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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마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 비경(秘境)

 

 

차귀도를 바라보며 올레길을 걷다 거인이 누운 섬과 독수리 같은 매 바위를 발견한 것도 이번 여행의 즐거움이었다. 언제 보아도 이곳은 제주 최고의 매력덩어리이다.

 

하지만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섬들을 보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함께 보느냐에 따라 섬의 형태도 달라졌다. 눈에 보이는 것도 이런데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생각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관점의 차이는 이래서 생기는 모양이다.

 

이곳에 오면 섬들을 품은 바다와, 오름이 낳은 신화가 있어 좋다. 게다가 수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하는 유물유적이 있다. 관점의 차를 인정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품게 하는 자연도 있다. 가끔은 섬도 변화를 꿈꾸는가 보다. 이곳은 관점을 생각하게 하는 숨겨진 비경이 있고 신화가 있어 더욱 좋다.

 

 

 

제주섬 도처에서 파헤쳐 진 진지동굴들을 만나는데, 이곳 수월봉 절벽 아래에도 일본군이 파놓은 진지동굴도 있다. 일제는 태평양 전쟁 당시 대미항전의 마지막 보루를 일본본토가 아닌 제주도로 삼았다. 이 진지동굴이 바로 일제의 악랄했던 역사를 말해주는 흔적인 것이다.

 

태평양 전쟁 막바지에 미국에게 밀리기 시작한 일제는, 일본본토를 지키기 위하여 7개의 방어기지를 설정하였다. 제주가 7개 방어기지 중 하나로, 이른바 ‘결7호작전’에 의해 제주는 일본본토 사수를 위한 방패막이가 되었다.

 

해안에서 한라산 중턱까지 제주도 전 지역에 전쟁기지가 만들어졌던 것이다. 해안가의 진지동굴, 비행기 격납고, 폭탄 매립지, 한라산 중턱에 만들어 놓은 군용도로에 이르기까지 제주도는 전쟁요새가 되고 있었다.

 

 

악명 높은 관동군을 비롯한 일본 정예군 7, 8만 명이 제주도로 이동 배치되었다. 이러한 정보를 접한 미군은 일본 전투기와 접전하기 위해 제주 해안에 상당량의 폭탄을 퍼부었다. 2차 세계대전이 좀 더 지속됐다면 제주섬은 타국의 전쟁터로 변하여 불바다가 될 뻔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패전 후 그들이 버리고 간 무기들이 ‘4·3’에 다시 사용된 악연(惡緣)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강정마을에 들어서는 해군기지 설치문제로 제주는 아직도 홍역을 앓고 있다. 일제가 건설한 제주섬 도처의 진지동굴과 이지스함이 정박할 해군기지와 교차되며 아른거린다.

 

관점이 문제인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라 한다. 비경은 바로 그러한 눈으로 찾을 수 있는 그 무엇이다.

 

도처에 비경(秘境)과 비사(秘史)로 가득한 이곳에, 한장밭에서 출토된 석기 유물 전시관이 들어서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 하나를 갖고 왔다.(이러한 바람들이 모여 지금 고산리 한장밭에는 신석기 유물전시관이 들어서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문영택은?
= 4.3 유족인 부모를 두고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구좌중앙초·제주제일중·제주제일고·공주사범대·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프랑스어교육 전공)을 졸업했다. 고산상고(현 한국뷰티고), 제주일고, 제주중앙여고, 서귀포여고, 서귀포고, 애월고 등 교사를 역임했다. 제주도교육청, 탐라교육원, 제주시교육청 파견교사, 교육연구사, 장학사, 교육연구관, 장학관, 중문고 교감, 한림공고 교장, 우도초·중 교장, 제주도교육청 교육국장 등을 지냈다. '한수풀역사순례길' 개장을 선도 했고, 순례길 안내서를 발간·보급했다. 1997년 자유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 수필집 《무화과 모정》, 《탐라로 떠나는 역사문화기행》을 펴냈다. 2016년 '제주 정체성 교육에 앞장 서는 섬마을 교장선생님' 공적으로 스승의 날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지난 2월 40여년 몸담았던 교직생활을 떠나 향토해설사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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