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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 기획: 동볼보호센터 24시] 주인 잃고 삶터 못 찾는 300여마리 보금자리
연간 3700마리 거쳐가지만 안락사도 많아 ... "물건 아닌 어엿한 생명이랍니다"

 

누렁이는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빙 둘러선 사람들이 무섭기만 했다. 순식간에 목이 따끔거렸다. 인간들은 “이제 칩을 심었다”며 안도하는 얼굴이었다. 아프기만 한데 왜 저들은 안심하는 눈치일까?

 

“하루동안은 목욕시키지 마세요!” 며칠 전까지 이 건물에서 내게 밥을 주던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

 

커다란 황색 개가 제주시 애월읍에 사는 이모(51)씨의 집에 들어온 것은 지난해 11월 초였다. 길을 잃은 것인지 주인이 버린 것인지 알 도리가 없었다.

 

개는 몸집만 컸지 순하기 이를 데 없었다.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주자 배가 고팠는지 개는 허겁지겁 개걸들린 듯 그릇을 비웠다. 이젠 집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집 앞 마당을 지키며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보름여의 시간이 흘렀다. 정이 들었다. 누렁이는 ‘갑돌이’란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이씨에게 문득 꺼림직한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주인이 찾고 있을지도 모른데···.” 이씨는 “이렇게 개를 데리고 있다가 잘못하면 절도로 몰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씨는 애초 ‘갑돌이’를 그렇게 만났다. 하지만 절도법이 될 게 두려워 센터에 맡기기로 하고 그곳을 찾아갔던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입양을 결정한 것 역시 이씨다.

 

 

제주도동물보호센터는 제주시 용강동 첨단동길에 들어선 제주도 유일의 공공 동물보호기관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로 나뉘어 운영되던 시설이 2011년 통합돼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췄다.

 

센터는 외진 곳에 있다. 제주대 동쪽에 있다. 승용차가 아니면 찾아갈 마땅한 교통편도 없다. 영주고를 지나 시멘트로 포장된 좁은 길을 따라 들어가야 동물보호센터를 마주할 수 있다.

 

“워낙 많은 개가 짖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이런 외진 곳에 자리 잡을 수밖에 없죠.”

 

유기견 또는 방견이 이 센터에 입소하게 되면 우선 예방접종 및 질병 검사가 먼저다. 물론 개를 보호하고 있다는 공고가 곧바로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행정시와 민원인을 통해 센터에 들어오게 된 동물은 홍역, 심장사상충과 같은 전염병 또는 질병보균이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이후 10일간의 보호조치 공고가 이뤄진다.

 

10일 후에는 본래 소유주에게 돌아가거나 소유주 반환이 안 될 경우 다른 이에게 분양 조치가 취해진다. 반환과 분양이 모두 안 될 경우가 가장 가슴 아픈 경우다. 운영규정에 따라 안락사 단계가 기다린다.

 

이씨가 센터에 맡긴 개가 그랬다. 소유주도 나타나지 않았고 맡아 키우겠다고 나선 사람도 없었다. 우연히 집에 들어와 짧은 기간이었지만 먹을 것을 나눠주며 들었던 정이 떠올라 이씨는 자신이 이 개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안락사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다.

 

 

그래도 ‘갑돌이’는 운이 좋은 쪽에 속했다. 동물보호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동물보호센터에 들어온 개는 모두 3770마리다. 대부분이 유기견이다. 이중 반환이 이뤄진 경우는 399마리, 분양이 이뤄진 경우는 590마리다. 각각 10.5%와 15.6%에 불과하다.

 

1544마리가 안락사 처분을 당했고, 자연사는 780마리나 된다. 보호센터에 들어와 삶을 마감한 개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61.6%에 달한다.

 

조성철 제주도 동물보호센터장은 “안락사의 비율이 굉장히 높다”며 “개가 센터에 들어와 머물 수 있는 기간은 20일 내외다. 그 동안 반환이나 분양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락사 조치가 된다. 센터 공간이 부족해 더 보호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어 우리도 안타까운 마음이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들어오는 개가 너무 많다. 지난해에 비해 반환 및 분양된 개의 수가 늘어나긴 했지만 보호센터에 들어오는 개의 수가 훨씬 더 많이 늘어났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2016년 센터에 들어온 동물의 수는 모두 3027마리다. 이 중 개는 2704마리다. 반면 지난해 9월까지 센터에 들어온 개는 3770마리나 된다. 3개월이 모자란데 직전해 1년치 입소개보다 1066마리 더 많았다.

 

어쨌든 들어오는 개가 몰리다보니 2016년보다 지난해 주인을 찾아간 개는 123마리 늘어났다. 지난해 반환은 276마리였다. 하지만 분양은 줄었다. 2016년 분양된 개의 수는 683마리였지만 지난해는 9월 기준 590마리다.

 

 

센터는 현재 동물 수용능력을 높이기 위해 확장공사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없다. 여전히 부족하다.

 

개만 놓고 보면 현재 센터의 최대 수용능력은 300마리다. 센터의 원할한 운영을 위해서는 200~260마리를 유지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언제나 수용된 개는 이 능력을 초과한다. 언제나 330마리는 넘는다는 것이다.

 

센터에는 현재 9명의 인력이 동물들을 돌보고 있다. 수의 6급 1명, 수의 7급 1명, 진료수의사 1명, 공무직 2명, 기간제 4명이다. 이들이 300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돌보고 행정업무까지 처리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개를 키운다는 것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한다. 게다가 개를 경시하는 풍조도 있다.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다”며 무책임한 견주들을 개탄했다.

 

“심지어 ‘집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버리겠다. 센터에서 갖고 가달라’는 식의 전화가 걸려오기도 합니다. 내 참~”. 조 센터장의 푸념이다.

 

조 센터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견주들의 의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반환됐다가 다시 버러져 센터로 들어오는 경우, 분양된 뒤에 다시 파양돼 또 센터로 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것.

 

센터에서 2년째 자원봉사를 하는 김은숙씨(46) 역시 “사람들의 인식이 문제”라며 “동물들을 살아있는 생명이 아니라 물건으로 여긴다”며 분개했다.

 

김씨는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을 통해 동물들이 질리면 버리는 물건 같은 것이 아니라 생명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명확히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센터 분양동에서 강아지들에게 젖을 물린 한 개를 지목했다.

 

“자기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게 아니에요. 저 강아지들도 버려진 거죠. 오일장 같은데서 예전에 강아지를 팔다 이제 금지됐잖아요. 그걸 모르고 강아지를 데리고 나왔다가 그냥 버리고 간 걸 저희가 수습한 겁니다. 그 생명을 다른 개가 돌보는 걸 보면 마음이 짠하지 않습니까?”

 

지난달 28일 제주시 조천읍에 사는 조희경씨는 개를 분양받기 위해 센터를 찾았다.

 

조씨는 처음 분양받으려고 마음 먹었던 개가 다른 사람에게로 가게 됐다는 말을 듣자 눈물을 흘렸다. “우리 식구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 계속 ‘내 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조씨는 마음을 바꾸고 다른 개로 시선을 돌렸다.

 

그가 만난 개는 분양받으려던 개와 가장 친하게 어울렸다는 ‘친구견’이었다. 조씨의 얼굴에 그나마 화색이 돌았다.

 

자원봉사자 김씨의 배웅은 길었다. “새 반려견과 행복한 인생을 사세요. 그 아이들도 생명이랍니다. 사랑해주세요.” 김씨의 손짓에 “걱정마세요. 잘 키울게요”란 화답이 돌아왔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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