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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못말리게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꿈을 이루는 곳

 

오늘은 여성들에게 저열량의 다이어트 음식으로 잘 알려진 우미를 만들어보기로 하였다. 우미는 홍조류에 속하는 우뭇가사리로 여름철 시원하게 입맛을 돋궈주는 우무의 원료이다.

 

지금도 우미는 해녀들의 소득원 중 하나이지만 한때 동해안으로 원정물질을 나간 해녀들에게는 물질의 주력품목이기도 하였다. 우무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해서 우뭇가사리를 끓인 후 건져내고 난 다음 그 즙을 응고될 때까지 놔두면 된다.

 

이 응고된 우무를 다시 동결·융해 시키면서 탈수·정제하면 양갱제조 등에 많이 쓰이는 한천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우미를 만드는 작업이 오늘은 우리 해녀학교 학생들을 한 지붕 아래 다 같이 모여 사는 대가족으로 만들어 주었다. 여자교장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며느리, 딸, 손녀 등 집안의 모든 여자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우미 만들기’를 전수받는 광경을 그려보시라. 옛날의 그 어느 시대에 3대가 함께 사는 가정집에서 잔치음식을 만드는 풍속도를 말이다.

 

우미가 학교 마당의 냄비에서 저 혼자 끓는 동안, 우리는 2층 교실로 올라가 교장선생님의 어촌계장 활약상과 개교까지의 전쟁사를 들었다. 한 사람의 영웅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고 했던가? 오늘의 해녀학교가 개교되기까지 교장선생님이 참으로 애쓰고 다투며 힘들게 뛰었구나! 부디 지난날의 땀과 눈물이 보람과 기쁨으로 찬란하게 피어나시라.

 

우미 만들기를 끝내고서 별다른 기대 없이 들어간 물질은, 예상외로 우리를 생동감 있게 만들어 주었다. 우미 만들기, 성게 까기가 부업이라면, 바다로 들어가 물질하는 일은 역시나 주업처럼 느껴졌다. 진짜 해녀는 물질을 통해 승부하는 거로다.

 

바다가 점점 익숙해지면서, 이제는 우리가 체험하는 바다 속 풍경이 눈을 감고도 실감나게 그려진다. 어디에 소라가 많고, 어느 쪽에 가면 성게가 있으며, 어느 지대에 문어들이 둥지를 트는지가 예측된다. 어렸을 적 물질을 하고난 저녁에, 언니랑 나란히 누워서 천장 위에다 다음날 물질할 바다를 그려놓고, 작업계획을 구상했던 물질지도가 생각난다.

 

오늘은 조교선생님이 파수꾼이 되어주어서 우리의 작업 지역이 다소 넓어졌다. 만(bay)으로 이루어진 체험장의 울타리를 약간 벗어나 좀 더 먼 바다로 나가보니 수심은 오히려 더 얕아지고, 물은 한결 청정데 해초들이 목장처럼 펼쳐져 있었다.

 

겉으로 보아서는 알 수 없이 심오한 바다 속의 변화무쌍함이라니. 그곳은 잠수해 들어가기만 하면 바위틈에 웅크리고 있는 소라들까지 다 보이는 소라 바당이었다. 바위마다 감태로 덮여 있어서 서식환경이 풍요롭고 편안해서일까?

 

오늘은 물질 후 모두가 식사를 함께 하였다. 총무가 수고하여 마련한 치킨과 피자를 두고 옹기종기 모여 앉자마자 그야말로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금방 먹어치웠다. 물질이 좋은 건, 이렇게 먹는 것을 신바람 나게 만드는 허기도 한 몫을 한다. 어느 누구도 입맛이 없다거나 음식이 맛없다고 투정하지 않는다.

 

문득, 우리는 왜 여기서 이렇게 만났을까? 어떻게 서로가 마치 오래토록 알고 지내온 것처럼 식구처럼 살갑고 애틋한 것일까? 저마다 해녀학교에 들어온 사연들은 다른데, 못 말리게 바다를 좋아하는 체질과 해녀가 되고 싶어 안달하는 성미가 같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과연 저마다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이 수업들이 모두 끝나면, 우리 모두 각자의 인연이 펼쳐지는 어느 바다에서 신나게 잠수하며 상군해녀의 지도하에 인턴십을 해볼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젠가 소라도 잡고 성게 작업도 하면서, 그을린 얼굴로 새내기 해녀 수련생들에게 멘토가 되어줄 수 있을까?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허정옥은?
= 서귀포시 대포동이 고향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뭍으로 나가 부산대학교 상과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볼티모어시에 있는 University of Baltimore에서 MBA를 취득했다 주택은행과 동남은행에서 일하면서 부경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이수했고, 서귀포에 탐라대학이 생기면서 귀향,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면서 서귀포 시민대학장, 평생교육원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3년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의 대표이사 사장과 제주컨벤션뷰로(JCVB)의 이사장 직을 수행했다.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서비스 마케팅과 컨벤션 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 2기를 수료, 다시 시작하는 해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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