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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철의 그리스 신화이야기 (1)] 최초의 신들과 신들의 전쟁

 신화는 신화만이 아니라 인류의 역사를 대변한다. 인류가 걸어온 문명사적 궤적을 담아낸 것이 곧 신화다. 서양문명의 시금석이자 금자탑이기도 한 그리스 신화가 말하는 그 문명사적 궤적을 오랜 기간 통찰해 온 김승철 원장의 시각으로 풀어본다. 그는 로마제국 이전 시대인 헬레니즘사를 파헤친 역사서를 써낸 의사로 유명한 인물이다. 난해한 의학서적이 아닌 유럽의 고대역사를 정통 사학자의 수준으로 집필한 게 바로 그다. 로마 역사에 흥미를 느껴 그 시대를 파고들다 국내에 변변한 연구서가 없자 아예 그동안 그가 탐독했던 자료를 묶어 책으로 펼쳐냈다. 그가 <그리스신화 이야기>를 제주의 독자들에게 풀어낸다./ 편집자 주

 

 

신들의 계보를 보면 최초에는 카오스 즉 혼돈의 시대가 있다가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 스스로 태어났다. 가이아는 스스로 하늘의 신인 우라노스를 만들어 남편으로 삼았다.

 

둘 사이에는 12명의 거인 신이 태어났는데 남신은 오케아노스(대양의 신), 코이오스(하늘을 덮는 신), 히페리온(높은 곳을 달리는 자), 크리오스, 이아페토스, 크로노스여서 총 6명이고, 여신은 테이아, 레아(결실의 신), 므네모쉬네(기억의 신), 포이베(황금관의 신), 테티스(미의 여신), 테미스(이치의 여신)여서 역시 6명이다.

 

이들을 모두 합쳐 티탄Titan 12신이라고 한다.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는 위의 번듯한 거인 신만 태어난 것이 아니라 퀴클롭스 3형제인 므론테스(천둥), 스테로페스(번개), 아르게스(벼락)이 태어나고,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인 코토스(돌진하는 자), 브리아레오스(강한 자), 기에스(손을 함부로 놀리는 자)도 태어났다.

 

뒤에 태어난 괴물 신들은 얌전하지 않고 세상을 너무 시끄럽고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참다못한 우라노스가 괴물 신들을 가이아의 자궁 속에 가두어버렸다.

 

 

자궁 속에 갇힌 괴물 신들이 가만히 있지 못하고 요동을 치니까 가이아는 매일 고통 속에 지낼 수밖에 없었다. 가이아는 자신을 고통 속에 몰아넣은 우라노스를 원망하였다. 또한 우라노스가 자신을 또 임신시켜서 괴물 신이 태어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가이아의 원망은 우라노스에 대한 복수심으로 바뀌었다.

 

복수의 방법은 우라노스의 성기를 자르는 거세라는 방법을 택하였다. 가이아는 스스로의 힘으로 남편을 거세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자신이 나은 번듯한 아들들인 티탄 형제들을 불러 누가 자신의 계획을 실행시켜 줄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다른 형제들은 그 계획에 동참하지 않았지만 막내인 크로노스(시간의 신)가 그 계획을 실행하기 자원하였다.

 

<우라노스의 거세> 이 그림에서 보는 것은 크로노스가 낫으로 우라노스를 거세하는 장면이다. 또 다른 그림에서는 크로노스가 왼손으로 우라노스의 성기를 잡고 오른손에 든 낫으로 성기를 자르는 모습이다. 크로노스의 뒤에 있는 여신은 아마도 가이아일 것이다.

 

거세된 우라노스의 성기에서는 두 가지 액체가 나왔다 하나는 혈액이고 하나는 정액이다. 이 혈액에서는 복수의 여신인 에리니에스 3자매가 나왔고, 거인족인 기간테스도 나았다. 떨어져나간 성기에서 정액이 나왔는데 정액이 바다를 떠다니다가 키프로스 섬에 다다르자 여신이 한 명 태어났다.

 

그 여신이 바로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이다. 사랑의 신인 아프로디테라는 이름에서 아프로라는 말은 거품이란 뜻이다. 그래서 사랑은 거품과도 같아서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그림은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죽인 오레스테스를 에리니에스 3자매가 끝까지 추적하면서 괴롭히는 즉 복수를 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나중에 이야기 하겠지만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남편이자 오레스테스의 부친인 아가멤논을 살해했다.

 

아들 오레스테스는 성장하여 부친의 복수를 한다는 명목으로 모친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살해한다. 부부간의 살인은 인간 사회에서 있을 수 있는 악독한 범죄이지만 모친을 살해하는 것은 천륜에 벗어난 범죄이다. 따라서 복수의 여신인 에리니에스 3자매가 천륜을 저버린 오레스테스에게 대신 복수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이다.

 

 

 

이 그림은 우라노스의 핏방울에서 많은 거인 신들이 나왔는데 그들을 표현한 그림이다.

 

키프로스 섬은 아나톨리아의 남쪽 바다에 위치한 섬이다. 이 지도에서는 붉은 점으로 표시되었다. 우라노스의 음경에서 튀어나온 그의 정액이 바다를 떠다니다가 키프로스의 해안에 다다랐다.

 

 

 

이 그림은 피렌체의 화가 보티첼리가 그린 <아프로디테의 탄생>이란 그림인데 키프로스 해안에 다다른 정액에서 아프로디테가 태어나는 것을 묘사한 것이다. 아프로디테는 가리비 껍질 위에 서 있고 왼쪽에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가 있다. 즉 제피로스의 입김에 정액이 키프로스 섬까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피로스는 플로라라는 요정을 사랑했기 때문에 제피로스가 않긴 요정은 미풍의 신 아우라이다. 아프로디테를 맞이하는 요정은 꽃의 요정인 플로라이다. 제피로스는 나중에 플로라를 사랑하게 된다. 아프로디테는 누드로 표현되어 있는데 이 그림이 최초의 누드화라고 한다.

 

당시는 인간을 표현하면서 누드로 표현하면 범죄 행위였고 신을 누드로 표현하면 벌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그 시대의 누드는 신이나 요정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최초의 누드화로 인정받고 있다.

 

우라노스가 거세되자 크로노스가 집권을 한다. 크로노스는 부친을 쫓아내서 권력을 잡은 것이기 때문에 자신도 아들에 의해 쫓겨난다는 저주를 받게 되었다.

 

크로노스는 레아와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았다.

 

크로노스를 표현한 조각상인데 오른손에는 모래시계를 들고 있고, 왼손에는 낫을 들고 있다.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를 표현하는데 시계와 낫이 흥미롭다. 즉 시간은 모든 것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크로노스의 로마식 표현이 새턴Saturn인데 일주일의 마지막 요일인 토요일이 그의 이름에서 따온 Saturday라는 것 또한 재미있다.

 

크로노스가 레아와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태어나자마자 삼킨다. 그 이유는 크로노스 자신도 아들에 의해 쫓겨난다는 저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은 하데스, 포세이돈, 헤스티아, 데메테르, 헤라였는데 크로노스는 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삼켜버렸다.

 

 

 

이 그림은 고야라는 사람이 그린 그림이다. 신화에서는 통째로 삼킨 것으로 되어 있는데 고야는 살점을 뜯어먹는 것으로 표현하였기 때문에 그가 신화를 잘 못 해석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크로노스와 레아 사이에 여섯 번째 아이가 태어났는데 그가 제우스이다. 레아는 여섯 번째 태어난 아이는 결코 빼앗기고 싶지 않아서 아이 대신 돌을 천으로 싸서 크로노스에게 건네고 있다. 왼쪽 그림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신은 왼손에 낫을 들고 있어서 크로노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크로노스는 레아가 건넨 것이 여섯 번째 아이라고 생각하고 꿀꺽 삼켜버렸다.

 

레아는 빼돌린 갓난아기 제우스를 크레타 섬의 깊은 동굴에 데려다가 키웠다. 크로노스가 알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동굴 안에서 염소의 젖을 먹고 자랐다고 한다.

 

제우스가 성장하자 신들의 제왕이 되고 싶었다. 그는 지혜의 여신 메티스와 결혼을 하였는데 어떻게 하면 부친 크로노스를 몰아내고 신들의 제왕이 될 수 있냐고 물었다. 메티스는 제우스에게 일단 제우스의 형제를 살려내서 같은 편이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기 위해 크로노스에게 토하는 약을 먹여 그 동안 크로노스가 삼킨 제우스의 형제들을 토해내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크로노스의 입에서 삼킨 반대의 순서로 아이들이 튀어나왔다. 제우스 대신 삼켜진 돌덩어리가 가장 먼저 나왔음은 물론이다. 제우스의 형제들은 재빠른 성장을 하였고 제우스와 같은 편이 되어 크로노스를 대적하게 되었다.

 

태어나기는 제우스가 가장 늦게 태어났지만 나중에 신들의 제왕이 될 수 있었던 것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제우스는 자기 대신 삼켜진 돌이 세상의 중심이라 여겨지는 곳 즉 델포이에 고이 간직하였는데 그 돌의 이름이 옴팔로스(배꼽)이다.

 

제우스는 자신과 자신의 형제만으로 크로노스를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동지들을 구하였는데 그들은 바로 가이아의 배 속에 있던 키클롭스 3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와 같은 괴물신들이었다.

 

제우스와 그의 형제들, 퀴클롭스 3형제,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가 한편이 되고 크로노스를 포함하는 티탄 12남매가 한 편이 되어 전쟁을 치르게 되는데 이것이 티타노마키아이다. 티타노마키아는 티탄과의 전쟁이란 뜻이다. 주체는 당연히 제우스와 그의 편들이다. 이 전쟁에서 제우스 편이 이겼고 제우스는 티탄 12남매 즉 자신의 부친과 삼촌 고모가 되는 신들을 타르타로스 즉 지옥에 가두었다.

 

타르타로스를 감시하는 역할은 헤카톤케이레스 3형제에게 맡겼다. 이의 상징적 의미는 이렇다. A라는 무리의 사람들이 A'이란 신을 믿고, B라는 사람들이 B'이란 신을 믿는다고 하자. A라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땅에 B라는 사람들이 쳐들어와서 A라는 사람들을 정복하였다.

 

그러면 B라는 사람들은 원래 자신들이 믿는 B'이란 신이 A‘보다 더 훌륭하고 우월한 신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따라서 제우스가 티탄 12남매를 이기고 평화의 시대가 왔다는 것은 제우스를 믿는 사람들이 쳐들어와서 티탄 12남매를 믿는 사람들을 정복했고 그래서 평화의 시대가 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신화의 상징성이 이런 것에 있다.

 

지리적으로 올핌푸스 산은 테살리아 지방에 있지만 신화에서 이야기하는 올림푸스는 하늘(천상)을 의미한다. 그리고 올림푸스 12신이라 함은 제우스를 비롯한 12신을 의미한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승철은? = 제주에서 태어나 오현고를 졸업했다. 고교졸업 후 서울대 의과대학을 나와 서울대병원에서 영상의학을 전공했다. 단국대와 성균관대 의과대학에서 조교수를 역임하다 현재 속초에서 서울영상의학과 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과거부터 줄곧 서양사와 그리스 신화에 관심을 두다가 요즘은 규명되지 않은 고대와 중세사 간 역사의 간극에 대해 공부 중이다. 저서로는 전공서적인 『소아방사선 진단학』(대한교과서)이 있고 의학 논문을 여러 편 썼다. 헬레니즘사를 다룬 <지중해 삼국지>란 인문학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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