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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회]우도 도처에서 만나는 고인들의 무덤 ... 산자와 가신 이들이 이웃

 

2016년 3월 필자 우도초·중학교로 자리를 옮겼다. 교육감과의 불화 때문에 교육국장이 섬으로 간다고 입방아를 찧는 이도 더러 있었지만, 여러 언론에서는 신선한 충격(?)이라며 꽤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다음은 그중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교육감이 펼치고 싶은 철학이 있고, 나 역시 교장으로서 펼치고 싶은 교육철학이 있다. 교육감께서는 교육청에 더 남길 바라지만 임기를 1년 앞둔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일은 학교현장에 있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하게 되었다.’고 말한 문 국장은, 우도를 지원한 이유를 묻자, 향토의 풍물들을 수많은 시로 남긴 조천 출신 김양수(1829- 1887) 선생의 이야기를 꺼냈다.

 

‘난곡 김양수 선생의 한시에서, 그의 부친인 김석린 진사 이야기를 접했다. 우도에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학교가 필요하니 그 분이 조천에서 우도까지 건너갔다. 참 멋진 삶이라고 생각해 저도 그런 삶을 살고자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단 한번도 가보지 못했던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는 우도에 가게 되어 많이 설렌다.’라고 덧붙였다.

 

생애 첫 나들이로 우도로 가는 배를 탔다. 도항선 이름이 ‘우도사랑’이다. 이 멋진 표현이 우도에서 시작하는 생활의 나침판이 되리라는 기대를 하며, 난생 처음 우도에 상륙했다.

 

틈나는 대로 우도 도처를 걸었고 지역주민과 교류하였다. 우도를 소개하는 책자를 제작하여 학생들은 물론 주민들에게도 배부하였다.

 

아래의 내용들은 필자가 편찬한 ‘우도를 알면 제주가 보인다.’라는 소책자 속에 실린 내용 중에서 발췌하였다.

 

제주 곳곳이 비경이듯 우도는 도처가 비경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주에 오듯 우도로 온다. 우도 찾는 사람들은 입소문 글소문을 타고 더욱 늘어날 것이다. 우도를 건너는 도항선은 사람만큼이나 차량으로 만원이다. 아름다운 우도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사람들로 넘쳐나는 우도를 꿈꾼다.

 

소섬을 우도라 부르듯 쇠머리오름을 우두봉이라 부른다. 쇠머리오름은 우도를 상징하는 오름이기에 우도봉으로 더 알려져 있다. 우두봉에서 바라보는 한라영봉과 오름군락 그리고 주변에 펼쳐진 곱디고운 잔디밭과 해안절벽이 빚어내는 다양한 풍경들.

 

1980년대 부터 부르기 시작한 ‘우도8경’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우두봉 절벽이 바다와 닿는 곳에 보석처럼 감추어져 있는 해식동굴에서는 낮에도 달이 보인다는 주간명월(晝間明月 1경)과, 쇠머리오름과 알오름으로 이어진 능선과 고운 잔디밭 풍경인 지두청사(地頭淸沙 4경), 우도 앞바다와 성산일출봉과 종달리 해안에서 보는 우도의 풍경인 전포망도(前浦望島 5경)와 우두봉 절벽 낭떠러지 바위들인 후해석벽(後海石壁 6경), 해마다 동굴음악회가 열리는 동안경굴(東岸鯨 窟 7경)….

 

석양이 진 바닷가를 거니는 사람들, 낮보다 밤에 보는 사람과 사물이 더 친근하고 곱다. 우도 가까이 보이는 마을이 종달리이다. 제주선인들은 종달포구에서 우도로 건너다니곤 했다. 종달포구에서 보는 우도는 영락없는 누운 소의 형상이다. 그래서 와우형(臥牛形)인 이 섬을 우도라 부르게 되었다.

 

밤이 되면 우도는 저녁노을과 어울리며 설레는 안식을 맞는다. 낮 동안 차량들과 인파로 시달린 비경들이 휴식을 취하는 시간, 우도를 찾은 이들은 바다에 반사되어 오는 불빛에 다정도 병인 양 잠못 이루는 밤으로 설렌다.

 

우도의 밤바다는 수많은 사연을 속삭이며 새로운 생각을 불러낸다. 그래서 혼자 걷는 산책이 외롭지도 지루하지도 않다. 우도에서는 쇠머리오름이 나침반 구실을 한다. 쇠머리오름 정상에서 비치는 우도등대가 밤길 벗이자 나침판이다.

 

인천 팔미도등대에 이어 전국적으로 두번째인 1903년에 세워진 우도등대는, 1세기 동안 인력으로 불을 밝히다가 2003년부터 자동으로 20초마다 회전하며 주위를 밝히고 있다.

 

검푸른 바다를 건너온 청정 바람이 스쳐지나가는 섬 우도에서 보는 별빛이 곱다. 제주 본섬에서 보지 못하던 별들이 이곳에선 보인다. 28수(성좌) 중에 말의 수호신인 방성(房星)도, 장수의 별인 수성(壽星)도, 현인의 별인 덕성(德星)도 보일 듯하다. 머리 위로 지나 가는 유성도 더러 만난다.

 

바다 건너 어둠에 잠긴 봉우리가 지미봉이다. 뒤로 한라영봉도 아스라이 보인다. 밤낮으로 보아도 좋은 이 풍광이 천진관산(天津觀山 3경)이다. 하늘의 나루터 닮은 천진항도, 소들이 풀을 뜯었다는 하우목동항도, 우도를 오가는 수많은 차량과 사람들을 실어 나르다 지쳐 잠시 쉬는 시간이다.

 

저 멀리 밤배들이 집어등을 밝혀 바닷고기를 모으고 있다. 여름이면 더욱 많은 배들로 우도바다는 불야성을 이룬다. 이러한 풍광이 야항야범(夜航漁帆 2경)이다. 우도에는 국가지정문화재인 홍조 단괴 해빈이 있다. 일출봉과 우두봉 사이 바다 심연에서 종달포구 앞바다와 이곳 해안가에 이르는 넓은 바다에서 자라는 홍조류가, 영겁의 세월 속에 부서져 이룬 사빈이 홍조단괴 서빈백사(西濱白沙 8경)이다.

 

우도 도처에선 고인들의 무덤도 만날 수 있다. 산자와 가신 이들이 이웃해서 지낸다. 고향을 등진 북망산천에 고인의 유택을 모시는 본도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도처에서 우도선인들이 식수와 생활용수로 파놓은 물통을 만난다.

 

옛 물통에는 물이 사시사철 고여 있으나 썩지 않는다. 수초도 벗하고 있다. 반면 최근에 파낸 저류지에는 물이 고이지 않는다. 절박한 생활에서 우러난 우도선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삼다삼무(三多三無)는 제주의 또 다른 이름이나 본도에서는 잊힌 이름이다. 삼다삼무는 제주의 정체성을 지닌 이름이기에, 이를 알리려는 건 제주를 되살리기 위함이다.

 

우도에는 대문 있는 집을 만나기가 어렵다. 반농반어인 우도에서 농산물과 해산물을 집안으로 들이는데 대문은 거추장스러운 장식물이 될 뿐이다. 대문 없이 살고 있으니 도둑이 있을 리 없다.

 

나는 아직 우도에서 거지를 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강한 생활력의 상징이기도 한 여다(女多)는 이제 삼다에서 해방되고 있다. 지금은 남자가 오히려 여자보다 많은 편이다. 돌과 바람이 자연 재화이듯, 여자 대신에 자연 재화인 오름으로 대체하여 삼다라 부르면 어떨까?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문영택은?
= 4.3 유족인 부모 슬하에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구좌중앙초·제주제일중·제주제일고·공주사범대·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프랑스어교육 전공)을 졸업했다. 고산상고(현 한국뷰티고), 제주일고, 제주중앙여고, 서귀포여고, 서귀포고, 애월고 등 교사를 역임했다. 제주도교육청, 탐라교육원, 제주시교육청 파견교사, 교육연구사, 장학사, 교육연구관, 장학관, 중문고 교감, 한림공고 교장, 우도초·중 교장,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한수풀역사순례길' 개장을 선도 했고, 순례길 안내서를 발간·보급했다. 1997년 자유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수필집 《무화과 모정》, 《탐라로 떠나는 역사문화기행》을 펴냈다. 2016년 '제주 정체성 교육에 앞장 서는 섬마을 교장선생님' 공적으로 스승의 날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지난 2월 40여년 몸담았던 교직생활을 떠나 향토해설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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