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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의 [시선] 와병중이라는 전두환 ... 재판을 거부할 의학적 장애는 없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1864~1915)는 독일의 정신과학자이자 신경병리해부학자다. 그는 1901년 51세의 다소 젊은 여인이 치매 증상을 보이는 것을 유심히 관찰하던 중 얼마 안 가 죽게 되자 뇌를 세밀히 해부하면서 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과 신경섬유다발이 특이하게 있음을 발견하였다.

 

알츠하이머는 나이가 많지 않음에도 치매로 넘어가는 많은 경우에 이런 단백질들이 발견된다고 발표하였고, 이후 그의 이름을 따서 조기 치매이면서 특정 단백질이 발견되면 알츠하이머 질환이라고 명명하게 되었다. 치매의 60~80%까지도 차지한다고 하니 알츠하이머는 대단히 중요한 발견을 하였던 것이다.

 

최근에 치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주변에 진단받은 사람도 많아졌다지만 알츠하이머 질환은 이름 자체 때문이기도 하고 병리학적으로도 어려운 신경과 질환이다. 그런 질환을 우리는 최근 신문과 방송에서 하루 종일 듣게 되어 이해를 돕고자 의학 역사에서 그를 끄집어 내게 되었다.

 

형사재판을 무시하는 전두환의 변명

 

전두환이라는 '반란의 수괴'이자 '5.18 학살의 주범'이 돌아가신 조비오 신부에 대해 벌인 사자(死者)명예훼손 문제로 기소가 되었다. 그런데 여러 차례 핑계를 대면서 재판을 미루다가 2013년부터 알츠하이머 질환으로 ‘투병’중이라고 한다. 관련 약을 먹고 있다고 또다시 불출석 의사를 표시하며 아예 재판이 불가능할 것 같은 의사를 전해왔다고 한다.

 

그의 부인 이순자씨의 얘기를 보자면 “1995년 옥중에서 시작한 단식을 병원 호송 뒤에도 강행하다 28일 만에 중단했는데 당시 주치의가 뇌세포 손상을 우려했다”, “2013년 검찰이 자택 압수수색을 벌이고 일가친척과 친지들의 재산을 압류하는 소동을 겪은 뒤 한동안 말을 잃고 기억상실증을 앓았는데 그 일이 있은 뒤 대학병원에서 알츠하이머 증세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라고 변명을 하였다.

 

그렇다면 46일 단식한 세월호 유민 아빠나 제주도 제2공항의 부당성을 알리고자 42일 동안 단식했던 김경배씨는 분명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단식으로 인해 발병됐다는 관련 자료는 없다.

 

게다가 “전 전 대통령의 현재 인지 능력은 회고록 출판과 관련해 소송이 제기돼 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들어도 잠시 뒤에는 설명을 들은 사실조차 기억을 하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정상적인 법정 진술이 가능할지도 의심스럽고, 그 진술을 통해 형사소송의 목적인 실체적 진실을 밝힌다는 것은 더더욱 기대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순간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그런 기억 상태로 상세히 사실관계를 짚어가며 어떻게 회고록을 썼을까?

 

하지만 우리뿐 아니라 재판부는 명확한 판단을 해야 한다. 첫째, 전두환이 누구인가? 둘째, 투병[鬪病]이라는 말을 쓸 정도로 위중하고 힘든 상황인가? 셋째, 그래서 재판을 진행하지 못할 정도인가?

 

합리적인 판단과 응당한 처벌 당연

 

치매는 초기에 단기 기억이 없다가 점점 진행하면서 시간이나 장소를 모르게 되고 가족이나 누구나 아는 사람까지 못 알아보는 심각한 인지장애와 행동장애를 가지게 된다.

 

그런 치매를 앓으며 투병 중이라는 전두환은 1979년 12.12 쿠테타를 거쳐 민주화 열기를 억누르다가 마침내 1980년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이며 군부독재의 새로운 서막을 올린 독재자다.

 

노태우까지 이어지면서 펼쳐진 인권 탄압과 민주화 억압의 사례는 여기서 나열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그런 그가 회고록에서 광주민주항쟁의 사실을 세계에 전하고 당시 공수부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조비오 신부에게 “가면을 쓴 사탄”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욕되게 하였다.

 

한 쪽은 반란군 수괴이면서 거짓과 변명으로 가득 찬 회고록에서 명예를 훼손한 사람이고, 다른 한 쪽은 진실을 밝히고자 애쓴 신부다. 재판부는 상대가 누구이며 피해자는 또 누구인지 그 무게를 따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순자씨가 변명이라고 내놓은 말에 나온 ‘투병’은 힘들게 병마와 싸운다는 뜻으로, 이 정도라면 전두환은 질병으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거나 초기 치매 증상으로 단기 기억 상실과 약간의 인지 장애를 겪고 있을 수 있다.

 

약을 먹으니 그 진행이 다소 완화됐을 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그는 진단받은 2013년 이후에도 지인들과(인지 장애에 어려움 없이) 좋아하는 골프도 원 없이 치고 있었을 것이며, 자기가 몇 번 홀을 돌았고, 점수가 몇 점인지도 꼼꼼히 세면서 즐겼을 것이다.

 

물론 신경장애를 가진다고 골프든 어떤 운동을 하지 말라거나 정상 활동에 제한을 가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그 정도로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면 재판을 거부할 의학적 장애가 없다는 것을 재판부가 파악하기 바란다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도 수십 년 지난 기억을 자세히도 더듬으며 여러 권의 회고록을 썼다는데 재판부는 그의 눈물겨운 노력도 참고해주기 바란다. 투병으로 인한 노력이 어떤 건지 짐작이 안 간다면 말년의 르노와르가 류마티스관절염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자 붓을 손에 묶어가면서 작업을 했다는 일화를 떠올려보자.

 

얼마 전 미국에서 90세가 넘은 나치 전범을 찾아서 독일로 송환한 기사를 읽으며 참 끈질기다는 생각을 했다. 기사의 사진을 보니 그가 제대로 못 걸으니 들것에 실어 옮기는 장면이 나왔다. 하지만 독일을 비롯한 서방 세계는 그들이 겪은 제2차세계대전과 나치의 잔인함을 알기에 전범들을 끝까지 찾아서 벌을 받게 한다고 할 정도로 심판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전두환도 그래야 한다. 법원은 그가 재판에 출석하여 자기 얘기를 할 상태인지 아닌지 명확히 파악하여야 하며, 서툰 인정으로 상황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

 

광주에 대한 그의 거짓 증언과 변명, 고인들에 대한 명예훼손, 국민들에 대한 기만은 엄중히 다뤄야 할 사안이다. 광주학살의 원흉이면서 국가 반란을 획책해서 사형 선고를 받은 자가 얼마 형을 살지도 않고 출소해서는 떳떳이 세상을 휘젓고 다닌 사실을 잊지 않는 국민들은 아직도 분노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무작정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와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 책을 펴냈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보건정책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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