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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정규직 제로화’란 말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비정규직’이란 말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입니다. 두 말할 필요 없이 비정규직의 열악한 근로조건은 하루빨리 개선돼야합니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추진하는 ‘조급하고 무조건적인’ 비정규직 제로화에는 반대합니다.

 

저는 우리 사회의 ‘대표 약자’입니다. 키 156cm, 몸무게 40kg의 왜소한 신체조건을 가진 50대 초반의 장애인인 저는 과거 직장생활을 할 때 계약직으로 여러 회사를 옮겨 다녔습니다. 그러는 동안 계약직의 불안함과 설움, 그리고 아픔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지금은 지난날의 상처를 보듬고 ‘따뜻한 자본주의'를 주제로 경제동화를 쓰고 있습니다. <돈이 사라진 마을>이라는 경제동화를 통해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화’정책에 찬성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 보다 먼저 해결돼야할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름 아닌 생존의 한계에 부딪힌 빈곤계층의 일자리 문제입니다.

 

비정규직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면 오랫동안 정권의 업적으로 내세울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책의 초점을 ‘비정규직 제로화’에 맞추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무조건적인 비정규직 제로화는 진정으로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말로 힘든 사람들은 비정규직이 아닙니다. 비정규직은 그나마 일할 곳이라도 있습니다. 불행히도 우리 사회에는 그런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구하지 못해 절망의 늪을 헤매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삶의 한계에 부딪힌 사람들을 살리는 방법은 정부가 공공기관이나 기업을 압박해 모든 비정규직을 한꺼번에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그와 반대로 공공기관과 기업을 지원하고 설득해서 보다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지 않으면 삶의 한계에 부딪힌 사람들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요구는 먼저 기업의 경영상황을 살핀 후 내려져야합니다. 기업의 경영상황을 무시한 채 당장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는 위험천만합니다. 자칫 기업경영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됩니다.

 

설령 기업경영의 위기를 초래할 정도가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단번에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는 기업에게 ‘더 이상 신규 직원을 뽑지 않아도 좋다’고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는 일자리가 필요한 수많은 빈곤계층에게 ‘지금처럼 계속 실업자로 살아라’고 말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정부가‘비정규직 제로화’를 추진하게 된 배경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근로현장에서의 모든 차별과 불평등은 사라져야합니다.

 

그러나 차별과 불평등을 없애는 것이 곧 ‘묻지마 정규직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근로에 대한 정당한 대가와 대우를 제공하는 것이 차별과 불평등을 없애는 것이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경우 정규직 전환이란 방법이 사용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오히려 합리적 근거 없는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은 또 다른 차별과 불평등을 낳을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정부가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윽박지르는 건 옳은 방향이 아닙니다. 지혜로운 방법도 아닙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비정규직 제로화’라는 ‘화려한 실적’이 아니라, ‘삶의 한계에 부딪힌 사람들’이 딛고 일어설 ‘낮은 디딤돌’입니다. 보다 많은 디딤돌을 만들기 위해 어떤 정책과 전략이 필요할지 정부가 다시 한 번 짚어봤으면 합니다. / 홍용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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