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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외환위기 20년의 교훈 ... 4차 산업혁명 시대 구조개혁 필요

 

1997년 말 몰아닥친 외환위기는 한국 사회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한보ㆍ기아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쓰러지면서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가 무너졌다. 정리해고 등 대규모 실직으로 평생직장 개념도 깨졌다. 조기ㆍ명예퇴직이 횡행하고 노숙자가 늘어나면서 실직자 가정이 풍비박산 났다.

 

그로부터 20년, 거시경제 지표는 양호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할 당시 39억 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은 올 10월 현재 3845억 달러로 세계 9위다. 400%에 육박했던 제조업 평균 부채비율은 60%대로 내려갔다. 103억 달러 적자였던 경상수지는 올 들어 9월까지 934억 달러 흑자다. 300대 중반이던 코스피 지수는 2500을 넘어섰다. 투기등급인 B+까지 떨어졌던 국가신용등급은 중국ㆍ일본보다 높은 AA다.

 

그러나 커진 덩치만큼 경제 체질은 개선되지 않았다. 경제성장률이 7년째 2~3%대를 맴돌고 있다. 2011년 이후 단 한번도 세계경제 평균 성장률을 넘지 못했다. 저성장이 고착화하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고용불안이 상시화됐다. 1997년 5.7%였던 청년실업률이 지난해 9.8%로 치솟았다. 체감실업률은 21.7%로 청년 다섯 중 한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다.

 

기업들의 낡은 경영 행태도 달라지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최우선 과제로 등장한 재벌개혁은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흐지부지됐다. 그 결과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더 커졌고, 오너의 전횡 등 황제경영도 그대로다. 대기업은 정경유착과 갑질,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들이 정부의 지원과 보호에 기대는 관행도 여전하다.

 

국민 삶도 나아지지 않았다. 대기업이 700조원에 육박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두는 반면 가계는 1400조원의 빚을 지고 있다. 직장에서 떨려난 근로자들이 생계형 창업에 나서며 자영업 과잉과 가계부채 뇌관을 잉태한 결과다. 900만명에 육박하는 비정규직이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임금 차별을 받는데다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

 

국민의 고단한 삶은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실시한 국민인식 조사에서 나타난다. 국민들은 외환위기 발생 20년의 부정적 영향으로 ‘양극화 심화(32%)’ ‘실업문제 심화(28%)’ ‘비정규직 확대(26%)’ 등을 꼽았다.

 

외환위기는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안겼다. 기업들은 도전과 혁신보다 현상유지형 돈벌이에 안주했다. 개인은 정년이 보장되며 안정적인 공공 일자리에 매달렸다. 경제주체들의 위험회피 경향이 두드러지고 한국 경제를 짧은 기간에 압축 성장시켰던 역동성이 크게 위축된 것이다.

 

외형적 지표를 보면 20년 전 같은 외환위기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적다.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은 못 된다. 환란은 넘어섰지만 한국경제는 숱한 난제에 휩싸여 있다. 고용불안과 민간소비 위축으로 잠재성장률이 급락하는 등 경제 활력이 떨어졌다. 조선ㆍ철강ㆍ해운 등 기존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잃은 가운데 미래를 이끌 4차 산업혁명 분야는 규제에 가로막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규직 과보호와 계약의 경직성으로 대변되는 노동시장은 기업 효율과 노동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20년 전 한국에 구제금융을 제공했던 IMF가 최근 한국 정부에 구조개혁에 나서라고 주문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990년대 초반 7%에서 3% 아래로 하락하고, 노동생산성은 미국의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구조개혁이란 곧 규제 및 노동시장 개혁을 일컫는다.

 

다행히 올해 성장률은 3%대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이 원활하고 경기가 회복되는 지금이 구조개혁 적기다. 경제 여건이 괜찮을 때 개혁을 추진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성과를 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신산업 진출과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혁파하고 노동시장도 개혁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민관이 지혜를 모아 경제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언제 또 다른 위기에 좌초할지 모른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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