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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난민 단상 ②] 우리도 난민이었다 ... 문화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제주 섬 역사의 경험들

 

정치적 박해 또는 생명의 위협을 느껴 떠난 난민은 우선 범죄자가 아닙니다.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피난 나온 사람들입니다. 포괄적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을 시간적인 공간을 허물어뜨리면 우리나라에도 무슬림 난민이 온 적이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무슬림 이주민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구한말 일제 강점기에 볼세비키 혁명을 피해 카잔 투르키 무슬림 난민 수백명이 서울로 와서 정착하게 되는데 그들은 기능을 가진 고급 기술자들이었습니다. 다름 아닌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바뀌는 시대에, 그러니 한복이 서양식 의상으로 바뀔 때 였습니다.

 

왕조에서 제국으로 바뀌는 첫 단추는 복식이었습니다. 정부 관리들과 군인들이 복장이 바뀌지요. 모자, 구두, 양복 등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이들 무슬림 난민들은 정치적 난민들이었지요. 이후 6.25가 발발하기 전 다시 다른 나라로 갑니다.

 

또한 이 시기에 UN군의 일원으로 터키가 참전하게 되었고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우리나라에 전파하게 됩니다.

 

반도이자 분단국가의 섬. 제주 섬, 말 키우는 변방 유배지, 4.3의 경험, 6.25의 난민에서 우리들도 국내 난민에 대한 역사의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문학, 미술 등 제주 문화의 불꽃을 피운 것이 피난민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할 만 합니다. 그 후 제주는 화가 이중섭의 피난처가 있는 거리를 관광지로 만들었지요.

 

생각해 보세요. 이제 국제자유도시 평화의 섬으로 변모하는 곳입니다. 이에 걸맞는 인식으로 바꿔야 되지 않을까요. 관광을 생명산업으로 하며 일찍이 '노비자' 지역으로 정한 곳이지요. 전국을 통행금지에 가두었을 때도 통금이 없는 전국 유일한 곳이었습니다.

 

거듭 제주 섬 시민의 포용력을 생각해 볼 때입니다.

 

다시 우리를 돌아보지요. 우리 1960년대 서독 광부로 간 우수한 젊은이. 70년대 후반 80년대 소위 중동 붐에 편승한 시대의 '중동노가다'가 우리 경제의 반석이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는 경제 난민이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3D 업종에 일하는 이슬람 종교 문화권 사람들이 있고, 제주에도 고기잡이 어부로 일하는 1000명 넘는 무슬림들이 있습니다. 

 

게다가 연 20여만의 무슬림 관광객들이 찾아옵니다. 경제의 잣대로만 볼게 아니라는 것이지요. 특히 이번 제주에 온 예멘 난민들은 생존영어도 가능하고 대졸 학력자의 언론인 등 그 나라에서는 지도층에 있었던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사전에 범법자로 호도해서는 안될 일이지요. 법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 심사기간이 끝나면 국외추방의 수순이 남아있습니다.

 

난민에 대한 정부의 난민정책은 인권과 휴메니즘의 기조에서 시작해야

 

대한민국은 지구촌 유엔의 일원으로 세계 톱10 수출대국입니다. 이제는 난민 국제협약에도 평균 이상의 의무를 다해야 합니다. 6.25 때 UN의 도움을 받았고 인권의 문제에 대해서도 당당한 지구촌 일원이 우리입니다. 

 

이제 국제난민에 대해 제일 까다롭다는 중앙정부의 시험대가 된 현장인 제주 섬.

 

1700만명이 찾는 국제자유도시 평화의 섬으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됩니다. 사드의 영향으로 중국 관광객이 오지 않아 애먹고, 그래서 국제관광시장 확대를 동남아 지역으로 돌리고 직항로를 개설, '노비자'이자 평화의 섬으로 홍보했더니 이들 초대 받지 않는 손님들이 왔다고 생각하면 곤란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될것인가는 자명한 일입니다.

 

중앙정부의 난민 심사는 다행히 아직도 국제평균 수준이 아니고, 심사제도는 까다롭습니다. 실제 난민협약이 시행된 1994년 이래 법무부 난민 심사제도에서 신청 후 통과된 난민 인정 통계를 보면 지난해까지 23년 동안 국내 난민 신청 건수는 3만2733건이고 최종 심사를 거쳐 난민이 인정된 경우는 706건에 불과합니다.

 

신청자 대비 2.18% 성공률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처럼 보입니다. 근래를 보니 2010년에 423명이 신청했는데 그 중 47명이 난민 인정 받았고 2017년에 9942명이 신청했는데 그 중 121명이 인정받았습니다. 난민으로 인정받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추방됩니다. 신청해서 허가를 얻는 통상 확률은 2.18%, 신청 후 심사가 끝나기까지 수년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중앙정부는 6월 1일자로 예멘 국적자를 무비자 입국 불허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그 이전 노비자 '평화의 섬'으로 온 이들 중 환자 등 인도적 사유가 인정된 5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제주도에 묶어놓고 있습니다.

 

549명 중 현재 평화의 섬 실체를 파악한 일부는 이전 거주지인 말레이시아로 돌아가고 한국적 인도주의 혜택을 받은 5명이 타지역으로 제주를 떠났습니다. 현재 성공확률 2.18% 희망을 기다리는 486명이 임시 체류하고 있습니다. 결국 12명 정도가 남는다는 산술적 계산이 나오게 됩니다. 이후 국내법 수순은 국외추방이라는 결과가 남게 됩니다.

 

현재 이들은 대부분 제주의 숙박업소에 머물고 있습니다. 넉넉지 않은 일부가 공원과 해변 등에서 노숙하다 주민들의 신고로 출입국 사무소의 도움을 받았다고 하기도 합니다. 일부는 이를 딱하게 여긴 보통사람들이 빈 방을 빌려줘 겨우 삶을 꾸리고 있습니다. 특히 오래 전 제주에서 살게 된 외국인들이 나서 구호의 손길을 펼지고 있습니다.

 

12명 난민 지위를 인정 받은 이들이 제주에 계속 살 것인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심사기간이 지나면 ‘인도적 체류자’가 되어 제주도에 없을 것입니다. 그 나머지는 중앙 정부의 몫이 되겠지요.

 

그 이후 국외추방이라는 수순을 밟게 되며 남은 그들이 불법으로 제주에 머물 수 있을까요? 아니지요. 제주치안은 매우 안정적입니다. 신문에 보니 생활비를 아끼려 해변에 텐트쳤더니 동네사람들이 민원이 들어와서 소관부처 따지고 보니 법무부 소관이니 어느 여관에 수용했고 우선 인도적 차원에서 취업허가를 해주었다 합니다.

 

그들이 그곳에서 적응할 수 있을까요? 우선 일손 필요한 곳이 어디일까요? 양식장이나 농장은 그래도 낫습니다. 어업분야? 배도 타본 사람이 타고 또한 아르바이트 일손 모자란 삼겹살집 사장님은 알바 구하러 가면 안됩니다.

 

그러나 만에 하나 그들 중에 돼지구이 식당에서 가슴 찟어지는 것 참으며 설거지 하는 젊은 여성 난민이 있다면 종교적 신념도 버린 처절한 생존의 시간이라 생각해주 주길 바랍니다. 그들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자비.자애로우신 ‘알라(아랍어를 우리말로 음기. God, 신, 동일개념)께서도 용서할 것이다’라고 이슬람은 가르칩니다.

 

초대 받지 않는 손님에게도 친절한 평화의 섬 시민들

 

이슬람 세계에 대한 이해 없는 세계화는 허구이자 문화의 이해 없는 정책 또한 사상 누각이었음을 지난 정부 때에 경험이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국경이 무너진지 오래고 소수가 아는 정보가 권력이 되었던 시대는 더욱 아닙니다.

 

아직도 하멜 표류시대의 시각으로 머리색과 하얀 피부를 보고 원숭이 보듯하고 서양 귀신들이라고 할 때는 아닙니다. '우리 일자리를 뺏는다', '범죄율 높아진다', '세금 갉아 먹는다' 등 풍문 수준의 근거없는 '아니면 말고'식 기사에 현혹될 평화의 섬 시민들이 우리인 건 아닙니다.

 

난민은 범죄자가 아닙니다. 잠재적 범죄자라고 보는 시각도 옳지 않습니다. 장발장이 빵을 훔쳐 감옥 가던 시대가 아닙니다. 배가 고파 빵을 훔치기 전 빵을 주면 됩니다. 이 정도가 국제자유도시 평화의 섬의 책무이지요.

 

6.25 이후 성당에 가면 구호물자 받았고, 사람이 나면 서울로 가고 망아지는 제주로 보내라는 시대는 더욱 아닙니다. 당당한 국제자유도시 시민으로서 이번 사태를 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지요.

 

인도주의.인권주의를 표방한 국제자유도시, 평화의 섬 구호에 그치지 않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기대합니다. 지방자치시대 제주특별자치도는 인권을 존중하는 휴머니즘 땅입니다. 세계 시민들이 방문하는 곳이어야 하기에 더 그렇지요.

 

지구촌 시대 세계시민으로서 제주 섬 사람들이 갖춰야 할 소양은 무엇일까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바로 지금입니다. 혹 불청객이라 할지라도 당연히 불법 체류와 같은 의도를 갖는 이들을 걸러내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지요.

 

아울러 문화의 이해 없는 정책은 허구라는 사실도 잊으면 안되겠지요. 임시 취업자리를 구해준다고 하더라도 배를 안타본 사람은 하루만에 어부가 될 수 없듯이 삼겹살 식당에 일자리 구해 줬다고 생색내면 더욱 안될 일입니다.

 

몇 달간 500명 정도의 '초대 받지 않은 손님'들을 인도적인 차원에서의 수용하지 못한다면 그동안 우리가 쌓은 국제자유도시, '평화의 섬'이란 간판은 이제 무의미하게 됩니다. 더욱이 종교적 이유로 차별한다면 이슬람 세계의 공적이 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되겠지요.

 

끝으로 이슬람 세계의 이해 없는 세계화는 허구라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려 깊게 생각할 때 커피 한잔은 괜찮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한 귀부인 ‘모카'. 모두에게 모카커피를 한번 권합니다. 아라비아 모카커피의 원조 역시 예멘입니다. 봉지 커피로도 나왔습니다. [제이누리=김대용 논설위원]

 

김대용은? = 제주 출생. 제주일고와 용인대, 경희대 대학원을 나와 국립 카타르 대학교의 이슬람 법대를 거쳤다. 제주대 관광개발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학했다. 현재 제주한라대 관광중국어통역과 교수로 있다. 카타르에서 체류하던 12년간 카타르 경찰학교 교수와 유도대표팀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메카·메디나를 비롯해 이집트·요르단·이스라엘 등 이슬람 세계 포함 100여 개국 340여개 도시를 여행했다. 한국 카타르 친선협회 이사(사무국장)을 역임했고, 국가 대 테러 통역 전문위원, 아.태지역 이슬람 선교평의회 부총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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