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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가 없는 것의 쓸모'인 무용지용(無用之用) ... 관광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활약한 수많은 학자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손꼽히는 장자(莊子, 이름은 周)는 "본성을 잃지 말고 변화에 순응하라"고 말했다.  때에 따라 겉모습은 바꾸었어도 내면에 품은 본성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고수하는 삶의 자세를 강조한 말이다.

 

장자의 말에 의하면 사람들이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규칙과 변화에 따라야 한다. 이것이 겉모습이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겉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가치관과 품격, 그리고 내면에 깊이 간직한 본성이 있다. 이것이 속마음이다.

 

제주관광도 그러해야 한다. 관광환경과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는 대응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의 관광은 스마트관광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손바닥만한 휴대전화가 관광지도가 되기도 하고, 관광가이드 또는 관광통역사가 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제주도만 옛것을 지킨다고 종이 관광지도와 물어물어 가이드를 고집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관광환경이 변하고 세상이 천지개벽해도 바뀌지 않아야 할 제주관광만의 품격과 본성은 지켜야 한다. 이것이 겉모습은 변해도 속마음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는 장자의 가르침을 제주관광에 입히는 일이다. 궁극적으로는 제주관광의 질적 성장과 지속가능성을 스스로 지키는 일이다.

 

장자는 또 ‘쓸모가 없는 것의 쓸모’, 언뜻 쓸모없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오히려 큰 구실을 함을 이르는 말인 무용지용(無用之用)을 이야기한다. 양적 성장과 질적 성장의 경계 그리고 개발과 보전의 경계에서 고민에 빠져 있는 제주관광이 교훈으로 삼았으면 하는 것이 바로 무용지용이다.

 

오늘날 선진관광지라 불리는 많은 관광명소들이 무용지용의 철학을 제대로 보여준 사례는 수두룩하다.

 

세계적 관광명소로 손꼽히는 미국의 라스베이거스가 쓸모없어 보이는 사막 위에 지어진 별천지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3시간여 거리의 랑독-루시옹은 프랑스인에게는 물론 인근의 스페인, 벨기에 등 외국인들에게도 휴양관광지로 사랑받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불과 40여 년 전에는 주민 100여 명만이 생활하던 늪지대였다. 이 쓸모없던 땅은 프랑스 정부와 주민들의 노력으로 프랑스 내 관광수입 4위의 도시로 탈바꿈했다. 이로 인해 주민들의 고용창출이 이루어지면서 타지로 떠났던 주민들까지 다시 돌아와 정착하고 있다.

 

동남아 최고의 관광대국으로 연간 5200만 명의 관광객과 환승객이 찾는 싱가포르는 과거에 자원 하나 없고 쓸모없는 땅이라는 이유로 말레이시아가 포기한 땅이었다. 여느 나라와 같이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나 유적은 고사하고, 특별히 빼어난 자연경관조차 없는 곳이 싱가포르다.

 

하지만 최고의 관광지로 거듭나면서 누구도 예상 못한 '쓸모없음의 쓸모'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이뿐 만이 아니다. 낡고 오래되어 폐쇄된 교도소가 특별한 경험을 주는 최고의 호텔로 거듭나기도 한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는 쓸모없는 사막을 세계 유일의 사막골프장으로 꾸며 관광객들을 불러 모은다. 동일본대지진으로 황폐화된 후쿠시마는 안전관광의 교육장으로 변모하였다.

 

‘관광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제주의 밭에 흔하게 굴러다니는 돌멩이와 이름 모를 들꽃도 관광객을 감동시키는 쓸모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제주 곳곳에는 쓸모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엄청난 가치를 지닌 것들이 많다.

 

먼 옛날 장자가 얘기한 '속마음'과 '쓸모없음의 쓸모'를 지금부터라도 제주관광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 신동일 제주연구원 연구위원 (관광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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