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잔류’를 요구한 유승민 대표의 제주 방문에 원희룡 지사가 별다른 거취표명을 하지 않았다. "야권의 선거연대가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향후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5일 오후 향후 거취 문제 등에 대해 ‘탈당 만류’를 요구하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정병국 의원을 만나 “지금으로선 별다른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며 향후 거취에 대한 확답을 피했다.
원 지사는 유승민 대표와의 회동 이후 이날 늦은 시각 제주도청 기자실을 찾아 브리핑 형식을 빌어 이같은 입장을 전했다.
원 지사는 "유 대표와 정 전 대표와 야권이 국민들이 바라는 건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견제세력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하지만 고민의 출발점은 비슷한데 해법은 달랐다.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결론은 없다"고 의견 차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에 부정적이었던 입장에 변화가능성을 묻자 그는 "바른정당에서 나간 적도 없고, 탈당하겠다는 말도 한 적이 없다"며 "바른정당 중앙정치에 함께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치집단과 통합하려고 절차가 임박해서 유 대표가 통합에 같이 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합에 대해 유 대표가 내부상황이나 속뜻을 허심탄회하게 설명했다"며 "이 부분을 놓고 저 자신 뿐만 아니라 정치적 동지는 물론 도민의 뜻,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 지 충분히 감안해서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는 또 "유승민 대표에게 4당 체제에서 3당 체제로 바꿔 2등 전략을 펴는 것 보다 여권을 견제하고, 지방선거에서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며 "유 대표도 3당 체제로 가더라도 야당과 공조해 선거연대를 통해 1대 1 구도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의 '구애'사실도 공개했다. "자유한국당쪽에서 전화나 연락이 부쩍 잦다"며 "여러가지 제안들이 많이 오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에서 러브콜이 있음을 소개했다.
그는 그러면서 오는 19일 제주행 신년인사회가 예정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도지사가 소속 정당도 아닌 정당행사에는 특이한 사유가 아니면 참석하면 안된다"며 "제주도청은 열려 있다"며 도청으로 홍 대표가 올 경우 만나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에 앞서 유 대표는 이날 정병국 의원과 함께 제주도를 찾아 1시간 반 동안 원 지사에게 국민의당과의 통합 문제 등에 관해 설명했다.
유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과 통합 문제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해 드렸다"며 "(원 지사가) 거취에 대해선 아직 확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뿐 아니라 그 이후에 대해서도 그동안 보수가 굉장히 고전을 많이 했는데, 보수와 중도 이 영역에서 좀 크게 봐서 어떤 변화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서로 많이 주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민의당과의 통합 문제에 대해선 "바른정당의 정체성을 결코 잃어버리는 통합이 아니고, 개혁보수와 건전한 합리적 중도세력이 같이 하는 통합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충분히 설명해 드렸고, 원 지사도 그 부분을 이해하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원 지사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는 것 같다"며 "단순히 지방선거보다 앞으로 우리 정치에서 본인의 역할 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유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통합 시기에 대해선 "국민의당이 격렬하게 내홍을 겪고 있으니까 그 부분이 정리되고,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신당의 정체성 등에 대해 의견이 조율되면 그다음부턴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바른정당 소속 도의원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고, 현재 제주도당 존립자체가 위태한 상황이라는 지적에 대해 "그 부분도 (원 지사와) 간단하게 이야기 했다"며 "(소속 도의원이) 5명 남아있는데, 저희들 입장에서는 지사님 거취가 가장 중요하니 ··· 남아계신 분들은 지사와 같이 행동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원 지사의 거취와 관련한 확답 여부에 대해선 "없었다"며 일축했다. [제이누리=권무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