 지역 주민에게 전달된 시각을 비교한 것이다. 인접 지역 주민에게 전달된 시각은 14분 대 1분으로 더 크게 차이 났다.

 

지진에 대한 분석 시간이 짧아지고 문자송출 방식이 달라진 덕분이었다. 경주 지진 당시 26초가량 걸렸던 조기경보가 7초 앞당긴 19초에 이뤄졌다. 행정안전부와 기상청으로 이원화했던 긴급 재난문자 발송체계를 기상청으로 통합해 문자전송 시간이 단축됐다.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 학교 등이 참여해 실시한 훈련도 실제 상황에서 일사분란하게 대피하는 데 도움이 됐다. 국민이 크게 칭찬했다. 정부가 바뀐 것을 실감한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 학습효과인가. 한반도의 전통적 겨울 날씨인 삼한사온을 대체하는 신조어 ‘삼한사미三寒四微(3일은 추위, 4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뜻)’가 등장한 이번 겨울, 정부의 안전 안내 문자는 여러 군데서 경쟁적으로 부지런히 배달된다.

 

‘미세먼지 비상 저감 조치 시행, 실외활동 자제, 마스크 착용 등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지자체 등에서 앞다퉈 보낸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안내 문자를 보내는 것 외에 정부 대책이 너무 안일하다.

 

새해 벽두부터 잿빛 미세먼지가 대한민국을 공습했다. 사방이 희뿌옇고 숨쉬기가 힘들다. 산책과 외출은커녕 야외 경제활동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교외 외식업체나 야외활동 관련 업종이 타격을 받는 등 소비 패턴에도 영향을 미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글이 쇄도했다. 오염이 덜한 동해안 지역으로 이사하거나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고 싶다는 말도 나온다. 미세먼지가 국민 건강을 위태롭게 하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끼치는 차원을 벗어나 경제활동, 사고방식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세먼지 오염은 대표적 후진국 현상이다. 후진국들이 심각하고 선진국은 괜찮은 편이다. 세계 224개국 가운데 한국이 나쁜 순서로 12번째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데도 대기 오염이 심각한 국가는 중동 산유국과 한국 정도다.

 

한반도 상공을 주기적으로 뒤덮는 미세먼지는 국내 요인과 인접한 중국 요인이 혼재돼 있다. 겨울철엔 중국발 오염물질이 60% 이상이라고 하지만, 중국이 오염을 줄일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부터 가능한 오염 배출을 적극 줄이면서 중국이 책임을 인정하고 시정해 나가도록 미세먼지에 대한 한ㆍ중ㆍ일 공동연구와 외교적 압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국무총리 주재 대책회의에서 ‘미세먼지에 재난 수준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비상 저감 조치라는 게 고작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운행, 도로 청소,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석탄화력 출력 제한 정도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조해 더욱 정밀한 지역별 맞춤형 대책을 실행해야 마땅하다. 경유 자동차의 매연 단속을 한층 강화하고, 공장 오염방지 시설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공사장의 날림먼지나 농촌에서의 불법 소각도 차단해야 한다.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도 더 줄여야 한다.

 

에너지 가격체계 조정도 필요해 보인다. 경유가격을 단계적으로 휘발유 수준으로 높이는 로드맵을 제시해 시민들이 경유차보다 저공해차를 구입하도록 이끌어야 할 것이다.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정책도 미세먼지 저감과 기후변화 협약, 경제성장을 같은 비중으로 놓고 재검토할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푸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미세먼지 배출량을 임기 중 30% 줄이겠다고 공약했다. 미세먼지 문제를 한중 정상의 주요 의제로 격상시키는 한편 대통령 직속으로 미세먼지 특별대책기구를 신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신년 초부터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 상공을 뒤덮는데도 신년사와 기자회견에서 미세먼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미세먼지는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사안이므로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마스크 쓰라는 안내 문자를 보내며 찬바람이 불어 사라지길 기다리는 것은 무책임하다. 미세먼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 청와대 집무실에 미세먼지 상황판을 설치하고 작은 대책부터 하나하나 챙기는 것이 긴요해 보인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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