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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최저임금 인상 논란 해소책 ... 국민 대토론회 열자

 

시장은 명분이나 당위성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를 새해 벽두부터 불어닥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최저임금의 파격적 인상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의 대표 정책으로 추진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내수를 증대시키는 분수효과를 일으켜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리란 논리였다.

 

그러나 시장은 거꾸로 갔다. 경비원이나 미화원 등 취약계층이 혜택을 받기는커녕 있던 자리에서 밀려났다. 시간제 아르바이트가 무인주문기로 대체되며 줄어들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벌이가 시원찮은 판에 인건비 부담이 늘었다며 불평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냐’는 항변이 나왔다.

 

정부 여당은 현장의 하소연을 경청하기보다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해소되고 정책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것은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올라서가 아니라 임대료가 높아서라고 강변했다. 상가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고 카드 수수료를 낮추겠다고 했다.

 

국민 세금으로 민간기업 임금을 대주는 초유의 최저임금 보전용 예산(일자리안정자금 3조원)까지 마련했다. 신청이 저조하자 ‘홍보 부족’이라며 공무원들이 길거리로 나섰다.

 

하지만 고용주와 근로자는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하고 소득이 노출된다며 신청을 기피했다. 다급해진 정부가 청소나 경비, 음식조리, 매장판매 등 서비스업 종사자들도 연장ㆍ휴일 근로수당을 제외한 월 급여 190만원 미만이면 지원 대상에 포함하기로 신청 조건을 완화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행 한달이 지난 2월 초부터 정부 여당 일각에서 속도조절론이 나온다는 점이다. 청와대 싱크탱크인 정책기획위원회가 “목표 달성이 아니라 실질 효과를 위해 정책적 유연성으로 조정하는 것은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자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이 “경제 및 시장 상황에 비춰 최저임금 1만원 도입 시기를 탄력적ㆍ신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거들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국회 보고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목표 연도에 맞추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시장 실패보다 후유증이 크고 무서운 것이 정부 실패다. 정책 설계가 잘못돼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 것을 자꾸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다른 것을 끌어오면 상황은 더 꼬이고 어려워지는 ‘간섭의 악순환’에 빠지고 만다. 더 이상 고집을 부리거나 다른 것을 끌어들이지 말고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완화하는 쪽으로 최저임금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심각한 소득격차를 완화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지금도 최저임금(월 157만3770원)은 최저생계비(기준중위소득, 1인 가구 월 167만2105원)에 못 미친다. 그렇다고 단기간에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올리면 부작용을 낳는다.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대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려면 내년과 내후년에도 각각 15% 넘게 인상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취약계층의 생계에 도움을 주는 보조장치이지 그 자체가 일자리를 창출하진 못한다. 급격한 인상은 오히려 지금 고용현장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잃게 할 수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대선 공약에 연연하지 말고 경제 및 사회 현실에 맞춰 조정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대선 때 주요 정당 후보들 모두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했다. 1만원 실현 시기가 2020년이냐 2022년이냐의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이참에 최저임금 정책을 전반적으로 정교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 정기 상여금과 교통비, 중식비 등을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포함할지 여부를 서둘러 결론 내라. 아울러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보완책도 마련하라.

 

최저임금 인상 논란은 설 차례상 대화 이슈 중 하나일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끝난 뒤 국민 대토론회를 열자. 대통령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나서 국민들과 툭 터놓고 대화를 나누자.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물론 경비원과 미화원, 시간제 아르바이트생 등 최저시급 대상자들, 대기업 관계자들까지 두루 모여서. 집권 2년차다. 스스로 선언한 ‘일자리 대통령’ ‘일자리 정부’의 실력을 보여줄 때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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