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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룡의 '담담(談談)클리닉'(26) 절차기억 향상 시키는 렘수면

 

 

잠은 넌렘(Non-REM)수면과 렘(REM, rapid eye movement)수면이 교대로 나타납니다. 아이가 곤히 자고 있을 때 조용히 그 녀석 눈꺼풀을 들고 눈동자 움직임을 관찰해 보세요. 엽기적인가요? 시기가 맞으면 눈동자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는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그 때가 렘수면이죠. 아이는 어른보다 훨씬 많은 렘수면을 보이기 때문에 쉽게 관찰할 수가 있죠.

 

꿈이 곧 렘수면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꿈은 거의 대부분 렘수면(REM sleep) 때 일어납니다. 꿈을 먼저 이야기해 보죠. 프로이트는 꿈을 ‘소망성취’라고 했습니다. 꿈은 소망을 성취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에요. 하지만 대게 소망은 거창한 게 아닐뿐더러 소망의 성취도 위장된 만족에 불과합니다. 사례 하나를 들어보죠.

 

“개꿈을 꿨어요. 진짜 개꿈. 어제 밤 꿈에 옆집 개가 졸졸 따라오면서 으르렁 왈왈 자꾸 짖어 대서 화가 나 실컷 발로 차버렸어요. 이놈의 잡종 ㄸ개! 깨갱깨갱. 속이 다 후련하더라고요.”

사실 옆집에는 개가 없다. 여기로 이사 오기 오래 전엔 옆집에 개가 있긴 했지만 족보도 있는 진돗개였고 A씨를 보고 짖어댄 적도 없다. 명견이었다. A씨는 열쇠공이다. 내용은 이렇다.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몇 달 전 문손잡이를 설치해 줬었다. 아는 사람이라고 싼 값에 말이다. 어제 동네에서 그를 만났는데 손잡이가 얼마 쓰지도 않아서 쳐지고 기능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욕을 하더라는 것이다. 다른 동네 사람들도 옆에서 듣고 있는데. A씨는 화가 났지만 제대로 반박하지도 못했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랴. A씨는 그날 밤 꿈은 통해 ‘소망 성취’했다.

 

참 사소하지요? ‘동네사람들 앞에서 날 망신주고 욕한 그 놈을 실컷 패 주고 싶다.’ 꿈은 이 소망성취를 위해 여러 비유와 위장을 했습니다.

 

악몽은 어때요?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 공부는 정말 많이 했는데 시험지를 받는 순간 아무리 읽어도 문제가 안 읽히는 꿈. 미치죠. 식은땀 줄줄. 군 제대 하루 앞두고 무슨 일인지 법이 바뀌었다면서 군대생활 다시 해야 한다네? 환장하겠네요. 이런 꿈은 소원성취하곤 관련 없어 보이잖아요?

 

악몽 꿈은 위험하고 힘들었던 상황을 꿈 특유의 방식으로 재현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과거 유사한 감정을 느꼈던 사건이 있었겠죠. 무섭고 놀라고 힘들었던 사건이요. 그럼 넘어가지 왜 그걸 재현하는 걸까요? 그 감정을 극복해 보려고요.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닥쳤을 때 의연하게 잘 헤쳐 나가려고요. 말하자면 생존을 위한 모의훈련이란 말입니다.

 

극단적 상황, 강한 감정일수록 반복해서 훈련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악몽 꿈도 당장의 소망성취는 아니지만 벗어나고 싶다 혹은 극복하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려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프로이트 체면을 세워주려고 제가 너무 억지 쓰나요?

 

물론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불안 꿈’을 다른 방식으로 역시 소망 성취라고 설명합니다. 더 깊은 무의식에 자리 잡은 소망의 성취지요. 그 소망은 아무리 위장하고 변형한다고 해도 불안합니다. 가령 친부살해 소망 같은 거라면 어떨까요?

 

앞서 말했다시피 꿈이 곧 렘수면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꿈은 거의 대부분 렘수면 때 일어납니다. 신경생물학이 발달하면서 관심의 중심이 꿈보다는 렘수면으로 이동했습니다. 의도적으로 렘수면만 박탈시키는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뇌파에서 렘수면이 나타나려고 하면 깨우는 거지요. 맨 위에 사진에서 보다시피 다시 잠이 들 때는 넌렘수면부터 시작하거든요.

 

 

시간이 지나 다시 렘수면이 나타나(려)면 깨우는 거죠. 이렇게 인위적으로 렘수면을 박탈한 다음 날엔 더 많은 렘수면이 나타나는 걸 관찰했습니다. 이걸 렘반동(REM Rebound) 현상이라고 해요. 우리 몸은 적정한 렘수면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보상하려는 걸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렘수면을 갈망하고 있는 것 같아요.

 

렘수면은 학습과 깊은 관계가 있었습니다. 열심히 시험공부하고 잠을 자면 평소보다 렘수면이 증가했습니다. 정리 학습할 시간이 필요한 걸까요? 반대로 렘수면을 박탈시키면 학습 능력이 떨어졌습니다. 기억의 통합과 저장에 손상이 왔습니다. 수험생에게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라도 적당한 잠은 꼭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학습 면에서만 말해본다면 잠에서도 렘수면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죠?

 

포유류 등 동물들도 렘수면이 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동물에서 ‘렘수면 학습’은 주로 절차기억을 향상시키는 것과 연관이 있었습니다. 싸우느냐 도망가느냐 먹느냐 먹히느냐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행동을 자는 동안 뇌가 연습하고 학습하는 거지요. 잠을 자고 있지만 뇌는 이런 연습과 학습을 통해 신경회로를 강화시킵니다.

 

어린 동물보다 잠을 여러 번 잔, 다시 말해서 렘수면 학습 총기간이 훨씬 많은, 성인 동물들은 생존과 관련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뇌는 충분히 연습했고 신경회로도 강화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겠네요.

 

신피질(Neocortex)이 가장 발달했다는 사람은 어떨까요? 노인들은 어떤 상황인지, 또 어떻게 행동해야 가장 현명한지 직관적으로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력을 포함한 신체 반응 속도가 떨어진 것과 상관없이 말이죠. 아마 살아온 세월 경험이라는 것도 있지만, 그런 경험을 두고 밤마다 신피질이 학습하고 모의훈련을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어릴 적 집 가까운 동네에 크고 오래 된 나무가 있었습니다. 어둑어둑한 저녁 그 나무 곁을 지나가려면 커다란 귀신이 두 팔을 벌리고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아요. 덜컹, 두근두근.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하죠. 아, 나무 맞구나. 같이 걷던 할머니께 물었죠. 할머니는 저 나무가 귀신으로 안 보이세요? 늘 귀신으로 보이지. 안 무서워요? 사람이 무서운 거지 귀신은 무서운 게 아니란다. ...보세요. 내 글쓰기 맹점 중 하나가 뭔지 이제 아시겠죠? 마무리에 가서 내내 앞서 한 이야기와 별 관계없는 이야기로 끝맺는다는 겁니다.

 

이범룡은?
=제주 출생. 국립서울정신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2002년 고향으로 돌아와 신경정신과 병원의 문을 열었다. 면담이 어떤 사람과의 소통이라면,  글쓰기는 세상과의 소통이다. 그 또한 치유의 힌트가 된다고 믿고 있다. 현재 서귀포시 <밝은정신과>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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