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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해녀가 되기 위한 몸부림, “이젠 우리영 물질해도 되키여”

 

 

멘토는 인턴의 잠수기량을 높이기 위해 3∼4m의 양식장을 벗어나 더 깊은 바다로 나갔다. 미리 길이를 재서 태왁에 매놓은 닻줄을 끌러서 끝에다 돌멩이를 매달았다. 그리고는 이쯤이다 싶은 곳에다 닻줄을 내렸다.

 

5m쯤 길이를 재고서는, “정옥아, 여기 들어가지크냐?”라고 내 의사를 확인했다. “예게. 이정도사 못들어감니까!”라는 대답과 동시에 나는 힘차게 두발을 뻗으며 수직 낙하해 들어갔다.

 

5∼6m 정도는 하군이 작업하는 바다의 깊이다. 그렇게 7m, 8m 식으로 훈련의 깊이를 더해가는 동안 멘토는 결코 ‘들어가라’는 명령어를 쓰지 않았다. 일단 할 수 있는지를 묻고, 표정을 살폈다. 8m를 넘어서자 수압이 머리를 짓눌러서 수경을 쓴 자국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래도 바닥을 더듬으면서 소라 한 두어 개는 주워 올릴 수가 있었다. 그런데, 10m에 이르자 수압으로 머리가 납작하게 짓눌리는 느낌이 들었다. 귀속이 찌르듯이 아파왔다. 얼굴이 얼얼하고 심장이 답답하게 조여들었다. 바닥에 이르자 벌써 호흡이 가빠왔다.

 

그래도 문둥구제기 하나는 찾아봐야지 않겠나. 이리저리 감태 속을 헤집는 사이에 숨이 곧 멎을 것 같은 공포가 일었다. 순간, 바닥을 차고서 물위로 솟구쳤다. 앗불싸, 이를 어쩌나. 물 밖의 하늘이 까마득히 멀어 보인다. ‘과연 저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싶자, 더럭 겁이 났다.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게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자, 멘토가 얼른 어깨를 감싸 안았다. “물질해영 나올 땐, 바닥을 봐사주게. 물 밖을 보게 되민 천칭만칭 구만칭이 저승길로 보이는 거여!”그것으로 나의 물질깊이는 더 이상 내려가지 않았다. 상군이 물질하는 12m의 수심을 찍어보고 싶은 나의 욕심도, 그렇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사실 소득의 대부분을 소라에 의존하는 해녀들은 보통 썰물이 시작될 때 물에 들어가서 먼 데 여까지 가서 소라물질을 한다. 여의 크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 여 위에서 잠수하는 깊이가 5∼6m라면 여 아래에서의 수심은 10m가 넘는다. 소라들은 주로 감태가 덮인 여 위에 서식한다.

 

그러므로 아주 먼 바다로 나가도 여에서 하는 물질은 비교적 덜 부담스럽다. 그리고 밀물이 들기 시작하면 조류를 타고 뭍으로 올라온다. 상군이 물질하는 깊이는 전봇대 길이를 넘어서는 12∼20m에 이른다.

 

상군이 노는 바다는 깊이가 다른 만큼 물건도 다르다. 인턴을 하는 똥군의 눈에 비친 상군은 모름지기 ‘바다의 여왕’이다. 나의 멘토는 특별히 ‘바다의 여신’이지만 말이다. 그의 숨비소리는 마치 그리스 신화의 사이렌(Seiren)을 방불케 하는 신비감이 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허정옥은?
= 서귀포시 대포동이 고향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뭍으로 나가 부산대학교 상과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볼티모어시에 있는 University of Baltimore에서 MBA를 취득했다 주택은행과 동남은행에서 일하면서 부경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이수했고, 서귀포에 탐라대학이 생기면서 귀향,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면서 서귀포 시민대학장, 평생교육원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3년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의 대표이사 사장과 제주컨벤션뷰로(JCVB)의 이사장 직을 수행했다.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서비스 마케팅과 컨벤션 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2기를 수료, 다시 시작하는 해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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