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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성의 날씨이야기(20) 신이 주관하는 날씨, 날씨가 형상화 한 신

 

날씨의 중요성은 오늘날은 물론 고대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니, 과학과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고대에는 거의 일방적으로 날씨에 지배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태풍과 한발, 뇌우와 강추위에 무방비로 노출된 고대인들에게 날씨는 곧 삶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따라서 고대인들이 자신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날씨에 절대적인 신의 권위와 권능을 부여하여 날씨의 신을 만들어낸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고대인들이 날씨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그리고 날씨와 절대적 존재인 신을 얼마나 동일시했는지에 대해서는 세계 거의 모든 지역의 신화들이 한결같이 증언하고 있다. 먼저 우리의 단군신화를 간단히 살펴보자. [삼국유사]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환웅은 태백산 신단수 아래에 신시를 열고,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를 거느리고 곡(穀), 명(命), 병(病), 형(刑), 선(善), 악(惡) 등 인간의 360여 가지 일을 맡아서 세상을 다스리고 교화했다.”

 

이처럼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하늘에서 데리고 내려온 풍백, 우사, 운사는 날씨와 관련된 신들이다. 풍백은 바람의 신, 우사는 비의 신, 운사는 구름의 신을 뜻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건국신화는 왜 가장 중요한 신으로 바람과 비와 구름의 신을 꼽았을까? 당시 고조선은 농경사회로, 날씨의 3요소인 바람, 비, 구름이 농경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한 식량의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였던 고대 사회에서 날씨는 이처럼 하늘과 땅과 인간의 삼재(三才)를 잇는 결정적 요소이자 그 모든 것의 존재를 가능케 하는 근거로서 중시되었던 것이다.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신화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지역별로 날씨 요소 중 어떤 요소를 가장 중요시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예컨대 인도는 몬순 현상이 발생하지 않으면 가뭄이 들면서 농업 경제가 파탄이 나고 많은 사람들이 기근으로 죽을 수밖에 없는 기후대에 속해 있기 때문에, 수많은 신들 가운데서도 가장 훌륭한 신은 비를 내리게 하는 외우의 신, 인드라(Indra)다. 인드라는 신들에 대한 찬미를 담은 [베다(Veda)]에서 가장 많은 찬미를 받는 신이며, 휘하에 폭풍의 신인 마루트(Marut)를 거느리고 있다.

 

육지가 아닌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던 바이킹들에게 폭풍과 뇌우의 신은 토르(Thor)가 최고의 신이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토르는 인도 신화의 인드라와 그 휘하에 있는 마루트를 합쳐놓은 형태의 신으로, 폭풍과 뇌우는 바이킹들에게 약탈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그들 자신에게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올 수도 있는 날씨 요소였기 때문에, 바이킹들은 폭풍과 뇌우의 신인 토르를 최고의 신으로 숭배했다. 중동 지역에서는 가뭄으로 피해를 자주 입기 때문에 비를 가져다주는 바알(Baal)이나 마르둑(Marduk)이 최고의 신으로 대접받았다.

 

남아공도 이와 유사하게 제때 비가 오지 않으면 기근이 닥치기 때문에 구름 속에서 살면서 비를 내려주는 신인 취고압(Tsui'goab)을 최고의 신으로 모셨다.

 

그 밖에 일본의 큰 바람과 너울을 가져오는 바람신 ‘스사노오’가 있고, 마야 신화에 등장하는 태풍의 신 ‘우라칸(Huracan)’이 있는데, 미국을 강타하는 허리케인(Hurricane)은 이 우라칸의 미국식 이름이다. 일본과 마야 지역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기상 현상이 바로 태풍이나 허리케인이다. 당연히 그 지역의 고대인들에게는 가장 두려운 존재요, 가장 공손히 경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였던 것이다.

 

이렇게 세계 각 지역의 신화를 살펴보면 무척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모든 곳에서 날씨를 관장하는 신들이 중요하게 등장하고, 그들이 감사나 두려움, 기원의 대상으로서 숭배된다는 점이다.

 

이는 각 지역에서 탄생한 신들이 그 지역 기후와 날씨의 영향에 의해 탄생했음을 말해준다. 최고의 신도 해당 지역의 기후 특성에 따라 결정된다. 신화에서는 신들이 날씨를 주관하는 것으로 표현되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각 지역의 날씨가 신들의 모습과 성격, 그리고 지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온케이웨더>

 

반기성은?

 

=충북 충주출생.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공군 기상장교로 입대, 30년간 기상예보장교 생활을 했다. 군기상부대인 공군73기상전대장을 역임하고 공군 예비역대령으로 전역했다. ‘야전 기상의 전설’로 불릴 정도로 기상예보에 탁월한 독보적 존재였다. 한국기상학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군에서 전역 후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전문위원을 맡아 연세대 대기과학과에서 항공기상학, 대기분석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기상종합솔루션회사인 케이웨더에서 예보센터장, 기상사업본부장, 기후산업연구소장 등도 맡아 일하고 있다. 국방부 기후연구위원, 기상청 정책자문위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조선일보, 국방일보, 스포츠서울 및 제이누리의 날씨 전문위원이다. 기상예보발전에 기여한 공으로 대통령표창, 보국훈장 삼일장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날씨를 바꾼 어메이징 세계사>외 1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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