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제13회] 일제강점기 탄압 받은 어린이날 행사 … 반발한 모슬포 소년소녀들

 

1923년 우리나라 최초로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하여 기념식 및 각종 행사를 하였다. 1922년 3월 16일 동경에서 방정환(方定煥)선생이 어린이의 고유문화와 예술 활동을 진작시키며, 어린이의 인권의식을 고취할 목적으로 색동회를 조직하였는데, 이것이 1923년 ‘어린이날 선언’의 직접적 배경이 되었다.

 

오월 일일이 왔다. 조선에서 처음으로 어린이에게도 사람의 권리를 주는 동시에 사람의 대우를 하자고 떠느는 날이 도라 왔다. 조상적부터 아해나 어른이나 사람의 허물을 쓰고 사람으로 살지 못한 것은 우리의 골수에 박힌 원한이다.

 

지금에 우리 조선사람은 어른이나 아해나 누가 사람의 권리가 잇스며 사람의 대우를 밧는가 생각하면 실로 긔가 막히는 일이다. 첫재 먹을 것 입을 것이고 편안히 쉬일 집이 업는 터이라 사람 노릇을 하야 할지라도 할 수가 업는 것은 자연한 형세이라.

 

이에 뜻 잇는 몃 사람의 발기로 이러나게 된 소년운동협회(少年運動協會)라는 곳에서 졀믄이나 늘근이는 임의 희망이 업다. 우리는 오즉 남아지 힘을 다 하야 가련한 우리 후생(後生)되는 어린이에게 희망을 주고 생명의 길을 열어주자 하는 취지로 오늘 오월 일일을 어린이 날로 작뎡하야 가지고 어린이를 위하야 힘을 합 하야 일을 하자고 선전하는 동시에 다만 하루의 짤분 시간이라도 그들에게 깃붐이 잇게 하고 복이 잇게 하자는 오늘 이란다.

 

조선의 어린이여 그대들에게 복이 잇스라 조선의 부형이여 그대들에게 정성이 잇스라(동아일보, 1923년 5월 1일).

최초의 ‘어린이날’인 1923년 5월1일, 소년운동협회가 발표한 어린이날 선언문에는 어린이를 종래의 윤리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완전한 인격적 대우를 허용하고, 어린이를 재래의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하여 연소노동을 금지하며, 어린이가 배우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가정과 사회시설을 보장할 것 등이 선언되었다.

 

소년운동(少年運動)이 선언
일(一). 어린이에게 재래(在來)의 윤리적(倫理的)압박(壓迫)으로부터 해방(解放)하야 그들에게 대(對)한 완전(完全)한 인격적(人格的)예우(禮遇)를 허(許)하게 하라.
이(二). 어린이를 재래(在來)의 경제적(經濟的)압박(壓迫)으로부터 해방(解放)하야 만십사세(滿十四歲)이하(以下)의 그들에게 대(對)한 무상(無償)또는 유상(有償)의 노동(勞働)을 폐(廢)하게 하라.
삼(三). 어린이 그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히 놀기에 족(足)할 각양(各樣)의 가정(家庭)또는 사회적(社會的)시설(施設)을 행(行)하게 하라. 계해(癸亥) 오월일일 소년운동협회(少年運動協會)

 

어른에게 드리는 글
-.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말고 치어다보아 주시오.
-. 어린이를 갓가히 하사 자조 이야기 하여 주시오.
-. 어린이에게 경어(敬語)를 쓰시되 늘 보드럽게 하여 주시오.
-. 이발(理髮)이나 목욕(沐浴) 의복(衣服)가튼 것 때 맞춰 하도록 하여 주시오.
-. 잠자는 것과 운동(運動)하는 것을 충분(充分)히 하게 하여 주시오.
-. 산보(散步)와 원족(遠足)가튼 것을 각금 각금 식혀 주시오.
-.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에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 자세히 타일러 주시오.
-. 대우주(大宇宙)의 뇌신경(腦神經)의 말초(末梢)는 늙은이에게 잇지 아니하고 절믄이에게도 잇지 아니하고 오즉 어린이 그들에게만 잇는 것을 생각하야 주시오.

 

어린동무들에게
-. 돗는 해와 지는 해를 바로 보기로 합시다.
-. 어른들에게는 물론이고 당신들끼리도 서로 존대하기로 합시다.
-. 뒷간이나 담벽에 글씨를 쓰거나 그림 가튼 것을 그리지 말기로 합시다.
-. 길가에서 떼를 지어 놀거나 류리 가튼 것을 버리지 말기로 합시다.
-. 꼿이나 풀을 꺽지 말고 동물을 사랑하기로 합시다.
-. 뎐차나 긔차에서는 어른에게 자리를 사양하기로 합시다.
-. 입은 꼭 다물고 몸은 바르게 가지기로 합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어린이날 행사와 어린이 운동은 ‘무산아동의 해방론’과 같은 ‘계급적 항일적 성격’의 운동으로 변모하면서 모든 행사가 금지되고 탄압 받게 되었다. 또한 오월일일은 ‘메이데이(노동자의 날)’이기도 하여 이래저래 일본경찰의 집중적 감시와 탄압을 받았던 것이다.

 

 

<조선과 오월일일 메이데이와 어린이날>
‘메이데이’는 세계뎍으로 로동자들이 긔념하는 날이라 이날에 대하야 조선로동자들도 성대하게 긔념할 터이엇스며 더욱 로동총연맹에서 여러가지로 긔념하려 하엿스나...‘메이데이’를 긔념하기 위하야 여러가지로 준비를 하던 바 대구경찰서에서는 메이데이에 관한 집회를 엇더한 것을 물론하고 허락지 안을 방침이라 하야 아모것도 못하게 되엿다더라.

 

‘메이데이’에 대하야 평남 경찰부에서는 로동운동의 시위행렬은 물론 어린이의 시내행렬까지 절대 불허하기로 방침을 뎡하야 평양의‘어린이날’은 애닮으나마 선전 ‘비라’배포와 밤의 강연 등으로 그날의 하로를 지내게 되엿다(동아일보, 1924년 5월 1일).

 

1926년 제주경찰서에서도 확실한 이유나 별 다른 설명없이 제주소년연맹이 계획하고 준비하던 제주지역 어린이날 행사를 전면 금지시켰다.

 

제주소년련맹(濟州少年聯盟)에서는 오는 오월일일‘어린이날’을 긔념하기 위하여 준비 중이더니 경찰서에서는 그날의 절차를 절대 금지함으로 지금 대책을 강구중이며 어린이에 관한 표어를 작성 인쇄하며 산포하리라고(동아일보, 1926년 4월 25일).

 

이러한 제주경찰서의 어린이날 회합 금지조치에 대해 모슬포 소년소녀들은 크게 반발했다.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하던 모슬포 소년소녀단체는 전날 경찰의 집회금지 통지를 받았으나 이에 반발하여 산방굴사(山房窟寺)에서 비밀히 ‘어린이날’ 기념집회를 개최하려고 했다. 그러나 사전에 이를 알아 챈 모슬포경찰관주재소의 집회방해 및 해산과정에서 사십여 명이 검거되고 이를 목격한 주민들과 소년소녀들이 격분하여 시위행렬에 나서게 된 것이다.

 

지난 오일 어린이날을 긔념하기 위하야 대정(大靜)각 소년단뎨에서는 준비에 분망 중 그 전일인 사일에 돌연 당디경찰은 이날에 대한 집회를 일체 금지하는 통지를 발하는 동시에 엄중히 경계하든바 이날을 당하야 대정읍내에서 미리 뎡하얏든 집회장소인 산방산굴사(山房山窟寺)를 향하야 출발하려든 소년소녀가 집합한 것을 해산시키고 딸하 각디에서 제지하야 출발치 못하든 바,

 

읍내 소년단은 뎨이차 비밀히 모여 산방굴까지 갓섯스나 다른 단톄의 소식을 몰라 궁금히 잇든 중 의외에 경관수명이 달려들어 또 해산을 시키는 동시에 수모자라 할만한 신성만(申聖萬)외 두명을 검거하야 모술포경찰관주재소(慕瑟浦警察官駐在所)로 인치 취됴 중 이 소식을 들은 당디 소년소녀 사오십명이 불긔 이회로 주재소 압헤 모여 대표 사오인을 선발하야 소촌(小村)부장에게 그 검거의 리유를 질문하며 석방을 요구하얏스나,

 

절대로 석방할 수 업다는 것을 모인 소년소녀들에게 말하얏든바, 이 말을 들은 어린이들은 분개함을 참지 못하야 즉시 항렬을 정제하야 어린이 놀애를 고창하며 시내를 일주할 때에 경관수명이 돌입하야 해산을 명하얏스나, 듯지 아니함으로 즉시 사오명을 검검하야 인치하얏스나, 여전히 시위항렬을 끄칠 줄 모르매 오륙차에 삼십여명을 검거함으로, 시내는 살긔가 등등하고 동주재소 압헤는 수백군중이 쇄도하야 우리 동모들을 노하 주든지 못노하 주면 우리까지 가두라고 야단을 첫다(동아일보, 1929년 5월 14일).

 

이 사건으로 모슬포 소년소녀 십칠명이 검거되어 모슬포경찰관주재소에서 취조를 받았고 이 중 세명은 이십일간 구류를 받았다. 이후 제주청년동맹(濟州靑年同盟) 모슬포지부원 네사람도 검거되어 모슬포경찰관주재소에서 조사받은 다음 다른 경찰서로 보내졌다.

 

1931년부터 일제는 ‘어린이날’을 ‘유아애호주간(幼兒愛好週間)’으로 변경하여 어린이의 권리가 아닌 육체적 건강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조선총독부의 ‘조선사회사업협회’가 주도한 유아애호주간 행사는 어린이 건강검진, 영양 강습회 같은 계몽사업를 추진하였으며, 날짜도 5월 5일을 따로 정하지 않고 그 무렵 일주일간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광복 이후 5월 5일을 다시 어린이날로 정했으며, 1957년 대한민국 어린이헌장이 정식으로 선포되었다.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제주대 사범대를 나왔으나 교단에 서지 않고 동국대에서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에서 사회복지학 박사(2011) 학위를 받았다. 제주도 경제특보에 이어 지금은 지역산업육성 및 기업지원 전담기관인 제주테크노파크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겸임교수로 대학, 대학원에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등이 있으며『문화콘텐츠기술과 제주관광산업의 융복합화연구』(2010),『제주형 첨단제조업 발굴 및 산업별 육성전략연구』(2013),『제주자원기반 융복합산업화 기획연구』(2011) 등 보고서와 다수의 논문이 있다.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관련기사

더보기
20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