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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귀신이 씌였나? … 알코올 중독을 말한다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29) 규칙적인 병원방문이 가장 중요
이범룡 원장  |  medre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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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06  1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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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남자 알코올 중독자(나도 알코올 ‘중독’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오해 소지가 많은 용어다. 알코올 ‘의존’이 더 적합하다)가 술을 끊겠다며 병원에 온다. 알코올 치료하는 병원에 다니지 않으면 이혼하겠다는 통보를 받는 등 당장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온 거라면 앞으로 단주 가능성 희박하다. 그는 정기적으로 병원 방문도 하지 않을 것이고 얼마 없어 아무런 고민 없이 술 중독세계로 돌아갈 것이다.

제 발로 찾아온 거라면 희망이 있다. “끊으려면 얼마든지 끊지“ 그 분은 병원에 오기 전에 스스로 단주를 결심하고 시도했을 것이다. 단주가 두어 달 꽤 오래 간 적도 없진 않지만 어느 순간 다시 술 중독세계로 돌아가고 가정에서 직장에서 문제를 일으켰을 것이다. ”아, 사람의 의지로는 안 되는 거구나“ 그걸 깨달은 단계에서 제 발로 병원을 찾았다면 훌륭한 환자다.

술 생각이 안 나게 하는 약은 없을까요. 술을 못 마시게 하는 약은 없을까요. 생물학 이론에 따라 알코올 갈망을 ‘줄이는’ 약은 나와 있지만, 약이 술 생각 전혀 안 나게 하거나 못 마시게 할 수는 없다. 약은 잔잔하고 작은 불씨를 끄는 역할은 할 것이다. 약의 저지선을 뛰어넘는 불씨, 억 하니 옮겨 붙으며 온 산을 삽시간에 불태운다. 갈망은 귀신이다. 술 귀신. 그의 영혼을 삽시간에 장악한다. 약이나 인간의 의지 따위가 귀신을 당해내겠나?

   
▲ 1950년대다. 캘리포니아 대학 James Olds, Peter Milner가 실험했다. 우연히 한번 레버를 누른 쥐가 잠시 후에 돌아와 다시 누르더니 점점 간격이 짧아졌다. 나중에는 음식이나 물을 줘도 본 채 만 채하고 레버만 계속 누르다 결국 탈진해서 쓰러지고서야 멈췄다. 술 뿐 아니라 마약, 혹은 도박 행동 등 다양한 중독을 설명하는데 중요한 생물학 실험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면서 날마다 하늘에 빌어야 한다. 이 영혼을 불쌍히 여기사 술 귀신을 막아달라고 말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최선을 다 하는 인간에 관심을 갖는다. 알코올 전문 입원병동의 일부 프로그램이나 AA (익명의 알코올 중독 자조모임, Alcoholics Anonymous)에선 절대자에게 고백하고, 간증하고, 계율을 지키는 종교행사와 유사하게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외래는 규칙적인 방문이 중요하다. 약속을 단단히 해야 한다. 술 귀신이 들어오든 안 오든 약속된 날짜에 병원방문 약속만은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가 기본이다. 만사 제쳐놓고 와야 한다. 지금 그의 인생에서 단주를 위한 병원방문보다 중요한 일 거의 없다. ‘아, 또 술 먹었잖아. 역시 안 돼. 될 대로 돼라, 쪽 팔리게 병원을 왜 가? 맘 편하게 먹다가 죽자’ 술 귀신은 늘 속삭인다.

규칙적인 병원방문은 브레이크를 걸 수 있다. 상황에 맞는 약물 조절 외에도 언제 어떤 상황에서 술 귀신이 들어왔는지, 상황을 바꿀 방법,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당장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의논하고 준비하고 약속하고 시행한다. 평가와 시행을 계속 해 나가는 거다. 쥐가 아니라 인간이니까 가능하다.

그렇게 해 나가며 단주에서 빈번하게 실패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본다면 확연하게 술 노출이 준다. 6개월이 기준이다. 단주치료를 시작한 알코올 중독환자가 100명이라고 하자. 6개월 기간에 단 한 번도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은 2명에 불과하다.

그 2명이 시험 삼아 술을 마시게 된다면, 1명은 알코올 의존으로 다시 돌아가고 남은 1명은 보통 사람들처럼 ‘사회적 음주자’가 된다. 영영 마시지 않고 살 거나. 알코올 의존으로 돌아간 1명도 6개월은 단주를 했다. 다시 병원을 찾으면 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 내인성 아편유사제(opioid)와 도파민이 주요 신경전달물질이다. 복측피개영역(VTA, Ventral tegmental area)에서 측좌핵(Acc, nucleus accumbens)로 연결되는 신경회로를 중요하게 본다. 보상시스템(reward system)의 핵심으로 알려졌다. 도파민과 이 신경회로는 코카인이나 필로폰 등 여러 마약 의존에도 관여한다. 중이 고기 맛을 한 번 보면 절간에 누워도 천장에 돼지양념갈비가 보인다고 보상시스템에 관여하는 뉴런들도 마찬가지다. 말이 그렇지 실제로는 고기를 한 번 맛 본 스님이라고 다 고기에 정신 팔려 눈이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다. 유전적 원인도 중요하다. 방아쇠를 당긴다고 다 총알이 나가는 건 아니다. 애시당초 총알이 재워져 있는 총과 총알이 안 들어 있는 총이 있단 말이다.

추신) 4차산업혁명 시대다. 생물학은 과학혁명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의료가 이미 크게 바뀌고 있고 곧 상상 그 이상으로 바꿔놓을 거다. 완벽한 약물 개발을 넘어서 유전자 치료도 성행할 것이다. 가령 최첨단 알코올중독 치료 약물을 넘어 미리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유전자 치료를 할 것이다. 총에 든 총알을 미리 빼버리면 되지. 뿐이랴. 술로 인한 내과적 기관 합병증은 3D 프린팅을 통해 만든 새 기관으로 바꿔 넣을 것이다.

가령 간이 안 좋으면 간, 췌장이 안 좋으면 췌장, 새 것으로 바꿔 넣으면 된다. 생각해 보면 애초부터 술, 마약 등 합법, 불법 약물이 필요 없을지 모른다. 보상회로 활성화 쾌락을 더 안전하고 간단하고 럭셔리한 방법으로 제공해주면 되니까. 인간의 보편적 욕망과 정서도 달라질 거다.

   
▲ 이범룡 밝은정신과 원장.
'사피엔스'(Sapiens, 유발하라리, 2015)에 따르면, 2050년 즈음엔 ‘일부 인류’는 영생할 거라고 예측하는 학자들도 있다. 교통사고 등 사고로 죽지 않으면 말이다. 진지하게. 여러 가지 윤리 문제, 경제적 양극화와는 비교할 수 없는 존재적 양극화, 호모사피엔스, 사이보그, 중간단계 호모사이보그 다양한 정체성 등 갈등도 생길 것이다.

호모사피엔스 시대 끝물에서(수 만년, 수십 만 년 진화단위에서 본다면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최후의 호모사피엔스들끼리 기뻐하고, 분노하고, 슬퍼하고, 즐거워하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욕심을 가지는 모습 모두 다 눈물겨운 아름다움일 수도 있다. 곧 지구상에 없을지 모를 존재들이니까. 추신이 생뚱맞아 군말이 된 듯하다.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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