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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철의 그리스 신화이야기 (3)] 제우스의 바람기에 질투의 상징이 된 여신

 신화는 신화만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대변한다. 인류가 걸어온 문명사적 궤적을 담아낸 것이 곧 신화다. 서양문명의 시금석이자 금자탑이기도 한 그리스 신화가 말하는 그 문명사적 궤적을 오랜 기간 통찰해 온 김승철 원장의 시각으로 풀어본다. 그는 로마제국 이전 시대인 헬레니즘사를 파헤친 역사서를 써낸 의사로 유명한 인물이다. 난해한 의학서적이 아닌 유럽의 고대역사를 정통 사학자의 수준으로 집필한 게 바로 그다. 로마 역사에 흥미를 느껴 그 시대를 파고들다 국내에 변변한 연구서가 없자 아예 그동안 그가 탐독했던 자료를 묶어 책으로 펼쳐냈다. 그가 <그리스신화 이야기>를 제주의 독자들에게 풀어낸다./ 편집자 주

 

헤라는 제우스의 부인이다. 제우스보다 먼저 태어났지만 크로노스가 그녀를 삼켰다가 다시 토해냈기 때문에 제우스의 동생이기도 하다. 제우스가 임신한 부인 메티스를 삼킨 후에 제우스의 두 번째 부인이지만 본부인이 되었다.

 

제우스가 집권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메티스를 삼킨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제우스는 부친인 크로노스를 몰아내서 집권을 하였다. 그러자 제우스 역시도 메티로부터 아들이 태어나면 쫓겨날 것이라는 신탁을 받았다. 그래서 제우스는 메티스가 임신한 아이가 아들인지 딸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녀를 삼켜버린 것이다.

 

 

헤라를 상징하는 표현 중에 유명한 것이 백옥같은 피부라고 한다. 헤라와 제우스 사이에는 대장장이 신인 헤파이스토스와 전쟁의 신인 아레스가 태어났다.

 

헤라에 얽힌 이야기는 많지만 주로는 제우스의 바람기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있다. 헤라는 제우스의 부인인데 제우스와 잠자리를 하고 나서도 매일 아침에는 처녀로 변한다고 한다. 이유는 헤라가 매일 새벽에 카나토스 샘에서 목욕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카나토스 샘이 있는 곳은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남동쪽에 있는 나우플리온이란 마을이다. 레토가 제우스와 관계하여 태양의 신인 아폴론과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를 임신하게 되자 헤라는 레토가 출산을 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그녀는 또한 제우스와 바람을 피운 이오와 세멜레를 혼내주고, 제우스와 알크메네 사이에서 태어난 헤라클레스를 저주하기도 한다. 그녀는 파리스의 심판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하였다.

 

먼저 헤라와 레토에 얽힌 이야기이다. 제우스가 레토라는 여신을 좋아해서 레토가 쌍둥이를 임신하였다. 헤라는 레토가 임신한 아이들은 자신이 낳은 자식들인 헤파이스토스나 아레스보다 더 훌륭한 신이 될 것에 더욱 분개하였다. 레토가 임신한 아이들은 태양의 신 아폴론과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였기 때문이다.

 

헤라가 질투하여 레토가 해산을 하도록 땅을 내주면 그 곳을 불모지로 만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레토가 해산할 곳을 찾지 못하여 방랑을 하였다. 레토는 자신이 낳을 자식이 헤라보다 위대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해산을 허락한 땅에게 영광을 줄 것이라고 하였다. 많은 땅들이 레토보다는 헤라가 무서웠기 때문에 레토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그러나 델로스라는 섬이 레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델로스는 워낙이 황무지인데다가 떠다니는 섬이어서 헤라가 저주를 내린다할 지라도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이었다. 레토가 델로스 섬을 해산할 장소로 정하여 해산을 하려 하였지만 헤라는 끝내 레토를 방해하였다. 헤라는 해산의 신인 에일레이티이아가 해산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은 것이다. 그러나 제우스가 개입하여 레토는 가까스로 출산을 하였다.

 

지도는 에게 해의 가운데에 있는 델로스 섬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다. 레토의 출산을 허락한 델로스 섬은 나중에 아폴론 신전이 들어서는 영광을 가지게 되었다.

 

 

헤라를 상징하는 동물은 공작새인데 그 경위는 다음과 같다.

 

제우스가 강의 신 이나코스의 딸 이오를 사랑하게 되었다. 제우스는 구름으로 변하여 이오와 사랑을 나누게 되었는데, 맑은 대낮에 구름이 끼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긴 헤라가 구름이 끼는 곳으로 갔다. 헤라의 기척을 들은 제우스가 재빨리 본 모습으로 돌아오고 이오를 암소로 변신시켰다.

 

때는 이미 늦어서 헤라가 모든 상황을 파악한 뒤였다. 헤라는 모른 체하고 제우스에게 무슨 일로 여기에 있냐고 물었다. 제우스는 단지 암소가 너무 예쁘게 생겨서 구경하고 있었노라고 이야기 하였다. 헤라는 그러면 그 암소를 자기에게 달라고 하였다. 바람피운 것이 들통날까봐 두려워했던 제우스는 순순히 이오를 헤라에게 넘겨주었다. 헤라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하였다.

 

그리고는 예쁜 암소가 도망갈 수 있으니까 아르고스라는 부하를 시켜 지키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제우스는 안타까웠지만 헤라의 결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르고스에게는 눈이 백 개가 있어서 졸리면 번갈아가면서 눈을 감고 자곤 하였다. 이오는 아르고스의 감시를 벗어날 수 없었다. 제우스는 용단을 내렸다.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를 시켜서 아르고스를 죽이라고 한 것이다.

 

헤르메스는 피리를 불어 아르고스에게 접근을 하면서 아르고스를 잠재웠다. 이때 헤르메스는 판과 시링크스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였다. 헤르메스의 피리 소리를 듣던 아르고스가 잠들기 시작하더니 결국은 백 개나 되는 눈이 모두 감겼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헤르메스는 아르고스의 목을 쳐서 죽였다. 이오는 아르고스의 감시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안 헤라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녀는 암소로 변한 이오에게 벌레를 붙여서 피를 빨아먹게 하여 괴롭혔다. 벌레가 이오의 피를 계속 빨아먹자 이오는 괴로움에 신음을 하면서 지중해 연안을 떠돌게 되었다. 그리고 제우스의 자식을 낳았는데 그가 에파포스이고, 에파포스는 나중에 태어나는 카드모스와 에우로페의 조상이 된다.

 

한편 충직한 부하 아르고스를 잃은 헤라는 아르고스의 몸에 붙어 있던 눈 백 개를 떼어 자기가 기르던 새에게 붙여 주었는데 그것이 공작새이다. 공작의 꼬리에 붙은 무늬는 제우스를 감시하는 눈을 상징하는 것이다. 즉 남편의 바람을 부인은 눈을 백 개나 뜨고 감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작이 헤라를 상징하는 동물이 된 것이다.

 

 

제우스가 세멜레를 만난다는 것을 안 헤라는 세멜레의 유모 베로이아로 변신을 하였다. 그녀는 세멜레에게 밤마다 만나는 연인이 사람으로 변한 제우스라고 하는데 정말 제우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세멜레가 직접 그를 본 적이 없다고 하자 베로이아로 변한 헤라는 세멜레의 연인이 괴물일 수도 있으니 본 모습을 보여 달라고 부탁하라고 하였다.

 

그 말이 옳다고 여긴 세멜레는 제우스가 찾아온 밤에 소원을 하나 들어 달라고 하였다. 그녀는 부탁의 내용은 말하지도 않은 체 스틱스 강에 맹세를 하라고 하였다. 제우스는 사랑스런 세멜레의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스틱스 강에 맹세를 하였다. 그러자 세멜레는 연인의 본래 모습을 보여 달라고 하였다. 제우스는 아차 싶었다. 이것은 헤라의 농간임을 알아차린 것이다.

 

하지만 스틱스 강에 맹세한 이상 제우스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제우스가 본래의 모습을 보여주자 몸에서 강한 열기가 나왔고 그 열기에 세멜레는 타서 죽고 말았다. 헤라의 의도대로 세멜레에게 복수를 한 것이다.

 

세멜레가 죽을 당시 그녀는 임신을 하고 있었다. 제우스는 사랑하는 여인을 잃었지만 슬픔에 잠길 수만 없었다. 그래서 세멜레의 배속에 있던 아이를 꺼내 자신의 허벅지에 넣고 길렀다. 출산할 때가 되자 아이는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태어났다. 왼쪽 그림은 구스타프 모로라는 사람이 그린 그림인데 제우스의 오른쪽 허벅지에서 디오니소스가 태어나는 순간을 포착한 그림이다.

 

오른쪽 사진은 제우스가 헤르메스를 시켜 니사로 보내는 사진이다. 이유는 제우스가 헤라 몰래 세멜레의 아이 즉 디오니소스를 낳았기 때문에 헤라가 디오니소스에게 저주를 내릴까봐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이후 디오니소스는 세멜레의 자매인 이노에게 보내져서 그 곳에서 성장하였다. 이노 역시 나중에 헤라의 저주를 받아 자살을 하게 된다.

 

 

제우스는 이번에는 알크메네라는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제우스가 이 여인을 선택한 이유는 자신의 일을 대신해 줄 자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일도 바쁘고 바람도 피워야하고 등등 일이 너무 많은 제우스로서는 훌륭한 자식이 필요하였고 그래서 선택한 여인이 알크메네였다.

 

알크메네는 정숙한 여인이었기 때문에 함부로 접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제우스는 알크메네의 남편을 전쟁터로 보내고는 그 남편으로 변신하여 알크메네와 동침을 하였다. 그 사실을 모르고 진짜 남편이 전장에서 돌아와서는 또 동침을 하였다. 그래서 알크메네는 쌍둥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알크메네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을 제우스가 알게 되고 기뻐한 제우스는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헤라클레스라는 이름을 붙여 자랑을 하고 다녔다. 그리고 헤라클레스가 그 해에 태어나는 아이들 중에 가장 먼저 태어나면 아르고스의 왕이 되고 자신의 일도 많이 도와줄 것이라고 자랑을 한 것이다. 소문을 들은 헤라는 헤라클레스가 제우스가 바람을 피워서 낳은 자식이라고 생각하였다.

 

헤라는 복수를 위해 다른 아이가 먼저 태어나도록 조작하였다. 이 다른 아이가 에우리스테우스라는 아이인데 헤라클레스의 사촌이 되는 아이였다. 제우스가 너무 서둘러서 천기를 누설하는 바람에 헤라클레스는 왕이 되지 못하고 에우리스테우스가 왕이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헤라클레스 편에서 이야기 한다. 한편 알크메네가 출산했다는 소식을 들은 헤라는 갓난아기인 헤라클레스와 그의 쌍둥이 형제 이피클레스를 죽이기 위해 독사를 풀었다. 그러나 갓난아기 헤라클레스가 독사의 목을 졸라 죽여 버렸다.

 

헤라와 연관된 또 다른 이야기는 파리스의 심판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나중에 <트로이 전쟁>편에서도 이야기 하겠지만 여기서 잠깐 이야기 한다. 그리스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모친 테티스와 부친 펠레우스의 결혼식에 많은 신들이 초대되었지만 불화의 여신인 이리스는 초대받지 못하였다.

 

뒤늦게 결혼식이 벌어진다는 것을 안 이리스는 식장에 참석하였는데 매우 화가 나 있었다. 이리스는 아무 말 없이 식장에 황금 사과 한 개를 던져놓고 떠났다. 황금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이 황금 사과를’이란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 소식이 퍼지자 많은 여신들이 황금 사과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 중에서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나가 가장 두드러진 여신이었다. 이들 세 여신 모두 자기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고 주장하였지만 결론이 나지 않자 그들은 제우스를 찾아가서는 그 결정을 내려달라고 부탁하였다. 제우스는 세 여신들 중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운 여신인가에 대한 답을 내리지 않았다.

 

제우스가 한 명의 편을 든다면 나머지 두 여신의 공격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손해 보는 결정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제우스는 올림푸스 산에서 인간 세계를 내려다보았다. 이다 산(山)에 파리스라는 잘 생긴 양치기가 있었다.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시켜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선택하는 문제를 파리스에게 일임하라고 명령하였다.

 

헤르메스는 제우스의 명을 받들어 황금사과를 들고는 이다 산에 있는 양치기 파리스를 찾아갔다. 물론 미의 각축전을 벌이던 세 여신이 헤르메스를 따라갔다. 파리스를 만난 헤르메스는 세 여신 중에서 누가 가장 아름다운가 즉 누가 항금사과의 주인공인가를 결정하라고 하였다. 파리스는 조건을 내걸었다. 내가 황금사과의 주인을 결정하면 그 여신은 자신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라는 조건을 내 건 것이다.

 

그러자 헤라는 부와 명예를 주겠다고 하였고, 아테나는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겠다고 하였다.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하였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제안이 가장 맘에 들었다. 그래서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에게 황금사과를 주었다.

 

즉 아프로디테를 가장 아름다운 여신으로 결정한 것이다. 헤라는 안타깝게도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되지는 못하였다. 이 그림에서 가장 오른쪽에 등을 보이면서 붉은 천을 걸치고 있는 여신이 헤라이다. 그녀의 왼쪽에 공작이 있는 것으로 보아 헤라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왼쪽에 있는 여신은 아테나이다. 그녀의 옆에 메두사의 머리가 박힌 방패가 있기 때문이다. 가운데 여신은 자연히 아프로디테가 된다. 대개 아프로디테는 사랑의 신인 에로스와 같이 있는데 이 그림에서 에로스는 너무 뒤에 떨어져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철은? = 제주에서 태어나 오현고를 졸업했다. 고교졸업 후 서울대 의과대학을 나와 서울대병원에서 영상의학을 전공했다. 단국대와 성균관대 의과대학에서 조교수를 역임하다 현재 속초에서 서울영상의학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부터 줄곧 서양사와 그리스 신화에 관심을 두다가 요즘은 규명되지 않은 고대와 중세사 간 역사의 간극에 대해 공부 중이다. 저서로는 전공서적인 『소아방사선 진단학』(대한교과서)이 있고 의학 논문을 여러 편 썼다. 헬레니즘사를 다룬 <지중해 삼국지>란 인문학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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