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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한필의 세상훑기(5)

드라마 ‘해를 품은 달’(해품달)이 PD의 파업 동참으로 마지막회 방송을 다음 주로 미뤘다. 뜨겁게 달아오른 시청자들 애간장을 더 바짝 졸이려는 심보일까.  

 

며칠 전 ‘누가, 누구를 지키려다 죽는다’는 해품달 결말 일부가 유출돼 인터넷이 떠들썩하다. 왕(훤)과 영의정(윤대형)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으니 누군가 죽고 누군가는 살아남지 않겠는가. 그건 제작진 의도대로 풀릴 테니 예측하기 어렵다. 어쨌든 시청률이 42%까지 오른 해품달 마지막 2회분은 영의정 반란이 중심 사건이 될 것 같다.

 

지난 방송에서 영의정은 양명군에게 왕 제거 계획을 밝히며 이를 ‘반정(反正)’이라고 표현했다. 반정은 말그대로 올바름(正)으로 되돌려(反)놓는다는 것이다.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는다는 뜻으로 영의정이 자신의 거사가 정당하다는 걸 내보인 것이다. 반대 개념으로 역모(逆謀)가 있다. 올바름에 거스르는 음모다. 그러면 해품달 정변은 반정일까 역모일까. 역사적 사실이 아니니 그간 드라마 내용을 따져 봐야겠다.  

 

 

우리는 해방 이후 여러 번 정변을 겪으면서 ‘실패하면 쿠데타요. 성공하면 혁명’이란 말을 듣곤 했다. 프랑스말로 쿠데타(coup d'etat)는 무력으로 정권을 빼앗는 걸 말한다. 역모처럼 부정적 뉘앙스가 깔렸다. 혁명(革命)은 하늘이 내려준 통치자로서의 천명이 다른 이에게 옮겨가는 것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포하고 있다. 조선시대 정변도 ‘실패하면 역모요, 성공하면 반정’이었다. 27명의 왕 중 반정으로 왕이 된 이는 중종과 인조다. 왕위를 내놓은 이는 연산군과 광해군으로 이들은 지금껏 묘호도 없이 군(君)으로 불리고 있다. 반정으로 밀려난 불명예를 지금껏 씻지 못하고 있다. 

 

해품달에서 영의정은 반정의 명분으로 “유교를 기본으로 하는 나라에서 무녀를 들인 방탕한 왕, 대왕대비를 궁에서 몰아내 효를 저버린 패륜 왕”을 꼽고 있다. 

 

실제로 연산군은 전국에서 미녀를 뽑아 방탕함에 빠졌고 할머니 인수대비를 죽음에 이르게 해 반정세력에 명분을 제공했다. 광해군은 왕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이복동생 영창대군을 죽이고 그의 모친 인목대비를 연금한다. 이로써 ‘폐모살제(廢母殺弟)’라는 명분을 제공했다. 

 

그러나 최근 역사학계에선 광해군의 명예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왕 중엔 친동생까지 죽인 이가 더러 있고 서모를 홀대한 왕이 적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광해군은 임진왜란 때 세자로서 의병 독려에 힘썼고, 왕이 되어선 명ㆍ청 등거리외교로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등 치적이 많다는 것이다. 

 

해품달 원작에 의하면 영의정의 정변은 실패한다. 그 바람에 양명군ㆍ대왕대비ㆍ중전까지 죽는다. 역모로 끝난 것이다. 성공하더라도 반정으로선 명분이 약한 듯하다. 왕(훤)이 연산군처럼 방탕한 왕도 아니었고, 할머니도 죽이지 않는다. 이복형인 양명군이나 그의 어머니(비구니)를 구박하지 않았다. 정치를 잘못했나. 해품달은 오로지 세자빈 죽음을 둘러싼 암투에 초점이 맞춰져 왕의 국정능력은 알 길이 없다. 대신들 모두 왕에게 등을 돌리고 있으니 정치력이 수준 이하인 건 알 수 있다. 

 

반정과 혁명이란 명칭은 정변 성공 세력이 자신들의 거사 정당성을 위해 붙인다. 조선조 반정은 그 이름을 계속 유지했으나 5ㆍ16은 혁명으로 오랫동안 불리다 지금은 쿠데타, 군사정변으로 격하됐다. 반정과 혁명은 단지 권력 탈취 여부에 의해 붙여져선 안 되는 단어다. 한 나라 역사 발전에 기여했느냐가 평가 기준이다.

 

☞조한필은?=충남 천안 출생.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동 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를 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일보 편집부·전국부·섹션미디어팀 기자를 지냈다. 현재는 충청타임즈 부국장 겸 천안·아산 주재기자로 활동하면서 공주대 문화재보존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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