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의 절반이 제주4.3을 ‘양민학살’로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반면 4.3을 '폭동'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는 전국민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4.3평화재단은 한국갤럽에 의뢰, 4.3 70주년 전국민 제주4.3인식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10일 공개했다.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주4.3에 대한 전국민의 인식도는 1년 전에 비해 10.6%p가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코리아리서치 조사결과에 따르면 4.3에 대한 국민 인식은 68.1%였다. 하지만 올해는 78.7%의 국민이 "4.3을 안다"고 답한 것으로 나왔다.
한국현대사 주요 사건 인지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이 98.3%, 제주 4.3이 78.7%, 노근리양민학살사건이 68.4%, 여순사건이 58.2%, 보도연맹사건이 39.2%, 대구 10.1사건이 32.6% 순으로 나타났다.
평화재단은 “특히 올해는 타지역 사건의 인지도의 경우 지난해 코리아리서치 조사보다 인지도가 줄어들었지만 제주4.3은 유일하게 10.6%가 상승했다”고 강조했다.
또 응답자의 91.1%가 최근 1년 이내에 4.3을 접한 바 있다고 답했다. 4.3 접촉 경로로는 TV가 61%로 가장 많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29.9%, 신문 및 잡지가 13%, 주변 사람이 10%를 차지했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TV나 신문 및 잡지와 같은 매제를 통한 접촉이 많은 반면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연령대가 낮을수록 접촉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평화재단은 4.3에 대한 전국민 인식도가 지난해 조사보다 전 분야에서 상승한 이유로 광화문 4.3문화제 등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펼처진 기념사업과 70주년 기념 동백 배지 전국적 배부, 방송 및 신문지면을 통한 다양한 기획물 등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고영철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4.3 70주년을 기점으로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로 자리잡는 계기가 됐다”며 “추념식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와 전국 중계 및 다양한 기념행사와 홍보 등이 국민 인지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4.3에 대한 관심도와 관련, 관심이 있다고 답한 이들은 전체 응답자의 47.4%가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45.9%는 관심이 없음을 표시했다. 관심있다는 응답은 30~50대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0대가 60.3%로 높았다.
광주 및 전라도 지역에서 관심있다는 응답이 많았던 반면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등지에서는 관심이 없다는 응답이 더 많았던 것으로 나왔다.
4.3의 성격에 대한 인식과 관련해서는 전체 응답자의 54%가 양민학살을 꼽았다. 폭동이 9.4%, 항쟁이 7.7%, 사건이 6.4%로 뒤를 이었다.
지난해 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는 양민학살, 사건, 폭동 순으로 응답이 많았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양민학살이 15.5%p 늘어났고 항쟁과 사건은 각각 11.8%p와 14.4%p 줄어들었다.
양민학살 인식은 진보성향자와 40대, 제주4.3관심자 및 인지자, 현대사 관심자 등에서 60%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폭동이라는 인식은 보수성향자, 60세 이상, 자영업자, 대구 및 경북 거주자 등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계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제주4.3 해결을 통해 실현해야할 가치로는 응답자 5명 중 2명이 인권신장을 선택했다. 42.4%였다. 정의구현은 31.3%, 민주발전은 26.7%였다.
이번 조사는 한국갤럽이 11월 19, 20일 이틀간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50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유‧무선 RDD 표본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한 전화조사로 했다. 응답률은 13%, 표본오차는 ±2.5%포인트, 신뢰수준은 95%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