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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구걸할 것인가, 쟁취할 것인가"[윤영걸의 有口有言] 뮌헨협정의 교훈과 처칠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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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01  10: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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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지도자 처칠은 히틀러의 공세가 임박하자 “우린 결코 굴복하지 않는다”고 외쳤다. 우리에겐 처칠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영국인들은 셰익스피어나 뉴튼보다 윈스턴 처질을 더 존경한다고 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결단과 집념으로 나라를 수호했기 때문이다. 나치 히틀러가 유럽을 휩쓸 때 영국 지도자 처칠의 고뇌와 결단을 그린 영화 ‘다크스트 아워’. 지금의 한반도를 둘러싼 위기와 비슷해서 오히려 섬뜩해진다.

독일이 유럽과의 평화약속을 깨고 침략전쟁에 나서자 위기에 몰린 영국 의회는 1940년 5월 처칠을 총리로 임명한다. 체임벌린 전임 수상, 헬리팩스 외무장관 등 ‘전시내각’은 끊임없이 처칠을 흔들고, 히틀러와의 타협을 주장한다. 말이 평화협상이지 항복하자는 얘기였다. 배우 게리 올드먼은 뚱뚱한 몸매에 손에는 시가를 놓지 않고, 알코올을 마셔대는 처칠의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한다.

체임벌린과 할리팩스가 평화협상을 주장할 때 왜 처칠은 전쟁을 주장했는가. ‘뮌헨협정’의 교훈 때문이다. 1938년 9월 영국 체임벌린 총리와 프랑스ㆍ이탈리아는 독일 히틀러와 체코슬로바키아 땅을 떼어 주는 굴욕적인 협정을 맺는다. 체임벌린은 귀국 후 영국 군중에게 협정문을 흔들며 “진정한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는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꼽혔다.

그러나 체임벌린이 자랑한 ‘우리 시대의 평화’는 유효기간이 1년에 불과했고, 대가는 참혹했다. 독일이 1939년 9월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됐고 덩케르크에선 영국군 40만명이 전멸위기에 처했다.

국난을 극복하는 처칠의 자세

“우린 결코 굴복하지 않습니다. 승리가 없으면 생존도 없기 때문입니다”고 외치는 처칠은  국난극복에서 지도자의 냉철한 결단이 중요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전체주의자와 협상은 없다. 악에 절대로 항복하지 않겠다”는 처칠의 쩌렁쩌렁한 의회 연설은 영국인들을 한마음으로 뭉치게 했다. 전쟁공포에 떨던 영국국민들은 용맹하게 전선으로 나가 싸웠다. 1년간 4만3000명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한 독일 공군의 영국 대폭격도 의연하게 버텨 결국 ‘진정한 평화’를 쟁취했다. 

위기 중 가장 큰 위기는 위기가 눈앞에 닥쳤는데도 알아채지 못하는 거다. 그보다 더 큰 위기는 바로 신뢰상실이다. 북한의 핵무장 마무리가 눈앞에 왔고,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쏘아대도 한국은 너무 태연자약하다. 함께 싸워야 할 동지인 미국과 일본과의 신뢰는 예전만 못하고, 북한과 한 통속인 중국에 허리를 굽힌다. 영국은 유럽동맹의 힘을 끌어 모았고, 루즈벨트와 전화통화하며 미국의 지원을 끌어냈는데 위기의 순간에 그 정도 동맹국의 협력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우리는 한ㆍ미연합훈련을 연기했는데 북한은 평창올림픽 하루 전날 ‘건군절’ 열병식을 개최한다. 북한 김정은이 평창올림픽을 깔고 앉아 세계에 보란 듯이 한반도의 주역이라고 선전하려는 노림수다. 평창올림픽과 관계없이 북한 핵시계의 초침은 돌아가고 있다.

북한 핵은 미국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겨냥한 것인데 애써 이를 외면하려 한다. 김정은은 핵무기로 우리를 겁박하여 생명과 재산, 그리고 영토를 유린하려 할 것이다. 저간의 사정이 이런데도 김정은과 대화가 목적인 것처럼 호도하는 지도자들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내부 분열이 가장 걱정이다. 자신의 입지에 따라 무조건 반대, 무조건 찬성이다. 진영논리만 가득할 뿐 나라를 위한 구국의 자세는 보이지 않는다. 2차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히틀러와의 평화협상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지만 국론이 모아지자 일사분란하게 힘을 합쳤다. 냉전 시기 서방세계는 ‘뮌헨의 교훈’을 금과옥조로 삼았다.

평화는 평화의지가 아닌 전쟁의지로 지킬 수 있다는 교훈이다. 싸울 태세가 된 상대에겐 누구도 쉽게 달려들지 못한다. 평화를 구걸할 것인가, 평화를 쟁취할 것인가. 지금 우리는 그 길목에 서있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 고대 로마 전략가 베게티우스의 말이다.

   
 

영화 ‘다키스트 아워’는 아카데미상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될 정도로 잘 만들어진 영화인데도 상영관이 적다. 필자는 명동 한복판에서 봤는데 관객수는 고작 3명이었다. 아무리 평일 아침시간대이긴 했지만 너무 심했다.

영화 ‘1987’처럼 대통령부터  정치인들이 함께 보며 나라수호의 의지를 다질 수는 없을까. 위기의 순간은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는 북한이 들려주는 환상교향곡에 빠져 눈이 반쯤 감겨있다. “마음을 바꾸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다키스트 아워에서 처칠의 말).” [본사제휴 The Scoop=윤영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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