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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제주인의 삶과 애환을 어루만졌던 '숯굽기'

올해가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국제트레킹 10주년인 걸로 보아 벌써 10년 전 일이다. 거문오름 트레킹 첫해 첫날, 지금은 군대 간 아들과 거문오름 갔다가 우연찮게 귀인(貴人)을 만났다. 거문오름 옆 백하마을에서 태어나 거문오름에서 생활한 적도 있으신 이○○할머니(당시 81세)를 만난 것이다.

 

 

이 할머니는 1940년부터 1960년말까지 거문오름에서 소와 말을 키우며 농사도 짓고, 숯을 구어 팔고 양애, 드릅, 늘굽 등을 경작하며 살았다. 이할머니가 ‘우리오름’ 이라고 부르는 거문오름에는 사람들이 거주하던 움막터(농사나 숯을 구울 때, 소나 말을 방목했을 때 임시 거처지), 화전민 거주터, 종가시나무와 붉가시나무 등으로 숯을 구었던 숯가마터(돌가마)가 지금까지 남아 있다.

 

이 할머니가 이 오름에서 농사짓고 숯을 굽게 된 것은 1940년경 이할머니 시아버지가 현금 100만원을 주고 이 거문오름을 산 뒤 부터이다. 1960년대 말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이후 거문오름 소유가 몇 번의 재판과정을 거친 뒤 다른 사람에게 넘어갈 때 까지 이할머니는 숯을 구어 성안에 가서 숯 10가마니에 좁쌀 서말 받고 팔아 생활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제주지역 마을을 답사하다보면, 제주도내 거의 전 지역에서 숯을 구웠던 흔적으로 찾을 수 있고 많이 훼손되긴 했지만 지금도 곳곳에 숯가마가 많이 남아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숯을 구워왔다. 일반적인 용도인 연료용에서부터 취사 난방용, 건조, 탈취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돼왔다. 제주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라산부터 해안마을까지 판매용 혹은 자급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숯을 구웠다.

 

한라산 숯굽기는 겨울철 부업으로서 삼림에서 잘려 나온 활엽수를 길이 1척 정도로 잘라서 모양이 반듯하고 별로 굵지 않은(직경 3-10cm) 것으로 조종(弔鐘)모양의 외곽을 쌓고(직경 1.8m, 높이 1.5m) 그 속에 되도록 규칙적으로 바르게 통나무를 쌓아올려서 물로 반죽한 찰흙을 밑으로 발라오려 정상부에 직경 30cm 정도의 굴뚝과 하부에 60cm에 30cm정도의 화입구를 열어 거기에 점화한다. 연기 나오는 것을 점검하여 우선 정상부의 굴뚝을 다음에는 화입구를 진흙으로 막아 하루 정도를 방치하고서 흙의 벽을 부순다. 그들은 고정된 숯굽기 아궁이를 만들지 않고 수시로 이와 같은 숯굽기 아궁이를 만든다(泉晴一, 1966).

 

 

제주의 전형적인 숯가마는 지름 3~4m, 1.5m 깊이로 땅을 판 뒤 계곡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크기의 돌을 이용해 울타리를 만들어져 있었고, 불을 지피는 화구와 연기가 배출되는 굴뚝구멍을 가마의 머리부분에 낼 만큼 머리를 쓴 과학적인 숯가마였다. 그 속에 벌목한 나무를 쌓아놓고 흙으로 덮여 불을 떼서 나무장작들이 타도록 한 것이다. 보통의 숯가마는 흙으로 울타리와 지붕을 덮어 굽는데 쇠공장에서 보는 주물처럼 여러 번 반복해서 숯을 굽기 위해 돌로 울타리를 친 반영구적 가마를 만들었다고 추측된다(한라일보, 2004).

 

제주도 숯굽기 과정을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보리, 조 수확 또는 촐베기가 끝나고 숯을 만든다. 숯을 만드는 일을 ‘숯을 굽는다’, 또는 ‘숯 묻는다’고 한다. 숯 묻을 철이 되면 산에 오른다. 작은 솥이나 냄비 등 간단한 취사도구를 가지고 가서 산에서 밥을 지어 먹으며 산에서 노숙하는 기간은 대개 1박2일이다. ‘숯 굽기’는 날씨가 흐리거나 안개 낀 날이 좋다. 연기 나는 것을 숨겨 들킬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낮에는 나무를 준비해 두었다가 밤에 숯가마에 불을 지폈다. 숯을 굽는 절차는 먼저 숯 굽는데 필요한 나무를 준비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숯의 재료는 낭과 밤나무, 쿤낭, 가시낭, 틀낭, 서어낭, 볼레낭, 소리낭 등이 쓰였다. 숯 굽는 나무는 목질이 질긴 것이 최상이다. 숯불 기운이 오래가기 때문이다. 숯 묻을 나무가 준비되면 본격적인 숯굽기 작업에 들어간다. 숯은 숯가마를 이용하지 않아도 만들 수 있지만 대체로 공기가 차단된 숯가마에서 구워낸다(고시홍, 수산리 마을조사, 1998).

 

 

제주지역 곳곳에서 이루어졌던 숯굽기는 다음과 과정을 거치며 진행됐다.

 

□ 가마터 고르기
숯가마를 만들 평지를 물색하여 평평하게 터 고르는 작업을 한다. 그런 다음 땅바닥에 나뭇잎이나 자잘한 나뭇가지를 깐다. 이것은 숯을 추려낼 때, 숯과 땅바닥을 구분 짓는 역할도 한다.

 

□ ‘덧돌’ 만들기
숯을 구을 가마터의 면적을 가늠하여 그것에 맞게 네 군데에 덕돌을 만든다. 숯가마에 불을 지피는 구멍을 ‘덕돌(화덕)’ 또는 ‘숨골’이라 한다. ‘덕돌’은 솥덕에 앞쪽처럼 양쪽에 두개의 돌을 세우는데 이것를 ‘어귓돌’이라 한다. 그리고 ‘어귓돌’ 위에 가로 얹는 돌을 ‘덮돌’이라 한다. 하나의 숯가마에는 보통 4개의 ‘덕돌’을 만드는데, 가마가 아주 큰 경우에는 5-6개의 ‘덕돌’을 만들기도 했다.

□ 나무쌓기
숯을 굽기 위해 마련해 둔 나무를, ‘덕돌’을 경계로 한 가마터에 쌓는다. 나무를 쌓는 형식에 따라 숯굽는 방식을 ‘누운 숯(곰숯)’, ‘눌 숯’, ‘선 숯’으로 구분한다. 첫째 ‘누운 숯’ 또는 ‘곰 숯’은 숯나무를 가마터 바닥에 눕혀서 뜀틀처럼 쌓아올려 흙을 덮는 형식을 말한다. 초보자들이 사용하는 숯굽기 방식이다. 이 방식은 숯을 많이 만들 수 없고 ‘냉발이’가 많이 나온다. 냉발이란 탄화가 덜 된 숯, 숯이 되다 만 숯나무를 ‘냉발이’라 한다. 둘째 ‘눌 숯’은 숯나무를 ‘눌을 눌 듯’ 피라미드형으로 쌓아 흙을 덮는 방식이다. 숯을 많이 구워 낼 수 있다. 셋째 ‘선숯’은 숯나무를 지면에서 수직으로 곧추 세워 쌓아 흙을 덮는 방식이다. 가장 고등기술이며 성설 숯가마에서 숯을 만드는 것은 모두 ‘선 숯’이다. 숯나무를 가장 많이 쌓을 수 있고 ‘냉발이’가 가장 적어 많은 숯을 얻을 수 있다. 나무쌓기를 할 때는 숯나무를 쌓은 겉면에 나뭇잎을 덮어서 흙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한다. 그리고 ‘눌 숯’이나 ‘선 숯’인 경우에는 숯나무가 무너지지 않게 덩굴로 나무 더미를 빙빙 애둘러 감은 다음 흙을 덮는다. 위 과정을 통하여 숯나무를 쌓고 흙을 덮어 돔 모양의 숯가마를 완성한다.

 

□ 불지피기
숯나무 위에 흙을 덮어 숯가마가 만들어 지면 드디어 ‘덕돌(화덕)’ 구멍으로 불을 지핀다. 불길이 한꺼번에 골고루 돌아야 숯이 잘 만들어 진다.

 

□ ‘숨골’ 막기
불길이 숯가마에 골고루 돌았다고 판단되면 ‘덕돌’을 빼내 ‘숨골(입구)’을 흙으로 막아 공기를 완전히 차단한다. 불길이 덜 돈 때 ‘화덕’을 막으면 ‘냉발이’가 많이 생긴다.

 

□ 숯가마 허물기
1박2일 동안 산에서 노숙하며 숯굽는 작업이 끝나면 귀가한다. 숯굽기를 하러 다닐 때는 사람이 눈을 피해서 한적한 길을 이용한다. 2~3일 정도 지나서 숯가마를 해체하여 숯을 골라낸다. 그런데 숯가마를 도둑맞을 때도 있다. 가마를 허물어 숯을 골라내는 일은 밤에 한다.

 

□ 분배하기
‘숯굴(숯가마)’을 세는 단위는 ‘눌’ 또는 ‘구뎅이’이다. ‘숯굴’ 눌에는 2인 1조, 3인 1조로 숯 굽기를 한다. 숯의 분량을 나타내는 단위는 ‘멩탱이’이다. 다른 사람과 한조가 되어 숯을 만들었을 때는 ‘멩탱이’로 분배한다. ‘눌에서 생산되는 숯의 양은 대중없다. 나무를 쌓고 불을 지피고 공기를 차단하는 시간 등 기술적인 것과 비례하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마을을 탐방하다 보면, 숯을 집으로 옮기다 불이 났었거나 남의 숯을 몰래 훔쳐오다 엉덩이에 불이 붙었던 일화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지금은 화석연료에 밀려 고기집이나 가야 볼 수 있지만, 숯은 불과 50-60년 전 까지만 해도 제주사람들의 삶과 애환의 현장 중심에서 검게 피어나고 있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제주대 사범대를 나왔으나 교단에 서지 않고 동국대에서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2011) 학위를 받았다. 제주도 경제특보에 이어 지금은 지역산업육성 및 기업지원 전담기관인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겸임교수로 대학, 대학원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등이 있으며『문화콘텐츠기술과 제주관광산업의 융복합화연구』(2010),『제주형 첨단제조업 발굴 및 산업별 육성전략연구』(2013),『제주자원기반 융복합산업화 기획연구』(2011) 등 보고서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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