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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의 날씨이야기(21) 날씨에 얽힌 악기의 사연

 

몇 년 전 예술의 전당에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장영주)의 연주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현란한 기교와 풍부한 표현력을 겸비한 생동감 넘치는 연주로 정평이 나 있는 그녀의 연주를 들으면서 벅찬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사라 장의 바이올린이 스트라디바리우스(Stradivarius)라는데, 몇 십 억원 한 대.”

 

옆 좌석에 앉은 사람의 말을 무심히 들으면서 진짜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바이올린이 무엇인지는 확인해보지 않았지만, 스트라디바리우스라면 정말 세계적인 명품 바이올린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17세기부터 18세기에 걸쳐 이탈리아의 바이올린 제작자 스트라디바리(Stradivari) 일가가 제작한 바이올린이다. 어느 나라가 몇 대를 가지고 있느냐로 그 나라의 국력을 매긴다는 말이 있을 만큼 명기로 알려져 있다.

 

이런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도 날씨 덕분이다. 14세기부터 시작된 소빙하기로 이탈리아의 산 위에 자생하는 나무들은 성장을 거의 하지 못했다. 몇 백 년 동안 추운 날씨와 강한 바람에 살아남은 나무들의 밀도는 엄청나게 높았다. 이 나무로 만들어진 바이올린이나 비올라, 첼로의 소리가 남다른 공명을 가지게 된 것은 바로 날씨 때문이다. 결국 이 당시 만들어진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명품 소리를 듣는 것은 날씨 덕분이다. 날씨가 명품 악기를 만들고 악기시장의 큰 손이 된 좋은 예다.

 

이처럼 날씨는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한 분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앞에서 소개한 바이올린 이야기가 날씨와 음악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제 소개할 이야기는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을 날씨로 해결한 사례다.

 

캐나다에서 여덟 살짜리 소녀가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이 양아버지라는 심증은 있었지만, 증거가 없었다. 캐나다 환경의학연구소는 소녀의 살해 시각을 알아내기 위한 기후실험을 했다. 인근 400개의 기상관측소로부터 기후 자료를 뽑았다. 정확한 온도변화 경향으로 살해 시각을 밝혀냈다. 살해 시각의 알리바이를 입증하지 못한 양아버지는 범죄를 자백했다. 날씨로 범죄를 해결한 실화다.

 

한 젊은 여인이 시 외곽의 비포장도로에서 사고를 낸 사건도 있었는데, 재판정에서 그녀는 진흙이 갑자기 앞 유리에 튀어 시야를 가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날은 햇볕이 쨍쨍한 맑은 날이었다. 변호사는 그 시간의 기상위성 사진과 레이더 자료로 변론을 폈다. 사고 시각에 시 외곽 지역에서는 실제로 국지적인 소나기가 내렸던 것이다. 여인은 무죄로 풀려났다. 캐나다 경찰학교에서는 ‘범죄 해결을 위한 기상 자료 활용법’을 가르친다. 날씨가 범죄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온케이웨더>

 

반기성은?

 

=충북 충주출생.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공군 기상장교로 입대, 30년간 기상예보장교 생활을 했다. 군기상부대인 공군73기상전대장을 역임하고 공군 예비역대령으로 전역했다. ‘야전 기상의 전설’로 불릴 정도로 기상예보에 탁월한 독보적 존재였다.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군에서 전역 후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위원을 맡아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항공기상학, 대기분석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기상종합솔루션회사인 케이웨더에서 예보센터장, 기상사업본부장, 기후산업연구소장 등도 맡아 일하고 있다. 국방부 기후연구위원, 기상청 정책자문위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조선일보, 국방일보, 스포츠서울 및 제이누리의 날씨 전문위원이다. 기상예보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대통령표창,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날씨를 바꾼 어메이징 세계사>외 1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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