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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완의 시론담론] '돈 봉투 만찬' 이영렬 무죄가 던지는 메시지

 

‘이영렬 무죄-.’ 그의 1심 재판결과가 무죄다. 무소불위의 검찰이 무척 당혹스러울 것이다. 정치검찰들이 당황할 노릇이다. 새 정부 출범이후 ‘검찰 길들이기 차원, 시범 케이스로 처벌된 검사’가 무죄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 초 서울중앙지검 검사장으로 있으면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파헤쳐 대통령까지 기소한 중앙지검의 수장이었다. 법조계에서는 ‘아마도 새 정부가 들어서면 검찰총장 자리를 노리고 그리도 열심히 했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았다.

 

‘촛불혁명’에 충성을 다하고도 ‘검찰 적폐’로 몰려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되고, 옷 벗기고, 기소까지 돼 재판을 받았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었다.

 

그런 그에게 무죄가 선고되었다. 기사회생 할 조짐이다. 이번 주에 검찰의 항소가 없으면 재판은 싱겁게 끝난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로 검찰은 물론이고 청와대까지 소위 ‘적폐 수사’의 정당성을 의심받게 됐다”고 수군거린다. 하루 이틀 더 두고 보면 알게 될 일이다.

 

1심 판결로 고민하던 정치검찰들이 이쯤에서 '쪽'은 팔렸지만 그만 둘 것인지, 명예회복(?) 차원에서 다시 한번 항소를 할지는 모르지만 1차 게임은 무승부로 끝났다. 그렇지만 그에게 남은 수치심과 상처는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특수활동비’로 후배들을 격려한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적폐'에 몰렸던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은 고등검사장급이다. 당시 김수남(59·사법연수원 16기) 검찰총장과도 막역한 사이로 서울지검장에 발탁 된 사람이었다.

 

이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검찰 인적 개혁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 지난 4월까지만 해도 그는 새정부의 유력 차기 검찰총장 후보였다. ‘국정농단’ 사건의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기소까지 마무리 지었다. '살아 있는 권력'인 현직 대통령을 구속시킨 검찰의 '빅2' 로 곧 검찰총장이 될 것이란 예상은 충분했다. 그는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했다. ‘일장춘몽’이었다.

 

그는 특히 검찰 후배들로부터 굴욕적인 수모를 당하며 조사를 받았다. 검찰 조직에 태풍을 몰고 온 사실과 울분으로 괴로워하며 좌천돼 쫓겨 난 후배들과 폭음을 하기도 했다. 서열과 명예를 중시하는 검찰조직에선 전례 없는 조치였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지 나흘 만인 지난 5월21일 특별수사본부에서 중임을 맡았던 차장검사 1명과 부장검사 5명 , 조사 지휘를 받았던 대검 과장(부장검사급) 2명 등 10명과 자리를 함께 했다. 서울 서초동 한 한식집에서 저녁을 먹고 돈 봉투를 쥐어줬다. 그 사실이 한달 후 뒤늦게 드러나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때 이 지검장은 과장들에게 100만원씩 든 격려금을, 법무부에서 격려를 나온 안태근 법무부 국장(51·사법연수원 20기)은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에게 70만~100만원씩을 건넸다. 돈의 성격과 출처는 물론 회동의 부적절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쏟아져 광풍을 몰고 왔다.

 

이 지검장이 건넨 돈은 직제상 서울지검장이 상급기관인 대검 관계자 2명에게 건넨 것이어서 김영란법 위반 시비가 일었다. 돈의 출처인 특수활동비 용도까지 논란거리였다. 서울 지검장은 대검 부장급 과장에게, 대검 관계자는 지검 부장급 6명에게 준 것이 된다. 서로 교차된 격려였다.

 

하지만 특별수사본부 수사 종료 나흘 후 ‘돈 봉투 만찬’이 침소봉대 되어 언론에 흘러 나오자 ‘국정농단 사건’을 위해 충성을 다했던 그들은 일순간에 ‘검찰 개혁의 대상’이 됐다.

 

청와대는 야단법석을 떨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직접 조국 민정수석을 통해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즉시 감찰을 실시하라고 ‘감찰 지시’를 내렸다. 모두 22명으로 대규모 합동 감찰반을 꾸려 당시 만찬의 성격과 주고받은 격려금의 출처와 처리 과정, 청탁금지법 위반, 특수활동비 적정 사용 여부 등을 조사했다.

 

이를 신호탄으로 검찰 간부들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 후임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이 지검장 보다 5기나 후배인 윤석열 검사를 발탁했다. 검찰의 서열파괴가 시작됐다.

 

연이어 특수부에 파견돼 함께 일했거나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이 되는 윤갑근 대구고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 등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시켰다. 사실상 무보직 대기상태. 법무부는 ‘과거 중요 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 등의 문제가 제기된 검사들’이란 제목의 멍에까지 씌우는 숙청인사의 배경까지 밝혔다.

 

청와대가 정치적인 접근으로 이 지검장을 ‘무리하게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6월 법무부가 이 지검장과 만찬에 동석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면직 처분을 내릴 때도 징계 수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8일,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음식물과 금전을 구분했다. 재판부는 “격려·위로·포상 목적으로 제공한 금품인지 여부는 제공자의 의사뿐 아니라 수수자와의 직무상 관계, 제공된 금품의 종류와 가액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법 취지에 따라 해석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 전 지검장이 낸 식사비는 하급자 격려 차원이어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이같은 결과로 ‘적폐 검사’로 낙인 찍고 검찰개혁의 시동을 걸었던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 전 지검장은 법무부의 면직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검찰은 지난달 결심공판에서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간부 2명에게 각각 9만5000원 상당의 식사와 각각 100만원이 든 격려금 봉투를 전달해 1인당 총 109만5000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며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부정청탁금지법은 명목과 관계없이 동일인에게 1회에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식사비는 부정청탁금지법상 예외 조항에 해당한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공공기관이 소속 공직자나 파견 공직자 등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가 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에게 제공한 금품이라는 것. 즉 검사가 검찰청과 법무부를 오가며 파견근무하는 관행을 감안할 때 상급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격려금도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아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금액이 100만원 이하일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한 조항의 해당 여부가 문제될 뿐”이라고 했다. 형법상 형벌인 벌금이 아니라 행정제재 조치인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는지 따져볼 문제라는 설명이다.

선고 후 재판장을 빠져 나오던 이 전 지검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법원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짧게 말했다. 평소에도 그는 과묵한 편이다. 대검 감찰본부는 “판결문을 검토해 수일내에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조직은 그동안 ‘검사동일체’ 라는 일사분란한 하나의 지휘체계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 지검장 ‘돈 봉투 만찬사건’의 파문은 정치검찰의 속성과 내부갈등을 여실히 드러 낸 웃음거리가 됐다.

 

검찰총장은 취임할 때 마다 ‘오직 국민에게 봉사하겠다’고 말한다. 그 검찰은 그동안 누구를 위해 종을 울렸던가?  [제이누리=김선완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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