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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화] 해녀학교에서 배우는 직장생활의 지혜들 … 팀제로 협력하라

 

해녀학교에서 물질실습을 할 때 선생님으로부터 가장 먼저 듣는 말은 ‘혼자서 물에 들지 말라’는 당부이다. 물질은 절대로 혼자 하면 안 되는 공동 작업이며 단체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습을 시작하기 전에 우리도 우선 조를 짜고 조장을 뽑아서 물질조직을 갖췄음은 물론이다.

 

물질의 속성이 위험을 내재한 것인 만큼 적어도 두 세 명이 함께 물질을 하면서 서로의 안전을 살피기 위한 규칙이다. 그러므로 부지런히 바당밭을 누비면서 한눈팔 겨를 없이 물질을 하더라도 옆에서 물질하는 동료의 움직임을 은연중에 살펴야 한다. 혹여 숨비질해 들어간 후 한참이나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무슨 일이 생겼는지 반드시 점검해 보아야 하는 것이다. 물건을 잡다가 발이 그물에 걸리거나 손이 바위틈에 끼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서다. 일단 함께 바다에 들어갔으면 서로를 지켜볼 수 있는 거리에서 물질을 하다가 가급적 비슷한 시간에 나와야 한다. 공동운명인 것이다.

 

또한 둘 셋이 함께 물질을 하는 것은 커다란 전복이나 문어, 다금바리 등을 잡는 상황에서 즉각적인 수눌음(협력)을 가능케 하는 준비태세이기도 하다. 소라나 전복을 잡다가 물숨을 먹어서 익사하는 경우가 물질 중에 벌어지는 사고사의 전형이다. 간혹 조류가 거세서 불가항력으로 멀리 떠밀려 가는 경우도 있는데, 두 셋이 함께라면 힘을 모아서 헤쳐 나올 수가 있다.

 

이처럼 2∼3명 혹은 3∼4명이 서로의 작업상황을 시각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거리에서 조업토록 하는 해녀들의 작업조직은 요즈음 기업조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팀제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팀제란 몇몇 사람들이 자발성과 자율성을 가지고 수평적으로 협력하고 보완함으로써 최대한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조직구조다.

 

혼자서 작업을 하는 일인조직이나 연공서열순에 따라 직원들을 상명하복의 피라미드 구조로 배치하는 것과 다르다. 나이나 물질 연수가 아니라 기량이 비슷한 이들끼리 몇 사람씩 무리를 지어 함께 작업하는 해녀들의 조업방식은 팀제를 연상시키는 특성이 있다. 게다가 특별히 팀장을 두지 않고도 상황에 따라서 누구나 팀장이 되어서 구성원을 살피고 지원하는 적극성은 오히려 보통의 팀제를 뛰어넘는 장점이기도 하다.

 

만약 직장인들이 해녀수업을 통해서 물질을 배우고 훈련을 한다면 자연스럽게 이 팀제를 몸에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직장에서의 일이란 게 혼자서만 잘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남에게 의존하기만 해서 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바다와 같은 위험상황에서는 개인 기량도 중요하지만 협력과 공존이 생존의 필수조건이므로 팀제를 몸에 익히는데 이보다 더 좋은 교실은 없다.

 

혼자서 최선을 다하되 옆에 있는 동료와 협력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팀제의 실습장으로, 제주해녀의 바당밭보다 더 좋은 교실은 이 세상에 없지 않을까.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허정옥은?
= 서귀포시 대포동이 고향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뭍으로 나가 부산대학교 상과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볼티모어시에 있는 University of Baltimore에서 MBA를 취득했다 주택은행과 동남은행에서 일하면서 부경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이수했고, 서귀포에 탐라대학이 생기면서 귀향,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면서 서귀포 시민대학장, 평생교육원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3년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의 대표이사 사장과 제주컨벤션뷰로(JCVB)의 이사장 직을 수행했다.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서비스 마케팅과 컨벤션 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2기를 수료, 다시 시작하는 해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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