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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카카오 모빌리티 논란에 숨은 한국문제 ... 시장과 소비자 외면

 

물품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고 빌려주는 공유경제는 이미 세계적 흐름이다. 특히 활발한 분야가 모빌리티(이동)다. 자동차를 나눠 타는 것은 기본이고, 지하철ㆍ버스 등 대중교통수단과 연결하는 자전거ㆍ스쿠터까지 사람의 이동경로를 따르는 다양한 서비스 시대가 열렸다.

 

우버(미국), 디디추싱(중국) 같은 승차공유 업체 등 공유경제를 선도하는 스타트업(신생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치솟았다. 내년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우버의 기업가치 1200억 달러는 제너럴모터스ㆍ포드ㆍ피아트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업계 빅3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 변화 추세를 읽은 정보기술(IT) 기업과 통신사, 자동차제조사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합종연횡하고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이 앞다퉈 뛰고,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는 공유경제 시장에서 유독 뒤처진 곳이 한국이다. 그 상징적인 현장이 18일 서울 광화문광장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였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카풀 앱을 출시하자 “택시업계가 고사할 것”이라며 택시 운행을 중단한 채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국내에서 승차공유 사업은 초기 단계부터 규제에 묶여 있다. 2013년 한국에 진출한 우버가 택시업계 반발 및 서울시와의 마찰로 2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국내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는 출퇴근 시간에만 허용되는 카풀 서비스를 24시간으로 늘리려다 현행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심야에 전세버스를 활용한 승객운송 서비스를 선보인 콜버스도 국토교통부가 영업범위를 제한하자 사업을 변경했다.

 

국내 스타트업들이 규제와 운송업계의 반발에 부닥쳐 사업을 접거나 대기업에 흡수당하는 사이 이 분야에 투자하려던 기업들은 해외로 눈길을 돌렸다. SK, 현대자동차, 미래에셋, 네이버 등이 우버, 디디추싱과 동남아시아 그랩에 투자한 금액이 6000억원을 넘어섰다.

 

디지털 모빌리티 산업이 미국ㆍ중국ㆍ유럽을 넘어 동남아까지 급속 성장하며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하고 있는데 한국은 5년째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기존 운송업계와 이익단체의 눈치를 보며 규제를 궁리하거나 시간을 끈다. 출퇴근 시간대에 택시를 잡느라 곤욕을 치르는 교통 소비자 입장은 안중에 없다.

 

택시ㆍ버스 등 운송업계가 기득권을 지키려 애를 써도 교통 신산업의 흐름을 거스르긴 어렵다. 자율주행 택시와 드론 택시 등이 예고되며 모빌리티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는데 과거 사업방식을 고집해선 시장과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다.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신산업과 기존 업계의 단순 중재자에서 벗어나 신산업의 가이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택시냐 자가용 영업이냐의 기존 산업에 대한 규제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하는 산업 형태에 맞춰 ‘교통연결서비스(transportation networking)’라는 신산업 분류체계를 마련하고, 그 개념과 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승차공유나 카풀 등 교통연결서비스에 대한 불법 여부를 낡은 산업분류로 재단하지 않고 신산업 분류에서 어느 경우를 허용할지 규정하면 택시업계와 승차공유 업계의 마찰을 줄일 수 있다. 신모빌리티 산업의 틀을 세우면 신산업 육성과 소비자 욕구를 충족하는 운송서비스 개선이 함께 가능해진다.

 

기존 업계와의 공생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우버 서비스에 1달러를 추가로 받아 영업 손해를 보는 택시기사들의 보상금을 지원한 호주 사례를 참고하자. 핀란드는 교통법을 손질해 택시 면허건수 총량규제를 없애는 한편 우버 드라이버에게 정부가 발급하는 택시운전면허를 취득하게 했다.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런데 이를 바탕으로 하는 신산업 태동은 경쟁국에 한참 뒤진다. 이해관계가 얽힌 기존 산업과 기업, 노동계의 반발에 부닥쳐 나아가지 못해서다. 행정지도를 해야 할 정부나 법을 바꿔 신산업 태동의 길을 터줘야 할 국회도 기존 업계의 눈치를 보며 역할을 못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낡은 규제를 걷어내자며 ‘붉은 깃발’을 언급했다. 자동차가 등장한 19세기 말 영국이 마차 속도에 맞추도록 규제했다가 뒤처진 것을 지적했다. 낡은 규제를 혁파해 청년들이 신산업을 일굴 수 있어야 경제가 성장하고, 좋은 일자리도 창출된다. 신생 비즈니스를 활성화하고 기존 산업이 공존할 방안을 적극 모색하자.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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