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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수형생존자, 사실상 무죄구형으로 판단 ... 재판부, 다음달 17일 선고

 

재판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4.3수형생존자들에 대한 재심 재판과 관련, 검찰이 공소기각 판결을 요청했다. 4.3수형생존자들은 이를 사실상의 무죄구형으로 받아들였다. 

 

제주지방검찰청은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에서 열린 18명의 4.3수형생존자들에 대한 재심 결심공판 자리에서 “피고들에 대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인 때에 해당한다. 피고들에게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돼야 한다”고 구형했다. 

 

이날 결심공판에는 18명의 4.3수형생존자 중 병환으로 인해 출석이 힘든 정기성 할아버지를 제외한 17명의 수형생존자들이 참석했다. 

 

이날 결심공판은 먼저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불허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 제갈창 부장판사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에 대해 “이 사건에 있어 본래 공소사실이 뭔지도 잘 모르는 상태”라며 “하지만 공소장 변경은 원래 공소사실을 전재로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다. 원래 공소사실이 복원도 안된 상황에서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공소장 변경 신청의 내용에 대해서는 기존 공소장을 복원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어서 증인신문이 이어졌다. 증인신문에는 병환으로 재판에 참석하지 못한 정기성 할아버지의 막내아들이 출석해 변호사의 질문에 대답했다. 

 

정씨는 정 할아버지로부터 4.3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 “어렸을 적에는 명절 때에 옛날 이야기 형식으로 많이 들었다”며 “고교와 대학교를 거치면서는 질문도 하면서 여러번 들었다”고 답했다. 

 

정씨는 정 할어버지가 불법 군사재판 이후 마포형무소로 끌려갔다가 탈출을 하고 자수하기 까지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검사 측은 정씨에게 아무런 질문을 하지 않고 바로 최후 진술로 넘어갔다. 

 

검사 측 공판검사는 먼저 “소송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재심개시 결정과 그에 따른 본안 재판에 이르기까지 성심을 다해 노력해주신 재판부, 70년 넘는 기간을 참고 견딘 피고인들, 그리고 변호인에게 감사드린다”고 운을 뗐다. 

 

공판검사는 “재판 전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체험을 전해 듣고 기록과 문헌을 검토하면서 전에 몰랐던 4.3의 역사적 의미와 제주도민에게 끼친 영향 등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또다른 진실의 일면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공판검사는 이어 “엄청난 비극이 이념과 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됐다”며 “방화와 집단학살에 희생된 주민들, 집단총살된 주민들, 총살되고 질식사한 코흘리개와 노인들, 수많은 가족들의 영령과 눈물이 뒤범벅된 곳이 이 땅 제주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주도민들에게 아물지 않는 아픔이 있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그 아픔에 조금이라도 함께하고 진실을 최대한 밝혀보고자 지난 1년간 재판에 임했다. 이 자리를 빌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공판검사는 이어 “이번 재심 재판은 4.3사건에 대한 첫 번째 재판이면서 소송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사건”이라며 “이를 위해 검찰은 기록을 보관하고 있을 만한 10여개의 기관에 기록 보관 여부를 확인했다. 각종 서적과 논문, 사료 등도 수집하고 검토했다. 하지만 유의미한 기록은 찾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공판검사는 “재판부가 공소장변경신청을 불허한 이상 원공소사실이 본 재심재판의 심판 대상”이라며 “하지만 원공소사실을 알 수 없는 이상 공소사실이 특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공소기각 판결을 구한다”고 공소기각을 구형했다. 

 

공판검사가 공소기각을 구형하자 장내가 술렁거렸다. 

 

공판검사의 공소기각에 대해 변호사 측은 검사 측에서 사실상 18명의 수형생존자들에 대해 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봤다. 

 

18명의 수형생존자들에 대한 변호를 담당한 임재성 변호사는 “피고인들이 죄가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잘 들었다”며 “70년 전 재판은 재판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미흡했다. 피고들의 이름도 부르지 않은 채 유죄를 선고했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또 “피고들은 대부분 중산간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폭도로 몰렸다”며 “당시 살아남은 사람들은 억울한 옥살이를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당시 민간인을 적으로 몰아 적을 처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재판을 활용한 것”이라며 “반드시 무효로 판단되야 한다. 당시 재판에 회부된 분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무죄 또는 공소기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재심 청구를 했을 때 수형생존자 어르신분들은 기뻐했지만 변호인인 저의 마음은 가볍지 않았다”며 “과연 가능할까하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 재심이 시작됐다. 김평국 할머니는 10년만 일렀어도 좋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재심결정이 되고 나니 할머니의 표정이 밝아졌다. 나머지 분들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재판부에서 현명한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4.3수형생존자들 역시 감사 측의 공소기각 요청에 대해 기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박동수 할아버지는 피고인 최후 진술에서 “70년 전의 억울한 한을 씻어준 것 같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현우룡 할아버지는 “억울해서 이 자리에 나왔다”며 “70년 전에 개, 돼지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 너무 억울했다. 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평국 할머니는 “감사하다”며 “재판을 받으면서 동네사람들이 어디 다녀왔는지 물어보면 재판 받고 왔다는 말을 못했다. 하지만 재심을 받으면서 내 몸을 묶었던 것이 풀리는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앞으로도 좋은 일이 생길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제갈 판사는 피고인 진술까지 들은 후 “일단 여기서 재판을 마친다”며 “저희 입장에서도 결론은 가닥을 잡고 있지만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고기일을 다음달 17일 오후 1시30분으로 잡았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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