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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판 '미녀는 괴로워'

 

[Joins=중앙선데이] “골프와 다이어트 그리고 기부가 내 인생을 바꿔놨다.” 지난달 28일 한국을 찾은 크리스티 커(35·미국·사진)를 만났다. 커는 미국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14승을 거둔,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골퍼다. 1997년 LPGA 투어에 데뷔했고 2010년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다. 탄탄한 몸매, 긴 금발머리에 파란 눈이 매혹적인 그는 LPGA투어를 대표하는 섹시 골퍼로도 불린다.

 

하지만 커는 “과거에 워낙 뚱뚱했기 때문에 섹시 골퍼라는 말이 남 얘기 같다”고 했다. 사실 커는 프로 데뷔 초만 해도 지금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데뷔 초기 그는 1m60㎝의 신장에 체중이 무려 83㎏이었다. 허리둘레는 40인치나 됐고 모범생 스타일의 큼직한 안경, 펑퍼짐한 바지와 헐렁한 티셔츠 차림으로 LPGA 투어의 대표 뚱녀로 꼽혔다. 하지만 99년 혹독한 다이어트에 돌입해 2년반 동안 23㎏을 감량하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커는 “부모님도 비만이었다. 두 분 다 당뇨병 환자였고 어머니는 심장도 좋지 않았다”며 “의사가 체중을 줄이지 않으면 나 역시 위험하다고 했다. 독한 마음을 먹고 좋아했던 패스트푸드를 끊었다.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했다”고 말했다.

 

체중 감량은 그의 골프 인생도 송두리째 바꿔놨다. 커는 97년 상금랭킹 112위, 98년 74위에 머물렀지만 다이어트를 시작한 뒤 성적도 좋아졌다. 99년 47위에 올랐고 2000년 15위, 2001년 28위를 했다. 다이어트를 끝내고 날씬한 몸매를 뽐내게 된 2002년에는 롱스드럭스챌린지에서 첫 우승을 하면서 상금랭킹 12위에 올랐다.

 

커는 “어렸을 때부터 뚱뚱했던 데다 시력도 나빠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컸다. 하지만 체중을 줄이고 라식 수술로 안경을 벗으면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다이어트는 단순한 체중 감량이 아닌 내 골프 인생을 긍정적으로 만들어준 계기가 됐다”고 했다.

 

커는 2004년 이후 상금랭킹 톱 10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을 만큼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다. 통산 1353만1142달러(약 150억원)를 벌어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2257만 달러), 카리 웹(호주·1651만 달러), 로레나 오초아(멕시코·1486만 달러)에 이어 생애 통산 상금랭킹 4위에 올라 있다. 미국 선수로는 가장 높은 순위다.

 

실력과 미모를 겸비한 커는 생명보험회사인 뮤추얼 오브 오마하를 비롯해 타이틀리스트, 라코스테 등 무려 일곱 군데의 후원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하나금융그룹과도 후원 계약을 맺었다. 2005년 TV에서 방영된 도널드 트럼프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 시리즈’에 출연했고 각종 화보 섭외 1순위다. 누드 화보 제의까지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커는 “골프가 우선 순위”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독하리만치 자기 관리가 철저한 선수다. 일곱 살 때 골프를 시작한 커는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95년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 ‘올해의 선수’에 뽑히는 등 뛰어난 성적을 내면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전 과목 A를 받았을 정도다.

 

커는 다이어트에 성공한 뒤에도 체중 유지를 위해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겨울에도 트레이닝과 식사 조절로 7㎏ 정도를 더 뺐는데 하루 1800칼로리 이하로 음식 섭취를 제한한다고 했다. 빵은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쌀밥을 더 즐기고 매운 음식을 좋아해 한국 음식점에도 종종 간다고 했다.

 

커는 “아버지는 모범된 생활을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며 “철저한 자기 관리 없이는 프로 세계에서 오래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그는 코스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지만 얼음 공주 같은 인상도 풍긴다. 좀처럼 웃는 모습을 보기 힘들고 플레이가 안 될 때는 화를 내는 모습도 자주 목격된다. 선수들과 잘 어울리지 않으며 신경질적이고 건방지다는 평가도 듣는다.

 

커는 “실제로 친구가 많은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모건 프레셀(24·미국), 수잔 페테르센(31·노르웨이) 등과 가깝게 지낸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누구보다도 친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커는 “어렸을 때부터 뚱뚱하다고 놀림과 차별을 많이 받았다. 친구들과 어울리기 힘들었고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자기보호적인 성격이 생겼다. 먼저 다가가는 성격은 아니지만 한번 친해지면 내 것을 잘 퍼주는 성격”이라고 했다.

 

커는 2003년부터 ‘유방암을 위한 버디’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유방암 단체에 거액을 기부하고 있다. 어머니와 이모가 유방암에 걸린 뒤 유방암 퇴치에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버디를 잡으면 50달러, 이글을 하면 100달러의 돈을 낸다. 그동안 100만 달러(약 11억원)에 가까운 돈을 쾌척했다. 올해부터는 한국에도 기부를 하기로 했다. 커는 올해부터 버디 50달러, 이글 100달러를 내기로 했다. 커가 낸 돈은 하나금융그룹이 진행하고 있는 ‘사랑의 버디’ 기금으로 적립돼 저소득층의 자립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나는 욕심이 많고 아직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고 커는 말했다. 그는 2010년 뉴저지주 허드슨카운티에 자신의 이름을 딴 ‘크리스티 커 여성 헬스 센터’를 열었다. 또 커버처(Curvature)라는 제품을 선보이며 와인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두 회사에서 나오는 수익금은 모두 유방암 단체에 기부된다. 기부에 유달리 관심이 많은 커는 내년께 캘리포니아에서 기부를 목적으로 한 스킨스 이벤트 대회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통산 14승을 거두며 명예의 전당 포인트 16점을 획득한 커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27점을 채울 때까지 선수 생활도 계속할 예정이다. 커는 2006년 에릭 스티븐스(46)와 결혼했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아이를 가지는 일도 미뤘다.

 

커는 “골프를 통해 부와 명예를 얻었고 다른 사람을 위한 기부에도 눈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남에게 존중받으려면 내가 먼저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며 “닫혔던 마음도, 신경질적이었던 성격도 조금씩 고쳐가고 있다. 점점 성숙해지고 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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