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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늙어가는 기업 생태계 ... 사전 규제 말고 사후 규제로!

 

한국은 인구구조만 늙는 게 아니라 기업 생태계도 늙어가는 구조다. 인구 고령화의 원인이 저출산과 평균수명 연장이라면 기업 생태계 고령화의 배경은 유망 신생기업의 탄생이 더딘 대신 늙은 기업들이 그렁저렁 연명하는 데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6일 김동연 경제부총리에게 전한 ‘최근 경제 현안에 대한 전문가 제언집’을 보면 미국 10대 기업(시가총액 기준)의 나이는 최근 10년간 14살 젊어진 반면 한국 10대 기업의 평균 나이는 15살 더 들었다. 미국에서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젊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성장한 데 비해 한국에선 전자ㆍ자동차ㆍ석유화학 등 기존 중후장대형 굴뚝산업에 머문 결과다.

 

뭐가 문제인가. 무엇보다 얽히고설킨 규제가 많아 혁신적인 아이디어로도 신사업을 벌이기 어려운 구조다. 세계적 기술을 개발해도 제값 주고 사려는 데가 없고, 대기업에 달려가면 손잡는 듯하다가 기술을 빼앗거나 베껴 먹는다.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대기업 입사에 매달리고, 우수한 인력이 창업에 도전하려 들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작용한다.

 

세계적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혁신을 막아서는 ‘규제 환경’에서 한국 기업 생태계 쇠락의 원인을 찾는다. “세계 100대 사업모델이 한국에서 창업했다면 절반 이상(57개)이 제대로 꽃을 피울 수 없거나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라며. 세계는 지금 혁신의 각축장인데 한때 ‘아시아의 용龍’으로 불렸던 한국은 규제의 덫에 걸려 쇠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역대 정부도 문제의 해답이 규제개혁이란 점은 알고 있었다. 외환위기 직후인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규제개혁위원회를 두고 규제 철폐를 외쳤다.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명제에는 진보ㆍ보수 정권이 따로 없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전봇대 뽑기’, 박근혜 정부에선 ‘규제 기요틴(단두대)’ ‘손톱 밑 가시’라는 정치적 구호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의 기업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 젊고 새로운 기업들을 성장시켜 기업 생태계를 젊고 활기 넘치게 만들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그러려면 ‘이것만 하라’ 식의 포지티브 규제에서 ‘이것만 빼고 다하라’ 식의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사전 규제를 가급적 사후 규제로 바꿈으로써 기업들로 하여금 시장에서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재량을 주자. 이 경우 사후 문제가 되는 행동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처럼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요구된다.

 

기본적으로 정부 정책의 얼개를 신생기업의 활력을 높여 기업 생태계를 젊게 하는 쪽으로 잡아야 한다. 경쟁력 없는 늙은 기업이 정부 지원에 기대는 것은 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연명 치료와 같다. 정부 정책의 방향을 혁신하지 않는 기존 낙후기업을 보호하는 데서 탈피해 잠재력이 큰 어린 기업이 성장궤도에 들어가도록 돕는 구조로 전환해야 마땅하다. 아울러 창업했다가 실패하더라도 재도전이 가능하게 하는 사회안전망도 갖춰야 한다.

 

한국이 규제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동안 빅데이터, 바이오, 자율주행자동차, 드론 등 미래 먹을거리 산업에서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그사이 중국은 디지털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굴기倔起’를 외치며 맹추격하고 있다. 11월 11일 광군제 하루에 28조원 매출을 기록한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혁신을 보라. 올해 9번째인 광군제 행사는 이미 원조격인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넘어서 세계적 쇼핑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구호로만 혁신성장을 외쳐선 안 된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ㆍ유예시켜 주자는 ‘규제 샌드박스’를 거론한 게 언젠가. ‘문재인 브랜드’ 규제혁파로 기업 생태계를 젊게 변화시켜라. 과거 정부가 추진한 규제개혁 법안이라고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필요한 부분은 수용하라. 과감한 규제혁파로 기업들의 투자를 일으켜야 이 정부 최대 목표인 일자리가 창출된다.

 

그래야 혁신성장도, 문재인 정부가 주창하는 사람 중심 경제, 소득 주도 성장도 가능해진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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