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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시평] 음험한 분열 기도와 적반하장의 역사 ... 6.13이 심판해야

 

낙인(烙印)은 불에 달구어 찍는 쇠붙이로 만든 도장이다. 과거 소와 말 등 가축이나 심지어 노예에게 이 낙인을 찍어 구별의 수단으로 삼았다. 현대에선 ‘씻기 어려운, 부끄럽고 욕된 평판’을 ‘낙인’이라고 비유적으로 이른다.

 

매도(罵倒)의 국어사전적 정의는 ‘심하게 나쁜 쪽으로 몰아세우는 것’이다. 일방적이며 긍정의 가치를 모두 훼손하고 말 그대로 ‘몰아 세우는 것’이다.

 

구호(口號)의 사전적 정의 역시 “집회나 시위 등에서 어떤 요구나 주장 따위를 나타내는 간결한 말”이다. 예전에는 “궁중 잔치 때 악인(樂人)이 풍류에 맞추어 올리는 찬양의 말을 이르던 말”이다.

 

2002년 6·13 지방선거에서 패한 한 후보는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나 한 회고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생각해도 그들의 인신매도와 낙인찍기, 덮어 씌우기 전술은 참으로 절묘하단 생각이 든다. 선거에 이기기 위해서 상대방의 지지그룹을 마치 ‘빨갱이’ 물감을 칠하듯 한 마디로 재단하는 걸 보면 다른 건 몰라도 그들의 음해·공작 방식은 지금도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그 때쯤 내 지지그룹을 통칭하던 말이 유행어처럼 나돌기 시작했다.

 

천기오축(天基五畜)! 천주교와 기독교 세력을 하나로 몰아 세워 불교도의 단결을 끌어내려 했고, 오현고와 축산인을 지목해 파괴와 척결세력으로 일갈하는 방식으로 오현고 출신 동문들을 무슨 ‘준동의 패거리’로 전락시켜 비(非) 오현고 연합전선을 꾀하고, 축산인들이 희생양이 되면 나머지 부문 1차 산업 종사자들의 환심을 얻을 수 있으리란 전략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도민의 통합과 미래를 향한 비전과 정책은 그들의 안중엔 애당초 없었다. 오직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마치 ‘빨갱이’로 몰아세우듯 낙인찍기에 혈안이었고,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천기오축’ 그룹은 위축돼 갔다. 선거를 겨냥해 ‘패거리 준동’을 하는 이들이 오히려 미래를 고민하는 선량한 세력을 ‘패거리’로 몰아 세워 위축시키는 적반하장 작전이었다. 기가 찼다.“

 

그 전략만이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그 시절 선거에서 승자는 숱하게 지사직에 올랐던 우근민 전 지사다.

 

원희룡 지사가 이번 6·13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앞두고 24일 ‘조배죽’ 세력을 일갈했다.

 

‘조배죽’은 사실 <제이누리>가 2013년 6월5일 기사화해 세상에 알려진 말이다. 발행인 시평의 형식으로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고 말했다. 당시 공개내용을 인용한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얘기다. 제주도 공직사회에 숱하게 회자됐다. 조/ 배/ 죽! 우근민 도지사와 실·국장이 참석하는 회식 자리 건배구호다. 주변을 지켜보던 하급 공무원으로부터 전해들은 그 건배구호는 너무도 기가 찬 내용을 함축하고 있었다. “(조)직을 (배)신하면 (죽)음이다.” 도지사가 잔을 들고 그 구호를 외치면 나머지 실·국장들은 “네! 형님”으로 화답해야 한다.

 

그들은 마치 조폭무리라도 되듯 ‘조직’이고, ‘배신’하면 ‘죽음’이 놓여 있는 살벌함의 세계에서 산다는 소리다. 그 조직은 무슨 조직인지, 배신이란 무얼 말하는지, 죽음이란 어떤 현실에 맞닥뜨릴 것인지는 이미 현 제주도정에서 숱한 사례로 보여줬다.“

 

이 시절의 도백(道伯) 역시 민선 5기 도정을 이끌었던 우근민 전 지사다.

 

서두부터 낙인과 매도, 구호의 뜻을 구별한 이유가 있다. ‘낙인’과 ‘매도’는 본인의 의지와 아무런 상관 없이 타인에 의해 저질러지는 것이다. 반면 ‘구호’는 자발적인 것인데다 충절의 뜻까지 내포하고 있다.

 

‘낙인’과 ‘매도’는 분노와 억울함을 낳을 수 밖에 없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지만 ‘구호’는 그 구호를 외치는 조직의 특성과 주장을 특징적으로 요약할 수 있고, 그 자체의 결집력을 강화할 수 있다.

 

그 지점에서 우리 현대사에 등장하는 ‘빨갱이’란 표현은 사회주의·좌파 이념 추종세력을 극단적으로 단순화한 ‘낙인’으로 작동했다. 하지만 그 낙인은 사실 사회주의 이념 추종세력만이 아닌 그 적대적 반대편을 이분법적으로 구분, 중도세력까지 궤멸시킨 용어였다. 해방정국 무렵 이승만 세력에 줄 서지 않은 모든 세력을 일괄 ‘빨갱이’로 몰아 세워 처참한 살육이 가능하도록 했던 것이다. ‘제주4·3’이 그 대표적 희생양이다.

 

가장 가까운 예로 2014년 지방선거에서 등장했던 용어인 ‘제주판 3김’ 역시 그 음험한 기운을 갖는다. 전·현직 지사를 지낸 우근민·신구범·김태환 3인을 지칭, ‘제주판 3김’으로 칭한 논리다.

 

민주당 제주도당의 정책실장과 한나라당·자유선진당 대변인을 지낸 정경호씨는 “동갑내기란 사실만 빼놓고 엄연히 공과가 선명히 구분되는 이들을 놓고 무작정 한 켠으로 몰아세우는 건 무언가를 기대하는 음모와 공작의 성격이 짙다”며 “우리 사회의 발전을 기한다면 선후와 공과, 업적에 대한 평가가 우선이지 무작정 그룹화를 하는 건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편’을 구분짓는 낙인과 매도, 그리고 구호가 등장하는 ‘편의 전쟁’은 누군가 이득을 누리고 있는 반면 누군가를 어이 없게 좌절시키는 ‘막가파식’으로 간다. 엉성한 ‘편’의 도식화로 실제로 제주사회가 계승, 발전시켜야 할 선도성이나 공익적 연대의 가능성을 오히려 무력화시키거나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이자 실제로 그렇게 작동하고 있다.

 

2018년 6·13 지방선거가 예고편이 아닌 본방 체체로 들어갔다. 원희룡 후보가 “조배죽 세력이 다시 준동하고 있다”고 치고 나왔고, 상대방인 문대림 후보 측은 “흑색선전이자 모략을 멈추라”고 받아쳤다.

 

유권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누가 누구를 낙인 찍고, 매도하고 있는 것인지. 누가 자발적으로 구호를 외치고 있는지. 그동안 제주사회에 숱한 문제를 야기했던 그룹이 누구와 손을 맞잡고 있는지. 누가 적반하장을 하고 있는지.

 

아둔한 것 같아도 지혜로 똘똘 뭉친게 사실 우리 일반대중이다. 모를 것 같아도 알건 다 안다. 다 진흙탕으로 가더라도 그래도 누가 상대적으로 낫다는 건 가려낼 줄 아는게 도민들이다.

 

과거의 음험한 세력이 다시 제주사회를 파탄내도록 방기해선 안될 것 아닌가? 오랜 세월 낙인과 매도, 자발적 구호로 제주사회를 분열과 혼돈으로 몰고 간 세력이 다시 준동하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 선택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제이누리=양성철 발행·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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