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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화] 어느 날의 인턴 실습 일지 … 전복 떼기에 도전하다

 

 

모처럼 날씨가 맑았다. 하늘도 청명했다. 선생님과 함께 바다로 나가, 모처럼 편안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선생님께서 ‘오늘은 전복 서식처를 제대로 학습하고, 전복을 스스로 찾아보라’고 하셨다. 세심하게 눈을 크게 떠서 전복을 발견하리라 작정하고 살피고 또 살펴보니, 드디어 내 눈에도 전복이 들어왔다.

 

녀석은 정말로 잘생긴 돌 옆에 점잖게 붙어 있었다. 참 근사하다! 역시 전복은 바다의 여왕이다. 먹음직하고 보암직한 게 얼마든지 값을 쳐주게 생겼다. 그런데, 이 녀석은 머리도 좋은가 보다. 우리가 자꾸 살피자 드디어 무수한 더듬이 발을 드러내고 도망갈 자세를 취한다.

 

얼른 달려들어서 비창(전복을 뗄 때 쓰는 칼처럼 생긴 도구)으로 옆구리를 찔러 보았다. 순간, 녀석은 쏜살같이 더듬이를 껍질 속으로 집어넣더니 입을 꾹 다물고서 온 힘을 다해 바위에 찰떡같이 달라붙었다. 철로 된 비창이 아무리 용을 쓰면서 입을 벌리려고 사력을 다해 애써 봐도, 죽을힘으로 버티는 녀석은 요지부동이었다.

 

무리하게 더 공격하다가는 껍질에 상처가 나서 상품성이 없어지기 십상이다. 더욱이 이 녀석은 오고생이(온전하게) 떼어보고 나서 다시 그 자리에 부착시켜 줘야 하는 실습용이 아닌가. 숨이 다하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빈손으로 올라와서 헉헉 거리는 내게, 선생님께서 지나가는 소리처럼 한마디를 하셨다. “전복은 바다의 영물이여. 보물을 캐내듯이 조용하게 접근해서 아차 하는 순간에 쏜살같이 해치워야지!” 전복은 아무나 잡을 수 있는 게 아니고, 아무에게나 잡히는 것은 더욱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 가치를 알고 귀하게 여기는 사람에게 존재를 드러내는가 보다. 그렇다면 마음의 수련을 더하고, 더 많은 훈련을 쌓아서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한 후에 다시 도전해 보리라.

 

한편, 소라들은 드넓게 퍼져서 바다를 장식하는 병정들처럼 보인다. 녀석들은 그 수가 많기도 하거니와 편안하게 잡혀주는 해녀의 수확물로, 헛물질이 되지 않도록 망실이를 가득 채워주는 고마운 물건이다. 가만히 관찰해 보면, 소라들은 사는 서식처에 따라 크기나 색깔이 다르다.

 

오늘은 모처럼 바다도 잔잔하니 먼 바다의 여로 가서 소라의 생태를 살펴보기로 하였다. 역시 상군들이 잠수하는 깊은 곳의 소라들이 크기도 하거니와 생기기도 잘하였다. 게다가 크고 잘생긴 것들은 바위틈에 숨어 있지 않고 바위 위에 터억 하니 걸터앉아 왕자처럼 폼을 잡고 있다. 마치 ‘나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는 듯이.

 

오늘은 원도 한도 없이 소라를 실컷 잡아 보았다. 망실이가 무거워서 태왁이 가라앉을 정도다. 역시 소라는 망실이를 가득 채우고 싶은 욕심에 수 십 번 수 백 번을 숨이 끊어져라 반복하여 숨비질 하게 만드는 물질의 수입원이다.

 

멘토의 강의에 의하면 가을에는 소라가 보통 돌 위로 나와서 마구 돌아다닌다. 보통 6월~8월 사이에 산란이 이루어지므로 에너지가 활발하게 돌아가서인가 보다. 또한 밀물에는 녀석들이 마치 운동하듯 돌아다니므로 썰물시보다 잡기가 더 편하다. 먼 바다의 여에는 녀석들이 안심인지 방심인지 돌 위에 마구 나와 퍼질러 앉아 있다. 물고기들은 낮에는 바위 밑에서 잠을 잔다.

 

그렇다고 바닥에 등을 붙이고 자는 게 아니라 물속에 떠있는 상태로 가만히 눈을 감고 있는 거다. 아가미를 뻐끔거리면서 꾸벅거리는 모양새가 졸고 있는 영감님 같이 웃긴다. 살그머니 다가가서 소살(낚시대 같은 대나무 끝에 화살촉을 붙여서 만든 해녀들의 물질도구)을 겨냥해도 둔감한 녀석들은 눈치를 채지 못한다.

 

밤에는 녀석들이 돌아다니므로 그물로 잡는 어선조업은 밤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밤배의 낭만은 물고기의 습성에서 비롯된 자연생태계의 흐름이다. 전복은 보통 해초가 붙어 있는 산돌에만 서식한다. 보통 넓적하고 편안하고 잘 생긴 돌 옆이나 큰 바위 밑에 점잖게 붙어 있다.

 

전복은 돌멩이처럼 납작하지만 밤에는 새가 날아다닐 정도로 빨리 움직여 다닌다. 오늘 발견한 장소에 내일 가보면 밤새 안녕처럼 사라져버리기 십상이다. 문어는 좋아하는 서식처가 있어서 특별히 많이 잡히는 구역이 있다. 해녀들 중에는 유독 문어를 잘 잡는 사람도 있다.

 

보목동에도 물꾸럭(문어)이란 별명을 가진 해녀는, 다른 사람이 그냥 지나치고 간 자리에서도 꼭 문어를 데리고 나온다. 아마도 평소에 문어네 집을 잘 익혀놓은 덕분이리라.

 

이들 해양생물의 공통점은 모두가 자기 서식처의 환경과 비슷한 색깔을 띤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보호색을 띄고 있어서 초보자나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는 발견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잡기가 쉽지 않다. 검은 바위의 소라는 비교적 검고, 붉은 바위의 소라는 붉다. 먼 바다의 소라는 크고 붉어서 상품성이 높다.

 

상군들이 잡은 소라는 그래서 비싸고, 잡는 이들에게 특별한 자부심을 안겨준다. 전복, 소라, 문어, 물고기까지도 보호색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살아가는 지혜가 놀랍다. 이 신비한 자연의 원리를 사람도 배워서 더러는 생활에 적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사람들은 할 수만 있다면 더 색다르게, 별나게, 튀게 자기를 들어내 보이려고 애쓴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너무 잘난 척 하다가는 두드려 맞기 십상이다. 이웃과 주위와 잘 어우러지게 자신을 맞추어서 살아야 오래 가는 법이다. 이 점은 사람이 소라와 전복에게 배울 필요가 있는 대자연의 원리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허정옥은?
= 서귀포시 대포동이 고향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뭍으로 나가 부산대학교 상과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볼티모어시에 있는 University of Baltimore에서 MBA를 취득했다 주택은행과 동남은행에서 일하면서 부경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이수했고, 서귀포에 탐라대학이 생기면서 귀향,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면서 서귀포 시민대학장, 평생교육원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3년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의 대표이사 사장과 제주컨벤션뷰로(JCVB)의 이사장 직을 수행했다.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서비스 마케팅과 컨벤션 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2기를 수료, 다시 시작하는 해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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