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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일제강점기 제주농촌지역의 생활수준

 

일반적으로 당시 생활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이 상식물(常食物) 현황이다. 어떤 식품을 어느 정도 먹었느냐는 그 가정의 경제상태, 개인의 건강, 영양상태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당시 우리나라는 미식국가(米食國家)였지만 제주도는 농업특성상 보리, 조, 피 등 전작물(田作物)을 상식(常食)으로 하고 이에 육류, 어류들을 추가 섭취했다.

 

 

당시 제주지역의 영양섭취는 지역, 지역과 경제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조, 보리를 주식으로 했고 육류, 어류 등과 같은 부식물의 섭취는 비정기적으로 특별한 날에만 섭취했다. 물론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다. 중산간마을이 경제적으로 나아 보이며 산촌이 가장 열악한 환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계절적으로는 겨울이 가장 곤궁(困窮)한 시기로 식사횟수가 2회로 줄고 내용물도 밥 대신 죽으로 대체된다. 소채류 중심의 부식이 주를 이루며 겨울, 산간마을과 같이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경우 피밥을 상용(常用)하며, 식사횟수 역시 2회로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식사횟수가 2회로 줄어든 것은 중산간마을이나 해안마을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상식(常食) 외로 가족의 경제상황에 따라 평소보다 특별히 더 먹는 날이 있었다. 정기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농번기에 공동노동을 행한 날 저녁 육도(陸稻)와 생선을 섭취하기도 했다. 이외에 마을행사나 혼례와 같은 가족행사때 돼지를 추렴하여 먹었다.

 

이처럼 평소보다 잘 먹는 날은 산촌인 경우 한 달에 1회, 중산간, 양촌(良村)인 경우 5일에 1회, 해촌(海村)인 경우 20일에 1회 정도이다.

 

1933년 쌀 소비현황을 보면, 1933년 도내 쌀생산량 2만4810석(그 중 만234석은 水稻)에 이입미(移入米) 만1234석을 합쳐 3만6044석을 도내에서 소비한 것으로 보인다. 1935년경에야 제주지역 쌀소비량이 전국수준에 미친다. 이 시기부터 해안마을에는 백미를 상식으로 하는 인구가 늘어났다.

 

필자는 제주지역 마을조사를 다니며 매 끼니 쌀밥을 먹기 시작한지가 언제부터였는 지를 어르신들께 자주 여쭤보았다. 쌀과 보리를 혼합한 ‘반지기밥’이나 잡곡밥이 아닌 하얀 쌀밥을, 명절때나 '식게'때만이 아니라 매일 먹기 시작한 때가 언제부터인지.

 

지역에 따라 다르고 개인적 경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통일벼가 나오고 쌀로 막걸리를 만들어 마시기 시작한 1980년대 초반으로 기억하는 분이 많았다. 그러나 가장 정확한 답변은 ‘86 아시안게임’이다.

 

 

한편 1930년대 고구마가 식량으로 추가되어 조와 보리를 보충하는 중요한 식량이 되었다(고구마는 1930년대 제주도의 주요 재배작물이었고 식량대체작물로서 제주농촌이 절량공포에서 해방시켜 준 작물이다). 물론 고구마는 저장능력상 1~5, 12월에 소비가 국한되지만 1~4월인 경우 절량되기 쉬운 계절이었던 만큼 이 시기 고구마의 확보는 무척 든든한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가장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던 시기는 9~11월로 보리가 충분히 확보되어 있던 시기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보리, 조 중심이고 백미가 약간 섞여있다. 백미의 소비는 1, 2월과 6, 7월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시기의 특별한 날, 예를 들면 명절이나 농번기가 들어 있었던 것 같다.

 

 

당시 제주지역의 생활비는 식료비의 비중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광열비, 피복비, 주거비 순이다. 문화비와 공과금은 아주 낮은 비율이다. 지역적으로 저지대와 해안지대가 높은 수준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 시기(1930년대 중반) 경제적 중심지가 촌락이동으로 해안마을로의 이동이 끝났음을 짐작케 한다.

 

식료비에서도 곡물류 소비가 절대적이고 해안마을일수록 해산물 소비가, 산간마을 일수록 소채류 소비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일인당 노동과 소비의 차이가 가장 적은 지역은 중간지대로 이 지역은 잉여부분이 가장 적게 나타난다.

 

다음으로 지역별에 따른 차이를 제주와 육지지역을 비교하여 생활비를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육지의 가장 열악한 지역과 제주도의 가장 앞선 지역을 비교해 볼 때 제주도가 약간 낮게 나타나고 있다. 반대로 제주도의 가장 열악한 지역, 즉 산간지역과 내륙의 가장 좋은 지역, 즉 황해나 평안지역을 비교하였을 때 2.5배가량 제주도 산간지방이 뒤져있다.

 

평남지역을 제외하면 황해지역이 가장 앞선 지역으로 기준이 되는 지역인데, 이 지역과 제주도의 가장 앞선 해안지역과를 비교할 때 식료비는 비슷하고 문화비, 광열비, 주거비는 차이가 난다. 문화비 중 보건위생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사회적 풍토의 차이라고 여겨진다.

 

황해도를 기준으로 하여 각 지방을 비교했을 때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교통비와 육아교육비이다. 다른 지역도 아닌 제주도의 해안지역에서 교통비는 5배, 육아교육비는 6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서 교통비는 일본으로의 이동비용이고 육아교육비는 해안지역의 여성들이 해녀활동으로 육아문제를 남에게 의탁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보여준다.

 

이외에 해산물, 조미료 비용이 높게 나타난다. 가장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제주도 산간지방인데, 보건위생비, 육아교육비, 교통비, 공과금, 육류 소비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그 당시에도 산간지방이 해안지방과 달리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는 말을 해 주고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제주대 사범대를 나왔으나 교단에 서지 않고 동국대에서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2011) 학위를 받았다. 제주도 경제특보에 이어 지금은 지역산업육성 및 기업지원 전담기관인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겸임교수로 대학, 대학원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등이 있으며『문화콘텐츠기술과 제주관광산업의 융복합화연구』(2010),『제주형 첨단제조업 발굴 및 산업별 육성전략연구』(2013),『제주자원기반 융복합산업화 기획연구』(2011) 등 보고서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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