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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철의 그리스 신화이야기 (11)] 제우스의 충실한 부하…목동과 도둑의 신

 신화는 신화만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대변한다. 인류가 걸어온 문명사적 궤적을 담아낸 것이 곧 신화다. 서양문명의 시금석이자 금자탑이기도 한 그리스 신화가 말하는 그 문명사적 궤적을 오랜 기간 통찰해 온 김승철 원장의 시각으로 풀어본다. 그는 로마제국 이전 시대인 헬레니즘사를 파헤친 역사서를 써낸 의사로 유명한 인물이다. 난해한 의학서적이 아닌 유럽의 고대역사를 정통 사학자의 수준으로 집필한 게 바로 그다. 로마 역사에 흥미를 느껴 그 시대를 파고들다 국내에 변변한 연구서가 없자 아예 그동안 그가 탐독했던 자료를 묶어 책으로 펼쳐냈다. 그가 <그리스신화 이야기>를 제주의 독자들에게 풀어낸다./ 편집자 주

 

 

다음은 헤르메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헤르메스는 다른 신들의 탄생과 비교하여 황당한 면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와 아틀라스의 딸 마이아 사이에서 태어났다. 영어의 5월에 해당하는 May가 마이아라는 이름에서 나왔다. 마이아는 헤라의 눈을 피해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킬레네 산에서 헤르메스를 낳았다(영상 자료에서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위치를 잘 못 표시하였다). 헤르메스는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엉금엉금 기어서 테살리아까지 갔다. 그 곳에는 아폴론이 귀양을 와서 아드메토스 왕의 소와 양을 치고 있었다.

 

오른쪽은 아폴론이 양과 소를 돌보는 일을 하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전면 왼쪽에 붉은 옷을 입은 자가 아폴론인데 양과 소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 오른쪽 뒤쪽에는 서 있는 어린 아이인듯한 자가 있는데 이이가 전령의 신 헤르메스이다. 그 일을 만족해하고 열심히 할 아폴론이 아니었다. 그림에서 아폴론은 소와 양을 돌보는 일에는 무관심해 보인다. 뒤쪽에 서 있는 헤르메스는 그 틈을 이용하여 소와 양을 훔치고 있다. 헤르메스는 스스로 신이 되기 위해 번제를 지내야 했다. 그러나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었던 그는 아폴론이 일하는 테살리아까지 기어가서는 그곳에 있던 소와 양으로 번제를 지내려했던 것이다.

 

아폴론이 목동이 된 경위는 아폴론 편에서 자세히 설명하였는데 다시 잠깐 언급한다. 아폴론과 코로니스 사이에는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가 태어났다. 그는 사람을 너무 잘 살리는 바람에 지옥이 비게 되었다. 그래서 하데스가 제우스에게 요청하여 번개로 아스클레피오스를 죽이게 되었다. 아들이 죽음에 화가 난 아폴론은 제우스에게 직접 대들지 못하고 제우스에게 번개를 만들어준 퀴클롭스를 죽여 버렸다. 이 사실을 안 제우스는 아폴론이 자신에게 대들었다고 생각하여 그를 아드메토스 왕의 소와 양을 키우도록 귀양 보낸 것이다.

 

이 슬라이드에서 맨 처음 그림은 거북이 등껍질과 창자로 만든 리라이다. 두 번째 그림은 헤르메스의 상징물인 카두케우스이다. 카두케우스는 헤르메스의 빠른 속력을 상징하는 1쌍의 날개가 꼭대기에 있고 그 아래에는 두 마리의 뱀이 있다. 이는 새같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뱀같이 지하 세계와 지상 세계를 모두 다닐 수 있는 능력 즉 제우스의 충실한 심부름꾼역할을 잘 묘사한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카드케우스는 그 모양이 의사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꼭대기가 갈라지고 1마리 뱀으로 휘감긴 지팡이)와 매우 유사했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카두케우스가 의사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다. 가장 오른쪽의 사진은 헤르메스를 표현한 그림인데 머리에는 날개가 달린 모자, 발에는 날개가 달린 신발을 신고 있다. 소와 양을 훔치는데 성공한 헤르메스는 태어난 곳으로 소와 양을 몰고 갔다. 동굴 입구에 다다랐는데 커다란 거북이 한 마리가 있었다.

 

그는 거북이를 잡아 소와 양들과 함께 동굴 깊숙한 곳에 가서 신들에게 제사를 지낸 뒤 스스로 신이 되었다. 헤르메스는 부산물인 창자를 말리고 다듬어서 거북이의 등껍질에 그것을 붙였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리라이다. 소와 양을 잃어버린 아폴론은 헤르메스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왜 그랬냐고 따졌지만 헤르메스는 버젓이 신이 되기 위해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하였다. 대신 자신이 애써 만든 리라를 아폴론에게 건네주면서 화를 풀라고 하였다.

 

리라를 본 아폴론은 만족해하면서 헤르메스를 용서해 주었다. 리라를 받은 아폴론은 음악의 신 반열에도 오르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을 어쩌면 제우스가 자신의 아들 헤르메스를 신으로 만들기 위해 조작한 것일 수도 있다. 헤르메스야말로 제우스의 가장 충실한 부하였기 때문이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전령신이어서 제우스의 명령을 다른 신들과 인간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와 연관된 이야기로는 페르세우스에게 하데스의 투구를 빌려주는 심부름을 한 일, 프릭소스와 헬레를 구하기 위해 황금양을 보낸 일, 오디세우스를 키르케나 칼립소로부터 구해준 일, 소로 변한 이오를 구해 준 일 등이 있다. 또한 헤르메스는 목동의 신, 도둑의 신이기도 하다.

 

 

이 슬라이드는 헤르메스가 프릭소스와 헬레를 구한 이야기이다. 오르코메노스는 테살리아보다 약간 북쪽의 지방인데 그곳의 왕은 아타마스였다. 그는 첫 번째 부인은 구름의 여신 네펠레였다. 둘 사이에는 프릭소스와 헬레라는 남매가 태어났다. 그는 네펠레를 버리고 이노라는 여인과 두 번째 결혼을 하였다. 이노는 헤라와 디오니소스 편에서 나왔던 여인이다. 즉 디오니소스의 모친 세멜레와는 자매사이인 카드모스의 딸이다. 그녀는 디오니소스를 키웠다.

 

그런데 이노는 아타마스와 결혼한 이후 첫 부인의 아이들인 프릭소스와 헬레를 미워하였다. 그러던 중 나라에 흉년이 들었다. 그러자 이노는 이 기회를 노려서 프릭소스와 헬레를 제거하려고 하였다. 오르코메노스에서는 주민들에게 밀씨를 나누어주어 농사를 짓게 하였다. 그런데 이노는 밀씨를 그냥 준 것이 아니라 불에 그을린 상태로 주었다. 나누어 준 밀씨에서 밀이 자라지 않은 것은 당연하였다. 나라에 흉년이 닥치자 왕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델포이로 사신을 보내 신탁을 물어보라고 하였다.

 

이노는 이 때 사신을 매수하여 거짓 신탁을 받아오게 하였다. 즉 프릭소스와 헬레가 있어서 나라에 변고가 자꾸 생기는 것이니까 그들을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면 나라의 우환이 없어진다는 거짓 신탁을 받아오게 한 것이다. 매수된 사신은 델포이를 다녀온 후 왕에게 이노와 약속한 대로 거짓 신탁을 전달하였다. 왕은 신탁을 믿었고 결국 자식인 프릭소스를 신의 제물로 바치기로 결정하였다.

 

왼쪽은 오르코메노스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이다. 오른쪽은 황금양을 타고 오르코메노스를 탈출하는 프릭소스와 헬레 남매를 묘사한 그림이다. 프릭소스가 제물로 바쳐질 거라는 소식이 생모인 네펠레에게 전해졌다. 네펠레는 자신이 아타마스에게 쫓겨난 것도 분한데 자식마저 제물로 바쳐질 것에 분노하였다. 네펠레는 헤르메스에게 부탁하여 황금양을 프릭소스에게 보냈다. 황금양은 제물로 바쳐질 뻔한 프릭소스와 헬레를 구출하여 콜키스로 향했다.(콜키스는 흑해 연안에 있는 지역인데 동영상 자료에서는 칼키스로 잘못 표기되었다. 물론 헬레스폰트의 위치도 잘못 표시되었다.)

 

콜키스로 가는 도중에 헬레가 황금양에서 떨어져 죽었는데 떨어진 바다를 헬레스폰트라고 한다. 콜키스에 도착한 프릭소스는 자신이 타고 온 황금양을 신들에게 제물로 바치고, 양의 털을 그 곳의 왕에게 맡겼다. 나중에 이 황금양털을 찾기 위해 그리스의 용사들이 모였는데 이것이 아르고호의 원정이다.

 

이 슬라이드에서 왼쪽 그림은 구름으로 변한 제우스가 요정 이오를 사랑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고, 오른쪽은 암소로 변한 이오를 아르고스가 지키고 있을 때 헤르메스가 아르고스를 제거하기 위해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이오와 헤르메스 이야기는 헤라 편에서 나왔는데 다시 설명하고자 한다. 제우스가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 이오를 사랑하게 되었다. 제우스는 구름으로 변하여 이오와 사랑을 나누게 되었는데, 맑은 대낮에 구름이 끼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긴 헤라가 구름이 끼는 곳으로 갔다.

 

헤라의 기척을 들은 제우스가 재빨리 본 모습으로 돌아오고 이오를 암소로 변신시켰다. 때는 이미 늦어서 헤라가 모든 상황을 파악한 뒤였다. 헤라는 모른 체하고 제우스에게 무슨 일로 여기에 있냐고 물었다. 제우스는 단지 암소가 너무 예쁘게 생겨서 구경하고 있었노라고 이야기 하였다. 헤라는 그러면 그 암소를 자기에게 달라고 하였다. 바람피운 것이 들통날까봐 두려워했던 제우스는 순순히 이오를 헤라에게 넘겨주었다. 헤라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하였다.

 

그리고는 예쁜 암소가 도망갈 수 있으니까 아르고스라는 부하를 시켜 지키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제우스는 안타까웠지만 헤라의 결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르고스에게는 눈이 백 개가 있어서 졸리면 번갈아가면서 눈을 감고 자곤 하였다. 이오는 아르고스의 감시를 벗어날 수 없었다. 제우스는 용단을 내렸다.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를 시켜서 아르고스를 죽이라고 한 것이다.

 

헤르메스는 피리를 불어 아르고스에게 접근을 하면서 아르고스를 잠재웠다. 이때 헤르메스는 판과 시링크스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였다. 헤르메스의 피리 소리를 듣던 아르고스가 잠들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백 개나 되는 눈이 모두 감겼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헤르메스는 아르고스의 목을 쳐서 죽였다. 이오는 아르고스의 감시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안 헤라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녀는 암소로 변한 이오에게 벌레를 붙여서 괴롭혔다.

 

한편 충직한 부하 아르고스를 잃은 헤라는 아르고스의 몸에 붙어 있던 눈 백 개를 떼어 자기가 기르던 새에게 붙여 주었는데 그것이 공작새이다. 공작의 꼬리에 붙은 무늬는 제우스를 감시하는 눈을 상징하는 것이다. 즉 남편의 바람을 부인은 눈을 백 개나 뜨고 감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작이 헤라를 상징하는 동물이 된 것이다.

 

벌레가 이오의 피를 계속 빨아먹자 이오는 괴로움에 신음을 하면서 지중해 연안을 떠돌게 되었다. 그녀가 헤엄친 바다라고 하여 이오니아 해라고 이름이 붙여진 바다도 있다. 그리고 그녀는 제우스의 자식을 낳았는데 그가 에파포스이고, 에파포스는 나중에 태어나는 카드모스와 에우로페의 조상이 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철은? = 제주에서 태어나 오현고를 졸업했다. 고교졸업 후 서울대 의과대학을 나와 서울대병원에서 영상의학을 전공했다. 단국대와 성균관대 의과대학에서 조교수를 역임하다 현재 속초에서 서울영상의학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부터 줄곧 서양사와 그리스 신화에 관심을 두다가 요즘은 규명되지 않은 고대와 중세사 간 역사의 간극에 대해 공부 중이다. 저서로는 전공서적인 『소아방사선 진단학』(대한교과서)이 있고 의학 논문을 여러 편 썼다. 헬레니즘사를 다룬 <지중해 삼국지>란 인문학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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