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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통치자의 후광만 본다면 ... 후회할 일을 행하려는가?

 

이 이야기의 시점은 6․13지방선거를 치르고 1년쯤 뒤에 맞추어져 있다.

 

어느 가족의 가장(家長)이 있었다. 불행스럽게도 그 가장은 자식들로부터 의혹을 받고 있었다. 가장으로써의 도덕성과 자질을, 그것도 여러 종류의 수많은 의혹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말 짓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를 ‘양파가장’이라 불렀다. 양파껍질처럼 아무리 벗겨도 양파의 모습이 그대로이듯, 그의 의혹을 아무리 벗겨도 ‘의혹덩어리’의 모습은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그가 여러 명의 새아버지 후보 중 한 사람으로 떠올랐던 그 당시, 새 아버지의 선택권이 있었던 자식들은 그가 훌륭한 가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를 감싸는 포장이 그럴싸한 것이 그 믿음의 이유였다. 어떻게 맺어졌는지 모르지만 대통령과의 가까운 인연, 직전엔 청와대의 식구였고 한 때는 지방의회의 수장을 지냈다는 이력, 어떻게 취득했는지는 모르지만 석사학위소지자라는 높은 학력 등등이 그를 감싸는 포장이었던 것이다.

 

애당초, 그러니까 그를 가장인 새아버지로 맞아들일 때부터 자식들의 마음은 편치 못했다. 어찌 보면 화려하기까지 한 아버지였지만 포장지에 감싸여진 아버지의 실제 모습이 어떤 것인지 아리송하기만 했다. 이웃에서 아버지를 향해 떠들던 이러쿵저러쿵하는 의혹제기가 사실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가족들은 아버지에 대한 이웃의 의혹제기에 애써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 했다. 국가 최고통치자의 후광(後光)이 그를 비추어주고 있었고, 아버지를 향해 퍼붓던 의혹의 근거가 명경지수 속의 조약돌처럼 분명하다거나 빼도 박도 못하는 증거가 딱히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까닭이다.

 

그렇다고, 가족들이 아버지의 진짜모습에 대한 의문을 접었던 것은 아니었다. ‘설마’하는 마음과 그의 모습 곳곳을 비추는 대통령의 후광에 눈이 부시어 일단 눈을 질끈 감았을 뿐이었다.

 

그러나 자식들이 그렇게 눈을 질끈 감는 데는 녹록찮은 마음의 결단이 필요했다. 이웃들이 제기하는 의혹의 가짓수가 많기도 하지만 그 종류 또한 다양하여 가히 ‘의혹백화점’이라 불릴 만 했고, 그 의혹에 상당한 합리성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그 아버지가 받고 있었던 의혹의 가짓수와 그 종류를 나열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자식들이 눈을 질끈 감은 이유가 도무지 말이 되지 않았음을 자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획부동산의 못된 편법을 그대로 답습한 부동산투기 의혹, 석사논문표절 의혹, 공직자재산신고 위반 의혹, ‘곶자왈’ 훼손 의혹, 영리겸직금지 위반 의혹, 당원명부 유출 의혹, ‘제주7대자연경관’ 선정 관련 사기극 동조 의혹, SNS 불법 유료광고 게재 의혹, 부동산 개발회사 부회장직에 재직하면서 관청에 로비스트 역할을 한 의혹, 정치인으로써의 정체성 의혹 등등이 있고, “내가 너희들의 새아버지로서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려 한다”는 말이 나오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의혹이 그 종류를 다양하게 하여 제기될지 모르는 것이 당시의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자식들은 결국 그를 새아버지로 맞아들였다. 그리고 그때부터 자식들은 후회하기 시작했다. 새아버지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났던 것이다. 그를 감싸는 현란한 색채의 포장지 재질이 실은 두루마리 화장지 종이였고, 집안을 이끌기 시작하면서 그 종이에 ‘물기’가 젖어 포장지 속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물기’란 그 가장의 도덕성과 가장으로써의 자질을 이르는 것인데, 그 가장의 낮은 도덕성과 현란하게만 포장된 자질이 그 집안의 꼴을 서서히 망가지게 하는 것이었다.

 

자식들이 가장인 새아버지에 대한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으니 가족 간의 소통이 있을 수 없었고, 새아버지는 자신에게 씌워졌던 의혹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편법적이고 비합리적이며 가족 전체가 아닌 자신만을 위해 집안을 이끌었던 것이다.

 

자식들은 기왕에 선택한 새아버지이었기에 그가 참회하는 것을 기대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누구도 그랬고, 20년 전의 일이고, 모르고 한 일이었지만, 그건 도덕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며, 특히 가장의 자격으로 적절치 못한 행위였음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라는 최소한의 참회의 말이 그의 입을 통하여 나오길 기대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가장은 참회는커녕 가장으로써의 지위를 누리고 가장의 권리를 맘껏 휘두르는 데만 골몰하였다. 최소한 향후 몇 년간은 국가 최고통치자의 후광이 자신을 비추어질 것이고, 우매한 가족들은 자신의 속을 뒤집어 볼 재간이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그를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그의 그런 믿음은 허황된 것이었다. 그의 자식들은 우매하지도 않았고, 새아버지를 선택함에 있어 ‘눈을 질끈 감은 것’은 순수함이 지나친 발로였다는 것을 그는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자식들은 후회했다. ‘후회할지도 모르는 일을 행하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며, 예상되었던 후회는 부질없는 것이다’라는 누군가의 경구(警句)를 되새기면서 ― / 정경호 전 제주도의원

 

** 외부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경호는?
= 도의원을 지냈고 정당의 대변인 노릇을 하면서도 ‘제주타임스’ 논설위원으로 활동했다. 더불어 제주의 여러 매체에 글을 썼다. 그래서인지 어느 전직 대학총장은 그를 두고 ‘정치인인지 문필가인지 헷갈린다’고 했다. 그는 4․3 연구가다. 1990년대 초 ‘월간제주’에 1년 동안 4․3을 주제로 한 칼럼을 썼으며, 4․3특별법의 제안자이자 기초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6년 동안 대변인을 지내면서 제주정가에 대변인 문화를 착근(着根)시킨 인물로 알려지고 있다. 2014년 6.4선거에선 신구범 캠프의 대변인을 맡아 정가논평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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